‘코로나 이후’의 세계질서…우리의 선택은?

입력 2021.03.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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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겸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간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달 발간될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 담긴 내용인데요. 문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신냉전의 위기에 따른 새로운 국제사회의 미래를 다섯 갈래로 예측하며, 혼란한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손꼽히는 국제정치학자이자 전략가의 식견으로 본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 '포스트 코로나' 5가지 시나리오

문 이사장은 우선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로 미국과 중국이 느슨한 비대칭 양극체제를 이어가는 '현상 유지', 자급자족적 경제체제와 폐쇄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성곽도시와 새로운 중세', 유엔과 다자주의를 통한 세계평화를 칭하는 '팍스 유니버설리스'를 제시했습니다.

또 세계 경찰의 위상을 되찾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인 '팍스 아메리카나Ⅱ'와 빠른 경제 회복을 발판으로 중국이 세계질서의 중심에 서는 '팍스 시니카'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소개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세계 질서는 단선적이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강력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느냐, 또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바람직한 세계 질서는 '팍스 유니버설리스'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코로나 사태로 미중 대결이 심화하면서 현상 유지가 악화하는 현상이 세계질서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우리 외교의 5가지 전략적 방안

문 이사장은 이처럼 정치·경제적으로 한국과 밀접한 양대 강국이 반목할수록 우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논의와 자신의 견해를 종합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적 방안을 정리하고, 그 선택지별 득실을 설명했습니다.

① 한미동맹 강화론
우선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부상에 맞서야 한다는 '한미동맹 강화론'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략입니다. 한미동맹이 전략 동맹이자 가치 동맹임을 분명히 하고, 군사·경제·과학기술·가치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신냉전 구도의 심화와 중국의 군사·경제적 보복 우려가 크다는 점은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② 중국 편승론
반면 미국에 집착하지 말고 부상하고 있는 중국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중국 편승론'도 일부에서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다, 중국과의 역사적 경험에서 굳어진집단 기억 등으로 인해 미국이 먼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로부터 이탈할 징후가 없는 이상 우리가 먼저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③ 홀로서기론
미중 진영 외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홀로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특히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중립국 지위 선언을 통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외교 공간을 추구하자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국제적 고립과 미중 양국으로부터 동시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④ 현상유지론
미중 양자택일이 아닌 지금처럼 두 나라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현상유지론'은 미국과는 동맹 관계를,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하며 원만하게 지내자는 의견입니다. 어느 한 국가를선택하고 버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대가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유지가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습니다.

⑤ 초월적 외교 전략
미중 진영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충돌로 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외교 공간을 만드는 적극적·미래지향적 전략을 문 이사장은 '초월적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외교 역량의 강화와 강대국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전제됩니다.

■ 새로운 세계질서... 우리의 선택은?

문 이사장은 이 가운데 '초월적 전략'이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미국,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유지' 전략으로 우리의 생존과 번영,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다자안보 협력으로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WTO 중심의 다자주의 복원에 나서고, 동북아 방역 협력 체제나 환경 협력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는 데도 앞장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인데요. 문 이사장은 불확실한 안보 환경에서 슬기롭게 국익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외교', 원칙에 기초한 '결기 외교', 정파를 떠나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외교, 국민과 시민사회가 나서는 공공외교의 4가지를 주문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최선의 길은 우리가 주도하는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다자주의와 열린 지역 중시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북한 핵과 남북 대치, 미중 대결의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엄중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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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이후’의 세계질서…우리의 선택은?
    • 입력 2021-03-10 08:00:58
    취재K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겸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간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달 발간될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 담긴 내용인데요. 문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신냉전의 위기에 따른 새로운 국제사회의 미래를 다섯 갈래로 예측하며, 혼란한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손꼽히는 국제정치학자이자 전략가의 식견으로 본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 '포스트 코로나' 5가지 시나리오

문 이사장은 우선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로 미국과 중국이 느슨한 비대칭 양극체제를 이어가는 '현상 유지', 자급자족적 경제체제와 폐쇄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성곽도시와 새로운 중세', 유엔과 다자주의를 통한 세계평화를 칭하는 '팍스 유니버설리스'를 제시했습니다.

또 세계 경찰의 위상을 되찾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인 '팍스 아메리카나Ⅱ'와 빠른 경제 회복을 발판으로 중국이 세계질서의 중심에 서는 '팍스 시니카'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소개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세계 질서는 단선적이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강력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느냐, 또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바람직한 세계 질서는 '팍스 유니버설리스'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코로나 사태로 미중 대결이 심화하면서 현상 유지가 악화하는 현상이 세계질서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우리 외교의 5가지 전략적 방안

문 이사장은 이처럼 정치·경제적으로 한국과 밀접한 양대 강국이 반목할수록 우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논의와 자신의 견해를 종합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적 방안을 정리하고, 그 선택지별 득실을 설명했습니다.

① 한미동맹 강화론
우선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부상에 맞서야 한다는 '한미동맹 강화론'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략입니다. 한미동맹이 전략 동맹이자 가치 동맹임을 분명히 하고, 군사·경제·과학기술·가치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신냉전 구도의 심화와 중국의 군사·경제적 보복 우려가 크다는 점은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② 중국 편승론
반면 미국에 집착하지 말고 부상하고 있는 중국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중국 편승론'도 일부에서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다, 중국과의 역사적 경험에서 굳어진집단 기억 등으로 인해 미국이 먼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로부터 이탈할 징후가 없는 이상 우리가 먼저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③ 홀로서기론
미중 진영 외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홀로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특히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중립국 지위 선언을 통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외교 공간을 추구하자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국제적 고립과 미중 양국으로부터 동시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④ 현상유지론
미중 양자택일이 아닌 지금처럼 두 나라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현상유지론'은 미국과는 동맹 관계를,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하며 원만하게 지내자는 의견입니다. 어느 한 국가를선택하고 버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대가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유지가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습니다.

⑤ 초월적 외교 전략
미중 진영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충돌로 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외교 공간을 만드는 적극적·미래지향적 전략을 문 이사장은 '초월적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외교 역량의 강화와 강대국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전제됩니다.

■ 새로운 세계질서... 우리의 선택은?

문 이사장은 이 가운데 '초월적 전략'이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미국,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유지' 전략으로 우리의 생존과 번영,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다자안보 협력으로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WTO 중심의 다자주의 복원에 나서고, 동북아 방역 협력 체제나 환경 협력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는 데도 앞장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인데요. 문 이사장은 불확실한 안보 환경에서 슬기롭게 국익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외교', 원칙에 기초한 '결기 외교', 정파를 떠나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외교, 국민과 시민사회가 나서는 공공외교의 4가지를 주문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최선의 길은 우리가 주도하는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다자주의와 열린 지역 중시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북한 핵과 남북 대치, 미중 대결의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엄중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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