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오·폐수 버려온 행정…처분은 0건?

입력 2021.03.10 (10:52) 수정 2021.03.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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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화하지 않은 오염수를 무분별하게 버려온 소규모 공공 하수처리시설의 실태를 여러 차례 전해드렸죠.

이 같은 행위는 행정의 과태료 등 처분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조치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나종훈 기자가 심층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해안가 갯바위 틈으로 흐르는 희뿌연 물.

악취는 물론, 정체불명의 이물질도 잔뜩 끼어있습니다.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물을 방류하는 겁니다.

주민들은 수년째 불편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고혜동/제주시 우도면 오봉리장 : "톳이라든가, 우뭇가사리가 나는 곳입니다. 하수 피해로 인해서 해녀들이 채취를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황충남/제주시 추자면 신양2리장 : "수년째 악취가 난다는 민원제기했는데 임시방편식으로 그때그때만 하다 보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5년 동안 도내 소규모 공공 하수처리시설 26곳의 방류수 수질분석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추자, 우도 등 섬 지역뿐만 아니라 대정과 남원 등 도내 모든 시설에서 기준을 초과한 오염수를 방류해 왔습니다.

하수도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도 내릴 수 있지만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두세 차례 개선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오폐수 배출은 계속됐습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보이지 않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고, (하수처리가) 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조치들을 하지 않은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죠."]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환경부로부터 하수 관리·감독 권한을 이양받으면서 자체 처분을 내리는 게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제주도관계자/음성변조 :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법무부에서 회신받은 게 있거든요. 질서 규제법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상하수도 본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상하수도본부는 KBS 취재 이후에서야 현장조사와 시설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우진/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 "시설이 좀 노후화됐고, 운영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재정을 집중투자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설개선 등 중장기 대책과 함께 전문 업체 민간위탁과 같은 단기 대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김진근/제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민간 위탁을 하게 되면 순환보직 없이 한 군데 계속 근무하고 전문지식이 높은 분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하지만 무엇보다 제주도의 의지가 없으면 일회성 대책에 그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강성의/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 "제주도 예산을 사용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지를 볼 때 지하수와 하수처리시설을 1순위로 봐야 한다."]

수년째 반복되며 주민 불편을 유발하고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하수 처리난.

제주도가 이 악순환이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허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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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오·폐수 버려온 행정…처분은 0건?
    • 입력 2021-03-10 10:52:06
    • 수정2021-03-10 11:02:44
    930뉴스(제주)
[앵커]

정화하지 않은 오염수를 무분별하게 버려온 소규모 공공 하수처리시설의 실태를 여러 차례 전해드렸죠.

이 같은 행위는 행정의 과태료 등 처분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조치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나종훈 기자가 심층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해안가 갯바위 틈으로 흐르는 희뿌연 물.

악취는 물론, 정체불명의 이물질도 잔뜩 끼어있습니다.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물을 방류하는 겁니다.

주민들은 수년째 불편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고혜동/제주시 우도면 오봉리장 : "톳이라든가, 우뭇가사리가 나는 곳입니다. 하수 피해로 인해서 해녀들이 채취를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황충남/제주시 추자면 신양2리장 : "수년째 악취가 난다는 민원제기했는데 임시방편식으로 그때그때만 하다 보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5년 동안 도내 소규모 공공 하수처리시설 26곳의 방류수 수질분석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추자, 우도 등 섬 지역뿐만 아니라 대정과 남원 등 도내 모든 시설에서 기준을 초과한 오염수를 방류해 왔습니다.

하수도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도 내릴 수 있지만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두세 차례 개선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오폐수 배출은 계속됐습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보이지 않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고, (하수처리가) 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조치들을 하지 않은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죠."]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환경부로부터 하수 관리·감독 권한을 이양받으면서 자체 처분을 내리는 게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제주도관계자/음성변조 :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법무부에서 회신받은 게 있거든요. 질서 규제법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상하수도 본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상하수도본부는 KBS 취재 이후에서야 현장조사와 시설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우진/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 "시설이 좀 노후화됐고, 운영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재정을 집중투자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설개선 등 중장기 대책과 함께 전문 업체 민간위탁과 같은 단기 대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김진근/제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민간 위탁을 하게 되면 순환보직 없이 한 군데 계속 근무하고 전문지식이 높은 분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하지만 무엇보다 제주도의 의지가 없으면 일회성 대책에 그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강성의/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 "제주도 예산을 사용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지를 볼 때 지하수와 하수처리시설을 1순위로 봐야 한다."]

수년째 반복되며 주민 불편을 유발하고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하수 처리난.

제주도가 이 악순환이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허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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