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 줬더니 부동산 ‘편법 증여’한 공익법인

입력 2021.03.10 (09:00) 수정 2021.03.10 (13: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장학사업, 의료사업, 복지사업 등 '공익사업'하라고 세제 혜택
건물 지어 부동산 편법 증여, 퇴직한 이사 고용해 월급 '펑펑'
국세청, "공익법인 감시 전담팀 운영해 편법 상속, 증여 등 검증 강화"


공익법인은 국가를 대신해 공익사업을 합니다.

학술연구, 사회복지, 장학, 문화복지, 의료 등의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역할을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세법상 혜택을 많이 줍니다.

그런데 나라 대신 법인을 잘 운영해서 공익사업을 하라는 뜻을 미처(?)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공익법인을 내 것으로 착각해 탈세에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새집 지어 계열사에 저가 임대...부동산 '편법 증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계열사 자산 합쳐서 10조 원 넘는 기업집단) 계열의 공익법인 A 재단은 사주에게서 출연받은 땅에 새 건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을 사주 가족이 운영하는 계열사에 싸게 임대했습니다.

'특수관계법인'에 저가 임대해 증여세를 피하는 '편법 증여'를 한 겁니다.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뿐 아니라 그 재산을 기본으로 해서 벌어들이거나 생겨난 재산 등을 정당한 대가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사용할 수 없게 규정돼있습니다.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국세청은 저가 임대로 혜택을 준 만큼 증여세 수십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B 재단은 퇴직한 이사들을 고용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계열사 2곳에서 퇴직한 이사 두 사람을 재단 임원으로 재고용한 겁니다. 특수관계인은 계열사 퇴직 후 5년 내엔 채용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긴 겁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에게 급여뿐 아니라 퇴직금, 복리후생비까지 부당하게 지급했습니다. 이들을 위해 사용된 직·간접 경비 전액에 대해 가산세 수억 원이 추징됐습니다.

C 재단은 25년 넘게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법이 개정돼 매각해야 했지만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성실공익법인'은 운용소득 80%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것, 출연자와 특수관계인이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을 것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성실공익법인이 되면 동일기업 주식보유 제한이 '5%'에서 '10~20%'로 높아지고 계열사 주식도 제한 없이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 재단은 주식을 5% 이상 계속 갖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계열사 공동대표 2명이 재단 이사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성실공익법인의 조건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았던 겁니다.

국세청은 5%를 넘는 주식 보유분에 대해 수백억 원대 가산세를 추징했습니다.


대기업 계열 공익 법인 중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롯데장학재단 등이 있습니다.

작년 공시 기준으로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주식 4.68%, 삼성화재 3.06%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정몽구 재단은 현대글로비스 4.46%, 이노션 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 지주 3.24%, 롯데칠성음료를 6.28%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출연재산을 보고해야 할 공익법인은 약 2만 개, 이 가운데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은 68개입니다. 공익법인에 출자한 계열회사가 128개에 달합니다.

9일 기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456억 6천5백만 원, (재)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500억 원의 출연금을 신고했습니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롯데장학재단, LG연암문화재단, 아산나눔재단(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공익법인들도 신고할 예정입니다.

작년 12월 말 결산 공익법인은 이달 31일까지 재산 관련 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4월 30일까지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합니다.

국세청은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을 편법 상속, 증여에 이용하거나 출연 재산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청에 '공익법인조사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자산·수입 규모가 크고 불성실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개별검증을 확대하고 탈루혐의별 전산 분석을 통해 세무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필요한데 좀 더 쓰라고 세금 깎아줬더니 사리사욕 채우는 데 이용하는 일부 공익법인들의 고약한 심보, 우리가 함께 감시해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제 혜택’ 줬더니 부동산 ‘편법 증여’한 공익법인
    • 입력 2021-03-10 09:00:53
    • 수정2021-03-10 13:44:38
    취재K
장학사업, 의료사업, 복지사업 등 '공익사업'하라고 세제 혜택 <br />건물 지어 부동산 편법 증여, 퇴직한 이사 고용해 월급 '펑펑'<br />국세청, "공익법인 감시 전담팀 운영해 편법 상속, 증여 등 검증 강화"

공익법인은 국가를 대신해 공익사업을 합니다.

학술연구, 사회복지, 장학, 문화복지, 의료 등의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역할을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세법상 혜택을 많이 줍니다.

그런데 나라 대신 법인을 잘 운영해서 공익사업을 하라는 뜻을 미처(?)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공익법인을 내 것으로 착각해 탈세에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새집 지어 계열사에 저가 임대...부동산 '편법 증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계열사 자산 합쳐서 10조 원 넘는 기업집단) 계열의 공익법인 A 재단은 사주에게서 출연받은 땅에 새 건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을 사주 가족이 운영하는 계열사에 싸게 임대했습니다.

'특수관계법인'에 저가 임대해 증여세를 피하는 '편법 증여'를 한 겁니다.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뿐 아니라 그 재산을 기본으로 해서 벌어들이거나 생겨난 재산 등을 정당한 대가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사용할 수 없게 규정돼있습니다.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국세청은 저가 임대로 혜택을 준 만큼 증여세 수십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B 재단은 퇴직한 이사들을 고용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계열사 2곳에서 퇴직한 이사 두 사람을 재단 임원으로 재고용한 겁니다. 특수관계인은 계열사 퇴직 후 5년 내엔 채용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긴 겁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에게 급여뿐 아니라 퇴직금, 복리후생비까지 부당하게 지급했습니다. 이들을 위해 사용된 직·간접 경비 전액에 대해 가산세 수억 원이 추징됐습니다.

C 재단은 25년 넘게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법이 개정돼 매각해야 했지만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성실공익법인'은 운용소득 80%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것, 출연자와 특수관계인이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을 것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성실공익법인이 되면 동일기업 주식보유 제한이 '5%'에서 '10~20%'로 높아지고 계열사 주식도 제한 없이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 재단은 주식을 5% 이상 계속 갖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계열사 공동대표 2명이 재단 이사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성실공익법인의 조건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았던 겁니다.

국세청은 5%를 넘는 주식 보유분에 대해 수백억 원대 가산세를 추징했습니다.


대기업 계열 공익 법인 중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롯데장학재단 등이 있습니다.

작년 공시 기준으로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주식 4.68%, 삼성화재 3.06%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정몽구 재단은 현대글로비스 4.46%, 이노션 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 지주 3.24%, 롯데칠성음료를 6.28%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출연재산을 보고해야 할 공익법인은 약 2만 개, 이 가운데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은 68개입니다. 공익법인에 출자한 계열회사가 128개에 달합니다.

9일 기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456억 6천5백만 원, (재)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500억 원의 출연금을 신고했습니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롯데장학재단, LG연암문화재단, 아산나눔재단(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공익법인들도 신고할 예정입니다.

작년 12월 말 결산 공익법인은 이달 31일까지 재산 관련 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4월 30일까지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합니다.

국세청은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을 편법 상속, 증여에 이용하거나 출연 재산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청에 '공익법인조사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자산·수입 규모가 크고 불성실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개별검증을 확대하고 탈루혐의별 전산 분석을 통해 세무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필요한데 좀 더 쓰라고 세금 깎아줬더니 사리사욕 채우는 데 이용하는 일부 공익법인들의 고약한 심보, 우리가 함께 감시해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