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일본 오염수 통제는 새빨간 ‘거짓말’…‘해양방류’ 대안 있다!”

입력 2021.03.11 (07:00) 수정 2021.03.1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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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규모 9.0의 강진이 동북부를 강타한 시각입니다. 지진은 최대 9.3m짜리 쓰나미(지진해일)와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을 만들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삼중'(트리플) 재난으로 1만 5천899명이 숨지고, 2천527명이 행방불명됐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이틀 앞둔 9일, KBS 취재진은 당시 일본 총리로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간 나오토(菅直人·75) 입헌민주당 중의원 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3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할 때 ‘방사능 오염수를 언더 컨트롤(under control·통제)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추진 중인 일본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면서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끝날 때까지 오염수를 일본 땅에 보관하는 등 보다 안전한 처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KBS 도쿄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KBS 도쿄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맞은 소회는.

"나 자신부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후해 180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일본의 기술력이 높아 사람의 실수로 큰 원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10년 전 사고에 조우하고 나서야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재'(人災)였다. 안타깝지만 지난 10년간 도쿄전력의 체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걸 최근 지진으로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지난달 13일,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 설치된 지진계 2대는 고장 난 상태였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이를 포함해 원전 피해 상황을 자세히 밝히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았다.)

-사고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원자력안전보안원'이라는 기구가 원전 안전성을 검토해왔다. 사고가 나서 원장을 불러 설명을 듣는데 이해가 잘 되질 않더라. 내가 못 알아듣는 건지, 상대가 설명을 못 하는 건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원장, 당신 원자력 전문가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해온 경제 부처의 산하 기구가 원전 규제를 담당하고, 더욱이 안전 책임자가 원자력 전문가도 아니었다는 데 정말 놀랐다."

(*원전 사고 직후, 일본의 기존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보안원을 대체하는 통합 독립 기구로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12년 설립됐다. 또 규제위를 보좌하는 관료 집단은 경제산업성에서 환경성으로 바뀌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

-지금은 일본 국민 76%가 '탈원전'을 지지한다.

"나 역시 지금은 원전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레고리 야스코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다. 그의 판단은 반경 250km 범위 안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면 원전을 만들어도 좋다는 거다. 한국과 일본에 그런 땅은 없다. 러시아나 미국 일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아베 전 총리는 "원전 걱정 말라"는 의미로 ‘언더 컨트롤’ 표현을 즐겨 썼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아베 정권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관계없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냈다.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에 '방사능 수치가 낮아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 물에 섞이면 농도가 묽어지는 건 당연하다. 오염수만 봐도 그렇다. 트리튬(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다.

한국도 후쿠시마산 생선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오염수 배출에 따른 '풍평피해'(風評被害·이미지 악화에 따른 지역 피해)가 다시 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6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통신〉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6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통신〉

-스가 총리 역시 곧 '해양 방류'를 강행할 태세인데

"방법은 다 나와 있다. 예컨대 플루토늄 반감기는 2만 3천 년 정도이지만, 삼중수소는 6년이다. 이 수치가 충분히 내려가는 시점에 오염수를 처리하면 된다.

나 역시 매년 후쿠시마에 가는데 원전 부지 북쪽에 7호, 8호기를 지을 땅이 비어 있다. 그곳에 오염수 저장 탱크를 증설하면 된다. 스가 정부는 해양 방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이(탱크 증설)를 포함해 보다 안전한 처리 방법이 있을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넉 달여 남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이 효과를 높여 전 세계적으로 괜찮아진다면 가능하겠지. 그렇게 될까. 결론을 말하진 않겠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말을 빌리자면 '안전하게 개최 가능한지 어떤지 과학에 기반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은 계속 줄고 있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한다."

일본 정부가 올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부흥'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월 29일 후쿠시마현 J빌리지 인근에서 시위하고 있다. 〈교도통신〉일본 정부가 올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부흥'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월 29일 후쿠시마현 J빌리지 인근에서 시위하고 있다. 〈교도통신〉

간 전 총리는 집권 당시인 2010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간 나오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으나 "개인과 당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습니다.

대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부인이 차도(茶道)를 즐긴다. 조선에서 유래된 귀중하고 좋은 차 도구가 있다. 일본의 문화는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를 통해 전해진 게 많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일본의 문화 선생님이다.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싸우기도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관계이다.

두 나라 국민이 긴 역사를 충분히 안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 역시 이런 입장으로 행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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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일본 오염수 통제는 새빨간 ‘거짓말’…‘해양방류’ 대안 있다!”
    • 입력 2021-03-11 07:00:32
    • 수정2021-03-11 08:17:13
    특파원 리포트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규모 9.0의 강진이 동북부를 강타한 시각입니다. 지진은 최대 9.3m짜리 쓰나미(지진해일)와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을 만들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삼중'(트리플) 재난으로 1만 5천899명이 숨지고, 2천527명이 행방불명됐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이틀 앞둔 9일, KBS 취재진은 당시 일본 총리로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간 나오토(菅直人·75) 입헌민주당 중의원 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3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할 때 ‘방사능 오염수를 언더 컨트롤(under control·통제)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추진 중인 일본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면서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끝날 때까지 오염수를 일본 땅에 보관하는 등 보다 안전한 처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KBS 도쿄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맞은 소회는.

"나 자신부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후해 180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일본의 기술력이 높아 사람의 실수로 큰 원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10년 전 사고에 조우하고 나서야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재'(人災)였다. 안타깝지만 지난 10년간 도쿄전력의 체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걸 최근 지진으로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지난달 13일,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 설치된 지진계 2대는 고장 난 상태였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이를 포함해 원전 피해 상황을 자세히 밝히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았다.)

-사고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원자력안전보안원'이라는 기구가 원전 안전성을 검토해왔다. 사고가 나서 원장을 불러 설명을 듣는데 이해가 잘 되질 않더라. 내가 못 알아듣는 건지, 상대가 설명을 못 하는 건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원장, 당신 원자력 전문가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해온 경제 부처의 산하 기구가 원전 규제를 담당하고, 더욱이 안전 책임자가 원자력 전문가도 아니었다는 데 정말 놀랐다."

(*원전 사고 직후, 일본의 기존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보안원을 대체하는 통합 독립 기구로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12년 설립됐다. 또 규제위를 보좌하는 관료 집단은 경제산업성에서 환경성으로 바뀌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
-지금은 일본 국민 76%가 '탈원전'을 지지한다.

"나 역시 지금은 원전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레고리 야스코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다. 그의 판단은 반경 250km 범위 안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면 원전을 만들어도 좋다는 거다. 한국과 일본에 그런 땅은 없다. 러시아나 미국 일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아베 전 총리는 "원전 걱정 말라"는 의미로 ‘언더 컨트롤’ 표현을 즐겨 썼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아베 정권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관계없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냈다.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에 '방사능 수치가 낮아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 물에 섞이면 농도가 묽어지는 건 당연하다. 오염수만 봐도 그렇다. 트리튬(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다.

한국도 후쿠시마산 생선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오염수 배출에 따른 '풍평피해'(風評被害·이미지 악화에 따른 지역 피해)가 다시 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6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통신〉
-스가 총리 역시 곧 '해양 방류'를 강행할 태세인데

"방법은 다 나와 있다. 예컨대 플루토늄 반감기는 2만 3천 년 정도이지만, 삼중수소는 6년이다. 이 수치가 충분히 내려가는 시점에 오염수를 처리하면 된다.

나 역시 매년 후쿠시마에 가는데 원전 부지 북쪽에 7호, 8호기를 지을 땅이 비어 있다. 그곳에 오염수 저장 탱크를 증설하면 된다. 스가 정부는 해양 방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이(탱크 증설)를 포함해 보다 안전한 처리 방법이 있을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넉 달여 남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이 효과를 높여 전 세계적으로 괜찮아진다면 가능하겠지. 그렇게 될까. 결론을 말하진 않겠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말을 빌리자면 '안전하게 개최 가능한지 어떤지 과학에 기반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은 계속 줄고 있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한다."

일본 정부가 올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부흥'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월 29일 후쿠시마현 J빌리지 인근에서 시위하고 있다. 〈교도통신〉
간 전 총리는 집권 당시인 2010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간 나오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으나 "개인과 당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습니다.

대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부인이 차도(茶道)를 즐긴다. 조선에서 유래된 귀중하고 좋은 차 도구가 있다. 일본의 문화는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를 통해 전해진 게 많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일본의 문화 선생님이다.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싸우기도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관계이다.

두 나라 국민이 긴 역사를 충분히 안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 역시 이런 입장으로 행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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