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일본 접종, 이 속도면 126년”…도쿄 올림픽 영향은?

입력 2021.03.10 (18:04) 수정 2021.03.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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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더딘 접종 속도 때문인데요.

이 속도라면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는 데 120년이 넘게 걸린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개막을 넉 달 앞둔 도쿄 올림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글로벌 ET, 오늘은 일본의 백신 접종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본도 지난달 중순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요.

얼마나 맞았습니까?

[기자]

네, 10만 7천여 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모두 의료 분야 종사자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요.

백신 접종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9일 빨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적 접종자 수는 우리나라가 더 많습니다.

4배가량 차이 납니다.

일본에선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예정돼 있었는데, 이 날짜도 12일로 미뤄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인구가 1억 2천 6백만 명인데, 지금 추세라면 백신 접종에 126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접종 속도가 왜 이렇게 더딘 겁니까?

[기자]

네,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일본 특유의 행정 시스템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찌감치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해 인구 전체가 충분히 맞을 수 있는 백신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뿐입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 내 임상 시험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달 심사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고, 모더나 백신은 이제 막 승인 신청을 했습니다.

[다무라 노리히사/일본 후생노동상/지난 5일 : "5월에 모더나 백신에 관한 중요한 세부 사항들이 추가로 제공되면 신청을 적절하게 심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 맞을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의 공급도 원활하지 못합니다.

최근까지 들어온 화이자 백신은 236만 회분, 118만 명 분량으로, 의료종사자 480만 명이 접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본은 화이자 백신을 유럽 공장에서 공급받는데, 유럽연합은 회원국 우선 공급을 위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공편이 출발할 때마다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 보건 당국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백신이 들어와 접종 계획엔 차질이 없다고 했지만, 상황이 꼬일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앵커]

백신을 접종할 주사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지요.

일선에선 혼란도 우려된다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버려지는 백신 양을 줄일 수 있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죠.

그런데 일본은 일반 주사기를 쓰고 있습니다.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면 화이자 백신 1병으로 최대 6명까지도 접종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5명만 맞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백신 접종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최대 천2백만 명 분량의 백신을 쓰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수 주사기를 대신해 당뇨 환자에게 놓는 인슐린용 주사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신 한 병당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고노 다로/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지난 9일 : "(그 바늘이) 인슐린용 주사기에서 사용 빈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분(당뇨 환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여유분이 있다면 조달도 생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사기는 백신용 특수 주사기와 다릅니다.

통상 피하 주사에 사용되고, 바늘 길이도 절반 정도로 짧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근육 주사로 투여합니다.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옵니다.

[앵커]

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이 예정돼 있죠.

이렇게 된다면 올림픽 전까지 집단 면역을 기대하는 게 어렵겠습니다?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 전까지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지키기 어렵게 됐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 사태를 오는 21일까지로 2주 더 연장했습니다.

넉 달 남은 도쿄 올림픽.

일본 국민의 생각을 물었는데, 절반 이상은 관중을 제한하거나 받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도 33%에 달했습니다.

[도쿄 시민 : "외국인들이 (일본에) 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현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화 출발 행사가 관중 없이 치러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일반 해외 관중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앵커]

해외 관람객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빠르면 다음 주쯤 최종 결정된다고 하죠.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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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0 18:04:23
    • 수정2021-03-10 18: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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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더딘 접종 속도 때문인데요.

이 속도라면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는 데 120년이 넘게 걸린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개막을 넉 달 앞둔 도쿄 올림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글로벌 ET, 오늘은 일본의 백신 접종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본도 지난달 중순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요.

얼마나 맞았습니까?

[기자]

네, 10만 7천여 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모두 의료 분야 종사자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요.

백신 접종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9일 빨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적 접종자 수는 우리나라가 더 많습니다.

4배가량 차이 납니다.

일본에선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예정돼 있었는데, 이 날짜도 12일로 미뤄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인구가 1억 2천 6백만 명인데, 지금 추세라면 백신 접종에 126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접종 속도가 왜 이렇게 더딘 겁니까?

[기자]

네,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일본 특유의 행정 시스템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찌감치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해 인구 전체가 충분히 맞을 수 있는 백신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뿐입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 내 임상 시험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달 심사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고, 모더나 백신은 이제 막 승인 신청을 했습니다.

[다무라 노리히사/일본 후생노동상/지난 5일 : "5월에 모더나 백신에 관한 중요한 세부 사항들이 추가로 제공되면 신청을 적절하게 심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 맞을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의 공급도 원활하지 못합니다.

최근까지 들어온 화이자 백신은 236만 회분, 118만 명 분량으로, 의료종사자 480만 명이 접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본은 화이자 백신을 유럽 공장에서 공급받는데, 유럽연합은 회원국 우선 공급을 위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공편이 출발할 때마다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 보건 당국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백신이 들어와 접종 계획엔 차질이 없다고 했지만, 상황이 꼬일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앵커]

백신을 접종할 주사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지요.

일선에선 혼란도 우려된다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는 버려지는 백신 양을 줄일 수 있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죠.

그런데 일본은 일반 주사기를 쓰고 있습니다.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면 화이자 백신 1병으로 최대 6명까지도 접종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5명만 맞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백신 접종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최대 천2백만 명 분량의 백신을 쓰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수 주사기를 대신해 당뇨 환자에게 놓는 인슐린용 주사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신 한 병당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고노 다로/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지난 9일 : "(그 바늘이) 인슐린용 주사기에서 사용 빈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분(당뇨 환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여유분이 있다면 조달도 생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사기는 백신용 특수 주사기와 다릅니다.

통상 피하 주사에 사용되고, 바늘 길이도 절반 정도로 짧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근육 주사로 투여합니다.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옵니다.

[앵커]

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이 예정돼 있죠.

이렇게 된다면 올림픽 전까지 집단 면역을 기대하는 게 어렵겠습니다?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 전까지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지키기 어렵게 됐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 사태를 오는 21일까지로 2주 더 연장했습니다.

넉 달 남은 도쿄 올림픽.

일본 국민의 생각을 물었는데, 절반 이상은 관중을 제한하거나 받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도 33%에 달했습니다.

[도쿄 시민 : "외국인들이 (일본에) 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현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화 출발 행사가 관중 없이 치러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일반 해외 관중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왔습니다.

[앵커]

해외 관람객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빠르면 다음 주쯤 최종 결정된다고 하죠.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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