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1년여 이어지는 ‘확찐자’ 사건

입력 2021.03.10 (17:22) 수정 2021.03.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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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충북 청주시, 게티이미지 제공 출처 : 충북 청주시, 게티이미지 제공

■ "확찐자가 여기 있네"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아니라,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확 찐 사람'을 일컫는 확찐자라는 말 그동안 널리 유행한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외모 비하성 발언일 수 있는 데다, 이런 말을 듣는 상대가 불쾌할 수 있겠죠.

이런 '확찐자' 발언을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청에서 근무하는 6급 팀장 A 씨와 계약직 공무원 B 씨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단순합니다. 지난해 3월, A 팀장이 평소 전혀 친분이 없던 다른 부서 계약직 공무원 B 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확찐자가 여기 있네"라는 말을 한 겁니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말이죠.

 청주지방검찰청 청주지방검찰청

■ 반전 1. 경찰 "무혐의" → 검찰 "혐의 있음"

B 씨는 '확찐자' 발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A 팀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판단을 뒤엎고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했습니다. "사회 통념상 '확찐자' 발언이 경멸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겁니다.

촌극으로 끝나버리고 마는가 싶던 사건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경찰의 판단을 뒤집고, A 팀장을 '모욕죄'로 기소했기 때문이죠. 검찰은 "여러 사람 앞에서 ‘살이 확 쪘다’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며 A 팀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 반전 2. 배심원 "무죄" → 법원 "유죄"

검찰의 기소로 결국 재판까지 간 '확찐자' 발언.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 팀장에게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B 씨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A팀장 항변에 손을 들어준 셈이죠.

그런데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배심원의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당시 정황과 느낀 감정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 간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무고할 만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배심원 평결과 달리 A 팀장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청주시 ‘인사운영 기본계획’ 문서 청주시 ‘인사운영 기본계획’ 문서

■ 징계에도 보직 유지… 또다시 반전?

결국, 충북 청주시는 A 팀장의 '확찐자' 발언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2월, 경징계인 '견책'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 걸까요? A 팀장은 지난 1월, '보직 해임'이 아니라 본청 다른 부서 팀장으로 '전보 조처'됐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인사운영 기본 계획상 '성희롱과 금품 수수 등 비위로 징계를 받은 6급 팀장의 경우, 평가를 거쳐 보직을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인사운영 계획에는 ' 수사기관에서 조사(수사) 통보 시, 직위 해제를 적극 적용'한다는 규정도 들어있는데요. 이 역시 A 팀장에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뭔지 충북 청주시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1월 정기인사 단행 당시, A 팀장이 제기한 징계 처분에 대한 소청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보직 해임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사기관 조사 통보 시, 직위 해제를 적극 적용'한다는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충북 청주시는 "' 적용한다'가 아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내부 인사에 관련된 내용을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 소청 심사 '기각'… 과연 다음 결과는?

충청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8일, A 팀장이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청을 기각했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A 팀장의 소청 결과가 아직 통보된 게 없다" 며 " 결과를 통보받은 뒤 인사위원회를 열고,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충북 청주시에서는 당시 시립미술관 C 팀장이 회식 중간에 참석한 직무 관련자에게 회식비를 일부를 결제받은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C 팀장은 A 팀장과 똑같은 '견책' 처분을 받은 뒤 '무보직 발령'됐습니다. 당시엔 청주시의 인사운영 기본 계획이 적용된 셈입니다.

'무혐의'에서 '혐의 있음'으로, '무죄'에서 '유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확찐자' 사건이 이번엔 반전 없이 처리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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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에 반전…1년여 이어지는 ‘확찐자’ 사건
    • 입력 2021-03-10 17:22:18
    • 수정2021-03-10 20:31:08
    취재K
 출처 : 충북 청주시, 게티이미지 제공
■ "확찐자가 여기 있네"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아니라,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확 찐 사람'을 일컫는 확찐자라는 말 그동안 널리 유행한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외모 비하성 발언일 수 있는 데다, 이런 말을 듣는 상대가 불쾌할 수 있겠죠.

이런 '확찐자' 발언을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청에서 근무하는 6급 팀장 A 씨와 계약직 공무원 B 씨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단순합니다. 지난해 3월, A 팀장이 평소 전혀 친분이 없던 다른 부서 계약직 공무원 B 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확찐자가 여기 있네"라는 말을 한 겁니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말이죠.

 청주지방검찰청
■ 반전 1. 경찰 "무혐의" → 검찰 "혐의 있음"

B 씨는 '확찐자' 발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A 팀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판단을 뒤엎고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했습니다. "사회 통념상 '확찐자' 발언이 경멸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겁니다.

촌극으로 끝나버리고 마는가 싶던 사건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경찰의 판단을 뒤집고, A 팀장을 '모욕죄'로 기소했기 때문이죠. 검찰은 "여러 사람 앞에서 ‘살이 확 쪘다’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며 A 팀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 반전 2. 배심원 "무죄" → 법원 "유죄"

검찰의 기소로 결국 재판까지 간 '확찐자' 발언.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 팀장에게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B 씨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A팀장 항변에 손을 들어준 셈이죠.

그런데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배심원의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당시 정황과 느낀 감정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 간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무고할 만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배심원 평결과 달리 A 팀장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청주시 ‘인사운영 기본계획’ 문서
■ 징계에도 보직 유지… 또다시 반전?

결국, 충북 청주시는 A 팀장의 '확찐자' 발언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2월, 경징계인 '견책'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 걸까요? A 팀장은 지난 1월, '보직 해임'이 아니라 본청 다른 부서 팀장으로 '전보 조처'됐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인사운영 기본 계획상 '성희롱과 금품 수수 등 비위로 징계를 받은 6급 팀장의 경우, 평가를 거쳐 보직을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인사운영 계획에는 ' 수사기관에서 조사(수사) 통보 시, 직위 해제를 적극 적용'한다는 규정도 들어있는데요. 이 역시 A 팀장에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뭔지 충북 청주시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1월 정기인사 단행 당시, A 팀장이 제기한 징계 처분에 대한 소청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보직 해임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사기관 조사 통보 시, 직위 해제를 적극 적용'한다는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충북 청주시는 "' 적용한다'가 아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내부 인사에 관련된 내용을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 소청 심사 '기각'… 과연 다음 결과는?

충청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8일, A 팀장이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청을 기각했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A 팀장의 소청 결과가 아직 통보된 게 없다" 며 " 결과를 통보받은 뒤 인사위원회를 열고,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충북 청주시에서는 당시 시립미술관 C 팀장이 회식 중간에 참석한 직무 관련자에게 회식비를 일부를 결제받은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C 팀장은 A 팀장과 똑같은 '견책' 처분을 받은 뒤 '무보직 발령'됐습니다. 당시엔 청주시의 인사운영 기본 계획이 적용된 셈입니다.

'무혐의'에서 '혐의 있음'으로, '무죄'에서 '유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확찐자' 사건이 이번엔 반전 없이 처리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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