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저수지 찾았던 부부…아내는 ‘액셀’을 밟았다

입력 2021.03.11 (09:00) 수정 2021.03.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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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2월 11일 오후 8시 44분쯤 경기 평택시.

가정주부 A(59)씨는 남편 B(56)씨한테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남편은 A 씨에게 “술을 마셨으니 평택 모 주차장으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말한다.

이에 A 씨는 승용차를 운전하고 남편이 이야기한 곳에 도착, 그곳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이후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던 이 부부에게 얼마 후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30분 동안 남편을 기다린 A 씨는 남편이 그동안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을 알게 되면서 화가 났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담배를 피우면 나도 C 씨에게 매일 놀러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A 씨가 얘기한 C 씨는 평택 모 은행의 지점장으로 A 씨는 2016년 11월 당시 이곳에서 대출을 받은 인연으로 C 씨와 가깝게 지냈다.

아내가 C 씨 얘기를 꺼내자 남편 B 씨는 “그 남자랑 바람을 피우고, 외도하고 온 것 아니냐, C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다 보았다”며 화를 냈다.

이후에도 목소리가 높아진 두 사람은 차를 몰고 집 주변 인근 저수지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두 사람의 다툼은 격렬해졌고 결국 사달이 난다.

남편 B 씨는 A 씨 지인으로부터 외도 사실을 들었다고 아내 A씨에게 얘기했고, 이에 A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물었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아내 A씨의 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도 의심도 모자라 자신의 지인한테까지 욕을 하자 아내 A 씨는 격분했다.

결국 밤 9시 56분쯤 아내는 남편에게 욕설을 퍼붓고 승용차 기어를 P에서 D로 옮긴 후 액셀을 밟아 저수지로 돌진했다.

이로 인해 저수지 턱에 걸린 승용차가 뒤집혀 전복되면서 물에 빠졌다. 이 사고로
아내 A씨는 빠져나왔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편 B 씨는 목을 다쳐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익사했다.

결국,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과 변호인은 “일련의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격분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순간적으로 나마 예견하면서도 우발적·충동적으로 차량을 운전해 저수지로 돌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 결국,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과거 외도한 사실이 있다고 생각해 이런 취지로 피고인에게 이야기하고, 피고인의 지인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 그러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죽어버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 피해자를 폭행하는 등 감정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갑자기 기어를 주행으로 변경하고 차량을 운전해 저수지로 돌진했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이 저수지로 추락하기 전에 멈추려 하거나 주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이 발생한 저수지는 두 사람의 집 근처로 피고인은 평소 이 저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겨울철 차량의 저수지 추락 사고는 사망의 가능성이나 생명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근거를 들어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세용)는 A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 이수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로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가치”라며 “피의자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이 사건을 일으켰고, 피해자는 한순간에 생명을 잃게 되었으므로 범행의 결과가 더없이 중대하다. 피해자의 유족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원만하게 혼인생활을 유지해왔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결과 피고인 본인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는 하나, 피고인이 살인의 확정적인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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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저수지 찾았던 부부…아내는 ‘액셀’을 밟았다
    • 입력 2021-03-11 09:00:35
    • 수정2021-03-11 16:18:28
    취재후·사건후

지난 2018년 2월 11일 오후 8시 44분쯤 경기 평택시.

가정주부 A(59)씨는 남편 B(56)씨한테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남편은 A 씨에게 “술을 마셨으니 평택 모 주차장으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말한다.

이에 A 씨는 승용차를 운전하고 남편이 이야기한 곳에 도착, 그곳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이후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던 이 부부에게 얼마 후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30분 동안 남편을 기다린 A 씨는 남편이 그동안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을 알게 되면서 화가 났다. 이에 A 씨는 B 씨에게 “담배를 피우면 나도 C 씨에게 매일 놀러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A 씨가 얘기한 C 씨는 평택 모 은행의 지점장으로 A 씨는 2016년 11월 당시 이곳에서 대출을 받은 인연으로 C 씨와 가깝게 지냈다.

아내가 C 씨 얘기를 꺼내자 남편 B 씨는 “그 남자랑 바람을 피우고, 외도하고 온 것 아니냐, C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다 보았다”며 화를 냈다.

이후에도 목소리가 높아진 두 사람은 차를 몰고 집 주변 인근 저수지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두 사람의 다툼은 격렬해졌고 결국 사달이 난다.

남편 B 씨는 A 씨 지인으로부터 외도 사실을 들었다고 아내 A씨에게 얘기했고, 이에 A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물었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아내 A씨의 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도 의심도 모자라 자신의 지인한테까지 욕을 하자 아내 A 씨는 격분했다.

결국 밤 9시 56분쯤 아내는 남편에게 욕설을 퍼붓고 승용차 기어를 P에서 D로 옮긴 후 액셀을 밟아 저수지로 돌진했다.

이로 인해 저수지 턱에 걸린 승용차가 뒤집혀 전복되면서 물에 빠졌다. 이 사고로
아내 A씨는 빠져나왔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편 B 씨는 목을 다쳐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익사했다.

결국,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과 변호인은 “일련의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격분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순간적으로 나마 예견하면서도 우발적·충동적으로 차량을 운전해 저수지로 돌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 결국,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과거 외도한 사실이 있다고 생각해 이런 취지로 피고인에게 이야기하고, 피고인의 지인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어 그러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죽어버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 피해자를 폭행하는 등 감정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갑자기 기어를 주행으로 변경하고 차량을 운전해 저수지로 돌진했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이 저수지로 추락하기 전에 멈추려 하거나 주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이 발생한 저수지는 두 사람의 집 근처로 피고인은 평소 이 저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겨울철 차량의 저수지 추락 사고는 사망의 가능성이나 생명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근거를 들어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세용)는 A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 이수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로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가치”라며 “피의자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이 사건을 일으켰고, 피해자는 한순간에 생명을 잃게 되었으므로 범행의 결과가 더없이 중대하다. 피해자의 유족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원만하게 혼인생활을 유지해왔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결과 피고인 본인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는 하나, 피고인이 살인의 확정적인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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