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님, 교회 방문 쉿!” 거짓 진술 확진자들 줄줄이 벌금형

입력 2021.03.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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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거짓 진술한 확진자들 최근 법적 처벌 잇따라

전국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벌어졌던 지난해 여름. 방역당국이 애를 먹었던 점 가운데 하나가 방문판매업체와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들의 비협조였습니다.

일부 확진자들은 방역당국 역학조사관에게 방문판매업체와 종교시설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 동선을 진술해 혼선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접촉자 검사와 방역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곳곳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속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던 당시,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던 확진자들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최근 잇따라 내려지고 있습니다.

■ 확진 전 교회에서 예배한 사실 숨긴 교인들…이유는?

지난해 8월, 대전의 한 교회에 다니는 60대 여성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여성 모두 앞서 8월 중순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본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성은 역학조사관에게 "교회를 다닌 지 굉장히 오래됐다",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머지 한 여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회를 다닌 지 오래됐고 지금은 교회를 안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이 드러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인들. 그런데 거짓말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해당 교회 목사 60살 A 씨가 교회 방문을 숨기라고 이들에게 종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목사 A 씨 교회 지난해 8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목사 A 씨 교회

■ "권사님, 교회 얘기 하면 저 망해요"…벌금 3천만 원 선고

A 씨는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 교회 운영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교인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회 방문 사실을 숨겨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A 씨는 확진된 한 교인에게는 "권사님, 저희 교회 이야기 하지 마세요", "5천만 원을 빌려 교회를 세웠는데 교회 이야기하면 저 망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교인에게는 "두 사람이 병원에 같이 다니면서 확진된 것인데 교회 이야기는 왜 하느냐", "교회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며 거짓 진술을 시켰습니다.

교인 2명은 실제로 대전시 역학조사관에게 교회 방문 사실을 숨겼고, 접촉자 파악이 늦어지면서 해당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 20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또 연쇄감염으로 확진된 교인 가족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교사' 혐의로 기소된 목사 A 씨에게 벌금 3천만 원을 선고하고, 교인 2명에게는 각각 벌금 천만 원과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당시 확진된 목사 A 씨의 부인도 앞서 인천 계양구에 있는 기도 모임 장소를 방문하고도 이 사실을 숨긴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 방문판매업체 들른 사실 숨겼다가 GPS에 덜미

지난해 6월, 대전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51살 여성 B 씨. 확진 나흘 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B 씨 역시 방역당국에 이런 사실을 은폐했습니다.

역학조사관이 전화를 걸어 동선을 조사했을 때 "인천을 방문했다"는 진술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역학조사관이 다시 20여 차례나 전화를 걸어 통화할 때도 "인천 주안역에 갔다가 자동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서류만 내고 대전으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B 씨의 거짓 진술은 GPS 추적에서 결국 들통 났습니다.

전주시 역학조사관이 전주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GPS 추적으로 B 씨가 전주에 다녀간 사실을 파악했고 이를 근거로 추궁하자 결국 B 씨가 실토했습니다.

 지난해 6월 B 씨가 전주에 이어 대전에서 들른 방문판매업체 지난해 6월 B 씨가 전주에 이어 대전에서 들른 방문판매업체

■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 운영 전력…직접 차 몰고 방문하고도 "기억 안 나요"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일 뿐 고의로 숨겼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역학조사관에게 진술하기 불과 나흘 전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대전에서 전주에 있는 방문판매업체에 들른 점, 잠깐 들른 것이 아니라 5시간가량 머물렀고 대전과 전주를 오간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를 온전히 쓴 점을 근거로 B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B 씨가 단순히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등 고의로 사실을 은폐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B 씨가 앞서 지난 2019년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을 개설, 운영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점 때문에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을 숨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B 씨에게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죄로 벌금 천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저마다 황당한 이유로 거짓 진술해 법정에 선 확진자들. 법원은 이들이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범국가적, 범국민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엄단해야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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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사님, 교회 방문 쉿!” 거짓 진술 확진자들 줄줄이 벌금형
    • 입력 2021-03-11 16:36:50
    취재K

■ 지난해 여름 거짓 진술한 확진자들 최근 법적 처벌 잇따라

전국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벌어졌던 지난해 여름. 방역당국이 애를 먹었던 점 가운데 하나가 방문판매업체와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들의 비협조였습니다.

일부 확진자들은 방역당국 역학조사관에게 방문판매업체와 종교시설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 동선을 진술해 혼선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접촉자 검사와 방역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곳곳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속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던 당시,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던 확진자들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최근 잇따라 내려지고 있습니다.

■ 확진 전 교회에서 예배한 사실 숨긴 교인들…이유는?

지난해 8월, 대전의 한 교회에 다니는 60대 여성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여성 모두 앞서 8월 중순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본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성은 역학조사관에게 "교회를 다닌 지 굉장히 오래됐다",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머지 한 여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회를 다닌 지 오래됐고 지금은 교회를 안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이 드러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인들. 그런데 거짓말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해당 교회 목사 60살 A 씨가 교회 방문을 숨기라고 이들에게 종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목사 A 씨 교회
■ "권사님, 교회 얘기 하면 저 망해요"…벌금 3천만 원 선고

A 씨는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 교회 운영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교인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회 방문 사실을 숨겨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A 씨는 확진된 한 교인에게는 "권사님, 저희 교회 이야기 하지 마세요", "5천만 원을 빌려 교회를 세웠는데 교회 이야기하면 저 망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교인에게는 "두 사람이 병원에 같이 다니면서 확진된 것인데 교회 이야기는 왜 하느냐", "교회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며 거짓 진술을 시켰습니다.

교인 2명은 실제로 대전시 역학조사관에게 교회 방문 사실을 숨겼고, 접촉자 파악이 늦어지면서 해당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 20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또 연쇄감염으로 확진된 교인 가족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교사' 혐의로 기소된 목사 A 씨에게 벌금 3천만 원을 선고하고, 교인 2명에게는 각각 벌금 천만 원과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당시 확진된 목사 A 씨의 부인도 앞서 인천 계양구에 있는 기도 모임 장소를 방문하고도 이 사실을 숨긴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 방문판매업체 들른 사실 숨겼다가 GPS에 덜미

지난해 6월, 대전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51살 여성 B 씨. 확진 나흘 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B 씨 역시 방역당국에 이런 사실을 은폐했습니다.

역학조사관이 전화를 걸어 동선을 조사했을 때 "인천을 방문했다"는 진술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역학조사관이 다시 20여 차례나 전화를 걸어 통화할 때도 "인천 주안역에 갔다가 자동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서류만 내고 대전으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B 씨의 거짓 진술은 GPS 추적에서 결국 들통 났습니다.

전주시 역학조사관이 전주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GPS 추적으로 B 씨가 전주에 다녀간 사실을 파악했고 이를 근거로 추궁하자 결국 B 씨가 실토했습니다.

 지난해 6월 B 씨가 전주에 이어 대전에서 들른 방문판매업체
■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 운영 전력…직접 차 몰고 방문하고도 "기억 안 나요"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일 뿐 고의로 숨겼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역학조사관에게 진술하기 불과 나흘 전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대전에서 전주에 있는 방문판매업체에 들른 점, 잠깐 들른 것이 아니라 5시간가량 머물렀고 대전과 전주를 오간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를 온전히 쓴 점을 근거로 B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B 씨가 단순히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등 고의로 사실을 은폐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B 씨가 앞서 지난 2019년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을 개설, 운영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점 때문에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사실을 숨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B 씨에게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죄로 벌금 천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저마다 황당한 이유로 거짓 진술해 법정에 선 확진자들. 법원은 이들이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범국가적, 범국민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엄단해야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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