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피 묻은 주삿바늘’ 수두룩…수상한 쓰레기

입력 2021.03.10 (15:35) 수정 2021.03.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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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의료폐기물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의료폐기물

“쓰레기봉투 밖으로 튀어나온 바늘에 자꾸만 찔려요.”

부산의 한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아파트를 돌며 쓰레기를 거둬들이는데, 유독 특정 아파트에서 매주 ‘수상한 쓰레기’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때때로 기다란 바늘이 종량제 봉투를 뚫고 나와 장갑을 낀 손을 다치기도 했다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봉투를 뜯어본 작업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 종량제 봉투에서 쏟아져 나온 ‘의료 폐기물’…혈액 묻은 주사기까지

봉투 속에서는 생활 쓰레기와 함께 쓰고 난 주사기와 약병, 시험관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20ℓ 종량제 봉투를 절반 이상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주사기와 시험관에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혈액도 그대로 묻어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은 “코로나19로 그렇지 않아도 조심해야 할 시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찝찝하다”며 불안해했습니다.


문제는 수개월째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누구의 짓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몰래 가져다 버렸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쓰레기 배출장 근처에는 CCTV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같은 봉투에 함께 버려진 생활 쓰레기 속에서 해당 아파트 주소가 적힌 택배 스티커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집주인은 자신들이 버린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 부패, 감염 위험 커 전용 용기에 버려야…무단 투기 수사 중

의료 폐기물은 부패하거나 감염될 위험이 있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전용 용기에 넣어 배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 일반 쓰레기처럼 배출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의료 폐기물 20kg을 버리려면 2만 원가량의 돈이 들지만,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봉툿값 몇백 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에는 부산시 특별사법경찰이 부산지역 병원 100곳을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

누군가 아파트 단지에 의료 폐기물을 가져다 버렸다는 걸 알게 된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쓰레기 배출장이 놀이터 근처에 있어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요.

해운대구청은 수거 업체의 민원 제기로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무단 투기자를 찾지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의료 폐기물을 살펴보는 등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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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에 ‘피 묻은 주삿바늘’ 수두룩…수상한 쓰레기
    • 입력 2021-03-10 15:35:23
    • 수정2021-03-10 22:38:13
    취재K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의료폐기물
“쓰레기봉투 밖으로 튀어나온 바늘에 자꾸만 찔려요.”

부산의 한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아파트를 돌며 쓰레기를 거둬들이는데, 유독 특정 아파트에서 매주 ‘수상한 쓰레기’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때때로 기다란 바늘이 종량제 봉투를 뚫고 나와 장갑을 낀 손을 다치기도 했다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봉투를 뜯어본 작업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 종량제 봉투에서 쏟아져 나온 ‘의료 폐기물’…혈액 묻은 주사기까지

봉투 속에서는 생활 쓰레기와 함께 쓰고 난 주사기와 약병, 시험관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습니다. 20ℓ 종량제 봉투를 절반 이상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주사기와 시험관에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혈액도 그대로 묻어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은 “코로나19로 그렇지 않아도 조심해야 할 시기에 다른 사람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찝찝하다”며 불안해했습니다.


문제는 수개월째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누구의 짓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몰래 가져다 버렸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쓰레기 배출장 근처에는 CCTV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같은 봉투에 함께 버려진 생활 쓰레기 속에서 해당 아파트 주소가 적힌 택배 스티커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집주인은 자신들이 버린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 부패, 감염 위험 커 전용 용기에 버려야…무단 투기 수사 중

의료 폐기물은 부패하거나 감염될 위험이 있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전용 용기에 넣어 배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 일반 쓰레기처럼 배출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의료 폐기물 20kg을 버리려면 2만 원가량의 돈이 들지만,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봉툿값 몇백 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에는 부산시 특별사법경찰이 부산지역 병원 100곳을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
누군가 아파트 단지에 의료 폐기물을 가져다 버렸다는 걸 알게 된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쓰레기 배출장이 놀이터 근처에 있어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요.

해운대구청은 수거 업체의 민원 제기로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무단 투기자를 찾지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의료 폐기물을 살펴보는 등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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