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현대판 노예” 업주 고소했지만… 해당 업주 “감금·폭행 없어”

입력 2021.03.10 (18:26) 수정 2021.03.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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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의 상처 사진 A 씨의 상처 사진

취재진이 처음 만난 A 씨(40, 여)의 모습은 한 눈에도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온몸이 멍과 상처투성이였고, 한번 부러졌던 팔목은 뒤틀린 채 굳어버린 상태. 부러졌던 발가락도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족·친지와 떨어져 경기도 여주의 한 음식점 업주 부부 밑에서 일하다 얻은 상처들이었습니다.

■ 갈비뼈·팔목·발가락 골절, 상처에 고름까지…"골수염인지 알았다"

지난 1월 가족이 A 씨를 음식점에서 데려왔을 때는 상태가 더 심각했습니다. 당시 A 씨는 오른쪽 다리에 고름이 계속 차올라 여주의 한 의원을 찾았었는데요.

당시 진료를 했던 의사는 "본인 관리를 못 하는 분 같았다. 상태가 심각해 골수염이 의심될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1월 8일 진료기록2021년 1월 8일 진료기록

당시 진료기록을 살펴보면 A 씨는 의사에게 "7, 8번 정도 엎어지고 붓고 염증이 생긴 것을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왔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상처 사진과 X-레이를 찍었는데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발가락 3개 골절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심한 부상은 당시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갈비뼈 골절, 척추 염좌 등 진단서갈비뼈 골절, 척추 염좌 등 진단서

지난해 3월 여주의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입니다.

'다발성 늑골 골절' 즉 갈비뼈가 여럿 부러지고, 척추에 염좌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4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지만, A 씨는 병원에는 채 일주일도 입원하지 않았습니다.

팔목, 발가락 골절 등 진단서팔목, 발가락 골절 등 진단서

또 다른 진단서에는 2020년 11월경 오른쪽 팔목이 골절됐다가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은 채 붙어버렸고, 2021년 초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다 접촉사고가 나면서 발가락이 골절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는 오른쪽 정강이에 반복적인 염증이 생겨 피부가 괴사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앞서 처음 이야기한 병원에서 지난 1월 치료받은 상처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온몸 다쳤지만 계속 배달…나는 '현대판 노예'"

A 씨의 몸에는 진단서에 나와 있는 것 말고도 언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상처와 멍이 가득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원래 학습지 교사였던 A 씨는 음식점 업주 부부의 자녀를 7~8년 전부터 가르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수당을 받기 위해 책을 사서 돌려막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채무를 지면서 해당 업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고 합니다.

A 씨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음식점에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빚 문제 등으로 가족, 친지들과도 불화가 있었고, 대신 자신을 거둬준 음식점 업주에게 크게 의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집을 오가며 일하다 어느 순간부터 음식점 업주 밑에서 아예 숙식하며 지내게 됐습니다. 1년 정도는 딸도 함께 데리고 살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과도 이혼하면서 더는 갈 곳이 없어진 A 씨는 더 음식점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A 씨는 초반 6~7개월은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어느 순간 폭행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처음 맞았을 때는 여자 업주 부모님이 오셨는데 말 실수해서 뺨을 맞았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세게 맞아본 적이 없는거에요. 이후 맞은 이유가 다 빨리 빨리 안하고 배달 늦게 오고 뭐를 실수하고 주방에서 청소 늦게 하고 물 안아껴 쓰고 이런다 그래서 국자로 맞고 이렇게 빨래방망이로 맞고 이랬어요."

A 씨는 딸이 지켜보는 데서 맞기도 했고, 주먹·빨랫방망이 등으로 맞거나 칼에 맞아 피가 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폭행 사례는 수십 여건에 달했습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점은 A 씨가 배달하다 사고로 다친 부분입니다. 먼저 지난해 1월 갈비뼈를 다쳤을 때 얘깁니다.

"갈비뼈 8개가 골절돼 집에서 잘 때 숨을 못쉴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병원 간다는 얘기를 못하고 끙끙대다가 또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 골절이 나온 거에요. 바로 가지 않고 방치됐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됐죠.

(음식점) 업주가 처음에는 입원은 무슨 입원이냐고 했어요. 병원에는 5일 있었어요. 원래 4주 있어야 했는데. 퇴원하기 전날에는 환자복 입고 그릇 찾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배달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났습니다. A 씨의 오빠는 "그때부터 사고가 나기 시작한 거죠. 경찰서 얘기가 55회가 나오더라고요. 배달이 늦으면 때리니까. A 씨가 역주행하고 일방 통행로도 가고 막 이렇게 했나 봐요."라고 주장합니다.

왜 사고가 자주 난 것일까?

"음식점 일 끝나고 집안일도 했어요. 3, 4시 자면 빨리 자는거고 5, 6시까지도 그거 하다가 쪼그리고 잠깐 자다가 9시 되면 또 다시 출근해서 또 일하고. 어느 순간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오토바이 타다가도 졸고 그러니까 어이없이 사고가 나는거에요. 서있는데 그냥 제가 이렇게 하다가 보면 박아서 넘어지고 막 이런 사고가 나면 난다고 그러고."

아무리 봐도 더는 배달 업무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 최소 1년 가까이 이어졌는데도 A 씨는 가족이 데려온 지난 1월까지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A 씨는 "어느 순간 현대판 노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 초등학생 딸도 피해?…"엄마 있어서 경찰 신고 못 해"

1년간 함께 지내던 A 씨의 딸은 당시 초등학교 5~6학년생이었는데 거의 매일 같이 음식점에서 일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양파도 까고 배달 들어오면 전화도 받아주고 가까운데는 제가 배달 가고 설겆이도 하고 그랬어요. 맨날 했어요. 학교 끝나고도 갔어요. 친구들과는 거기서 일하느라 못놀았어요. 한번은 쟁반짜장 엎어가지고 혼났어요. 그래서 학교도 3일 안갔어요. 그때 학교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속상했어요. "

집안일도 많이 시켰고, 잘못하면 맞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빨래 방망이 그걸로 엉덩이를 때리고 발바닥도 때렸어요. 엄마를요. 저도 그냥 방망이로 세게 때렸어요. (왜 그렇게 때려요?) 말로 해서는 말 안듣는다고 그랬어요. 배달같은거 실수하면 그래요."

"늦게까지 일 시키고 그랬어요. 설거지나 방 닦고 그런 거요. 집 청소도 하고 그 사람들이 먹은 게 제가 치우고 막 그랬어요. 맨 처음에는 잘해주다가 점점."

"(음식점) 업주 부부가 아빠 못 보게 한 거에요?) 네. (엄마가 그런 게 아니라?) 네. (왜요?) 하나님 안 믿고 마귀라 그러면서 그래서. (아빠가?) 네. (아빠가 하나님 안 믿는 마귀라고?) 네."

1년쯤 지내다 견디다 못한 딸은 공중전화를 찾아 아빠에게 울면서 자신을 데리고 가라고 전화했습니다. 당시 딸을 데려간 아빠는 딸의 손이 심하게 부르터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딸은 그러나 경찰 신고는 엄마가 가게에 있어서 다칠까 봐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 음식점 업주 부부 "감금·폭행·아동학대 없었다"

해당 업주는 A 씨 오빠와의 통화에서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A 씨 오빠 : 그러면 때렸을 때는 왜 때린 거에요?
음식점 업주 : 도둑질하고 그래서요.
A 씨 오빠 : 도둑질을 해서 때린 거에요?
음식점 업주 : 네, 돈.
A 씨 오빠 : 도둑질하면 때려도 돼요?
음식점 업주 : 아니 그러니까 돈 그런 거 하면 안 되는데 그런 거 때문에.

그러나 취재진을 만난 업주 부부는 A 씨 모녀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들을 감금, 폭행하거나 강제로 가게나 집안일을 시킨 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수천만 원이 넘는 A 씨의 빚을 갚아주고 가족 대신 돌봐준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피해자였어요. A 씨가 책을 사서 돌려막다가 터진거죠. 상대가 100명이 넘었고 본인도 사기거든요. 교회에서 알고 지냈고 7년 동안 A 씨가 아들 선생님이었어요. 살려달라고 왔더라고요. 자기가 돈을 못메꾸니까 건건이 전화오고 다그치고 제가 해결해주고. (빚쟁이가) 쫓아오면 돈을 주고. 그런 상황에서 A 씨가 집을 나왔죠."

"지금 시대가 여기는 홀 장사하는 곳인데 (학대하면) 벌써 손님이 알죠. 제가 답답한 것은 왜 A 씨가 힘들 때는 우리가 정말 힘들어서 12시까지도 빚 갚으려고 1년 넘게는 야근하면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럴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빚 (갚고) 2년 되니까 (가족들이) 찾아오셔서 그런 건데."

A 씨가 다친 것도 본인이 배달하며 온갖 사고를 냈기 때문이고 오히려 자신이 그 때문에 합의금 등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들은 오히려 병원을 가라, 일 그만두고 음식점을 떠나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A 씨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병원 입원을 얼마 못한 것도 자신들이 시킨 것이 아니라 A 씨가 답답하다며 스스로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A 씨가 사고를 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속 배달 일을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지난해 가을부터 남자 사장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A 씨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어 A 씨의 상태를 잘 몰랐다는 설명입니다.

"(말씀이 사고가 난 것은 다 알고 계시고 그런데 A 씨 상태가 안좋은 것은 모르고 있었다면서요. 사고 나는 것은 사장님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 있잖아요? 배달을 못하게 하셔야하는 것 아니에요?) A 씨가 떠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병원 다니고. (배달을 언제까지 했나요?) 배달은 가는날까지 1월달까지."

업주는 A 씨의 가족이 자신들을 협박하고 있어 더는 이야기하기 싫다며 A 씨와 직접 만나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야기하고 합의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경찰 수사 착수…미리 막을 수 없었나?

양측의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은 상태입니다. 서로의 지인들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고 사기꾼이라는 등의 연락도 여럿 받아서 사실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경기 여주경찰서에 업주를 고소해 현재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일주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A 씨 모녀로부터 장시간의 피해자 진술을 받았는데 업주를 폭행과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입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엇갈려서 간단한 수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미리 알고 막을 수 없었을까요?

주변에서는 A 씨가 얼굴에 멍이 들어 다니는 등 항상 좋지 못한 모습으로 다녔고, 다쳐서 병원을 드나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경찰이 등장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A 씨의 가족들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A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하고 찾았는데요. 가게를 방문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경찰에 신고해서 업주와 A 씨가 경찰 조사까지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업주에 극도로 의존적이었던 A 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아 제대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A 씨가 여러 번 오토바이 배달 사고를 내면서 경찰이 가게로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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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현대판 노예” 업주 고소했지만… 해당 업주 “감금·폭행 없어”
    • 입력 2021-03-10 18:26:04
    • 수정2021-03-10 18:29:24
    취재K
  A 씨의 상처 사진
취재진이 처음 만난 A 씨(40, 여)의 모습은 한 눈에도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온몸이 멍과 상처투성이였고, 한번 부러졌던 팔목은 뒤틀린 채 굳어버린 상태. 부러졌던 발가락도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족·친지와 떨어져 경기도 여주의 한 음식점 업주 부부 밑에서 일하다 얻은 상처들이었습니다.

■ 갈비뼈·팔목·발가락 골절, 상처에 고름까지…"골수염인지 알았다"

지난 1월 가족이 A 씨를 음식점에서 데려왔을 때는 상태가 더 심각했습니다. 당시 A 씨는 오른쪽 다리에 고름이 계속 차올라 여주의 한 의원을 찾았었는데요.

당시 진료를 했던 의사는 "본인 관리를 못 하는 분 같았다. 상태가 심각해 골수염이 의심될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1월 8일 진료기록
당시 진료기록을 살펴보면 A 씨는 의사에게 "7, 8번 정도 엎어지고 붓고 염증이 생긴 것을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왔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상처 사진과 X-레이를 찍었는데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발가락 3개 골절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심한 부상은 당시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갈비뼈 골절, 척추 염좌 등 진단서
지난해 3월 여주의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입니다.

'다발성 늑골 골절' 즉 갈비뼈가 여럿 부러지고, 척추에 염좌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4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지만, A 씨는 병원에는 채 일주일도 입원하지 않았습니다.

팔목, 발가락 골절 등 진단서
또 다른 진단서에는 2020년 11월경 오른쪽 팔목이 골절됐다가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은 채 붙어버렸고, 2021년 초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다 접촉사고가 나면서 발가락이 골절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는 오른쪽 정강이에 반복적인 염증이 생겨 피부가 괴사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앞서 처음 이야기한 병원에서 지난 1월 치료받은 상처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온몸 다쳤지만 계속 배달…나는 '현대판 노예'"

A 씨의 몸에는 진단서에 나와 있는 것 말고도 언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상처와 멍이 가득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원래 학습지 교사였던 A 씨는 음식점 업주 부부의 자녀를 7~8년 전부터 가르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수당을 받기 위해 책을 사서 돌려막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채무를 지면서 해당 업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고 합니다.

A 씨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음식점에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빚 문제 등으로 가족, 친지들과도 불화가 있었고, 대신 자신을 거둬준 음식점 업주에게 크게 의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집을 오가며 일하다 어느 순간부터 음식점 업주 밑에서 아예 숙식하며 지내게 됐습니다. 1년 정도는 딸도 함께 데리고 살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과도 이혼하면서 더는 갈 곳이 없어진 A 씨는 더 음식점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A 씨는 초반 6~7개월은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어느 순간 폭행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처음 맞았을 때는 여자 업주 부모님이 오셨는데 말 실수해서 뺨을 맞았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세게 맞아본 적이 없는거에요. 이후 맞은 이유가 다 빨리 빨리 안하고 배달 늦게 오고 뭐를 실수하고 주방에서 청소 늦게 하고 물 안아껴 쓰고 이런다 그래서 국자로 맞고 이렇게 빨래방망이로 맞고 이랬어요."

A 씨는 딸이 지켜보는 데서 맞기도 했고, 주먹·빨랫방망이 등으로 맞거나 칼에 맞아 피가 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폭행 사례는 수십 여건에 달했습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점은 A 씨가 배달하다 사고로 다친 부분입니다. 먼저 지난해 1월 갈비뼈를 다쳤을 때 얘깁니다.

"갈비뼈 8개가 골절돼 집에서 잘 때 숨을 못쉴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병원 간다는 얘기를 못하고 끙끙대다가 또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 골절이 나온 거에요. 바로 가지 않고 방치됐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됐죠.

(음식점) 업주가 처음에는 입원은 무슨 입원이냐고 했어요. 병원에는 5일 있었어요. 원래 4주 있어야 했는데. 퇴원하기 전날에는 환자복 입고 그릇 찾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배달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났습니다. A 씨의 오빠는 "그때부터 사고가 나기 시작한 거죠. 경찰서 얘기가 55회가 나오더라고요. 배달이 늦으면 때리니까. A 씨가 역주행하고 일방 통행로도 가고 막 이렇게 했나 봐요."라고 주장합니다.

왜 사고가 자주 난 것일까?

"음식점 일 끝나고 집안일도 했어요. 3, 4시 자면 빨리 자는거고 5, 6시까지도 그거 하다가 쪼그리고 잠깐 자다가 9시 되면 또 다시 출근해서 또 일하고. 어느 순간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오토바이 타다가도 졸고 그러니까 어이없이 사고가 나는거에요. 서있는데 그냥 제가 이렇게 하다가 보면 박아서 넘어지고 막 이런 사고가 나면 난다고 그러고."

아무리 봐도 더는 배달 업무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 최소 1년 가까이 이어졌는데도 A 씨는 가족이 데려온 지난 1월까지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A 씨는 "어느 순간 현대판 노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 초등학생 딸도 피해?…"엄마 있어서 경찰 신고 못 해"

1년간 함께 지내던 A 씨의 딸은 당시 초등학교 5~6학년생이었는데 거의 매일 같이 음식점에서 일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양파도 까고 배달 들어오면 전화도 받아주고 가까운데는 제가 배달 가고 설겆이도 하고 그랬어요. 맨날 했어요. 학교 끝나고도 갔어요. 친구들과는 거기서 일하느라 못놀았어요. 한번은 쟁반짜장 엎어가지고 혼났어요. 그래서 학교도 3일 안갔어요. 그때 학교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속상했어요. "

집안일도 많이 시켰고, 잘못하면 맞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빨래 방망이 그걸로 엉덩이를 때리고 발바닥도 때렸어요. 엄마를요. 저도 그냥 방망이로 세게 때렸어요. (왜 그렇게 때려요?) 말로 해서는 말 안듣는다고 그랬어요. 배달같은거 실수하면 그래요."

"늦게까지 일 시키고 그랬어요. 설거지나 방 닦고 그런 거요. 집 청소도 하고 그 사람들이 먹은 게 제가 치우고 막 그랬어요. 맨 처음에는 잘해주다가 점점."

"(음식점) 업주 부부가 아빠 못 보게 한 거에요?) 네. (엄마가 그런 게 아니라?) 네. (왜요?) 하나님 안 믿고 마귀라 그러면서 그래서. (아빠가?) 네. (아빠가 하나님 안 믿는 마귀라고?) 네."

1년쯤 지내다 견디다 못한 딸은 공중전화를 찾아 아빠에게 울면서 자신을 데리고 가라고 전화했습니다. 당시 딸을 데려간 아빠는 딸의 손이 심하게 부르터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딸은 그러나 경찰 신고는 엄마가 가게에 있어서 다칠까 봐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 음식점 업주 부부 "감금·폭행·아동학대 없었다"

해당 업주는 A 씨 오빠와의 통화에서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A 씨 오빠 : 그러면 때렸을 때는 왜 때린 거에요?
음식점 업주 : 도둑질하고 그래서요.
A 씨 오빠 : 도둑질을 해서 때린 거에요?
음식점 업주 : 네, 돈.
A 씨 오빠 : 도둑질하면 때려도 돼요?
음식점 업주 : 아니 그러니까 돈 그런 거 하면 안 되는데 그런 거 때문에.

그러나 취재진을 만난 업주 부부는 A 씨 모녀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들을 감금, 폭행하거나 강제로 가게나 집안일을 시킨 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수천만 원이 넘는 A 씨의 빚을 갚아주고 가족 대신 돌봐준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피해자였어요. A 씨가 책을 사서 돌려막다가 터진거죠. 상대가 100명이 넘었고 본인도 사기거든요. 교회에서 알고 지냈고 7년 동안 A 씨가 아들 선생님이었어요. 살려달라고 왔더라고요. 자기가 돈을 못메꾸니까 건건이 전화오고 다그치고 제가 해결해주고. (빚쟁이가) 쫓아오면 돈을 주고. 그런 상황에서 A 씨가 집을 나왔죠."

"지금 시대가 여기는 홀 장사하는 곳인데 (학대하면) 벌써 손님이 알죠. 제가 답답한 것은 왜 A 씨가 힘들 때는 우리가 정말 힘들어서 12시까지도 빚 갚으려고 1년 넘게는 야근하면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럴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빚 (갚고) 2년 되니까 (가족들이) 찾아오셔서 그런 건데."

A 씨가 다친 것도 본인이 배달하며 온갖 사고를 냈기 때문이고 오히려 자신이 그 때문에 합의금 등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들은 오히려 병원을 가라, 일 그만두고 음식점을 떠나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A 씨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병원 입원을 얼마 못한 것도 자신들이 시킨 것이 아니라 A 씨가 답답하다며 스스로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A 씨가 사고를 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속 배달 일을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지난해 가을부터 남자 사장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A 씨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어 A 씨의 상태를 잘 몰랐다는 설명입니다.

"(말씀이 사고가 난 것은 다 알고 계시고 그런데 A 씨 상태가 안좋은 것은 모르고 있었다면서요. 사고 나는 것은 사장님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 있잖아요? 배달을 못하게 하셔야하는 것 아니에요?) A 씨가 떠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병원 다니고. (배달을 언제까지 했나요?) 배달은 가는날까지 1월달까지."

업주는 A 씨의 가족이 자신들을 협박하고 있어 더는 이야기하기 싫다며 A 씨와 직접 만나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야기하고 합의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경찰 수사 착수…미리 막을 수 없었나?

양측의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은 상태입니다. 서로의 지인들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고 사기꾼이라는 등의 연락도 여럿 받아서 사실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경기 여주경찰서에 업주를 고소해 현재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일주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A 씨 모녀로부터 장시간의 피해자 진술을 받았는데 업주를 폭행과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입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엇갈려서 간단한 수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미리 알고 막을 수 없었을까요?

주변에서는 A 씨가 얼굴에 멍이 들어 다니는 등 항상 좋지 못한 모습으로 다녔고, 다쳐서 병원을 드나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경찰이 등장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A 씨의 가족들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A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하고 찾았는데요. 가게를 방문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경찰에 신고해서 업주와 A 씨가 경찰 조사까지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업주에 극도로 의존적이었던 A 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아 제대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A 씨가 여러 번 오토바이 배달 사고를 내면서 경찰이 가게로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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