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오늘 새벽 3시 17분.
충북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불길이 치솟는 차 안에 운전자와 탑승자 등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엔진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졌고 운전석과 조수석은 뼈대만 남은 승용차 어디에서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사고 현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가드레일 근처에서 두 사람이 119구조대를 향해 크게 손짓했습니다. 손짓을 보고 다가간 증평소방서 119구조대 박종현 소방교는 그제야 손짓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곳에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누워있었던 겁니다.
박 소방교는 자신을 부른 사람들에게 "사고 현장을 목격하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우리가 봤을 땐 이미 사고가 나 있었고, 우리가 이 사람(운전자)을 꺼냈다"고 답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섬을 덮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차 바닥이 모두 부서지고 엔진에 불이 붙었는데, 불길이 치솟는 차 안에 운전자 45살 A 씨가 갇혀 있었던 겁니다.
두 사람은 잠시 뒤 출동한 119구조대에 A 씨를 인계했습니다. 그리고 신원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은 환경미화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충남 금산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괴산의 돼지농장에 전달하고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거세지는 불꽃만큼 폭발 위험도 큰 상황. 하지만 두 미화원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힘을 합쳐 운전석 문을 연 이들은 폭발을 우려해 사고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가드레일 옆으로 운전자를 대피시켰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경찰을 통해 "사고 현장에서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낯선 사람들의 신속한 도움 덕분에,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화면 출처 : 충북 증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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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 뿜는 차량화재 현장…운전자를 구한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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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11 19:07:44
"사고가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오늘 새벽 3시 17분.
충북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불길이 치솟는 차 안에 운전자와 탑승자 등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엔진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졌고 운전석과 조수석은 뼈대만 남은 승용차 어디에서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사고 현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가드레일 근처에서 두 사람이 119구조대를 향해 크게 손짓했습니다. 손짓을 보고 다가간 증평소방서 119구조대 박종현 소방교는 그제야 손짓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곳에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누워있었던 겁니다.
박 소방교는 자신을 부른 사람들에게 "사고 현장을 목격하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우리가 봤을 땐 이미 사고가 나 있었고, 우리가 이 사람(운전자)을 꺼냈다"고 답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섬을 덮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차 바닥이 모두 부서지고 엔진에 불이 붙었는데, 불길이 치솟는 차 안에 운전자 45살 A 씨가 갇혀 있었던 겁니다.
두 사람은 잠시 뒤 출동한 119구조대에 A 씨를 인계했습니다. 그리고 신원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은 환경미화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충남 금산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괴산의 돼지농장에 전달하고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거세지는 불꽃만큼 폭발 위험도 큰 상황. 하지만 두 미화원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힘을 합쳐 운전석 문을 연 이들은 폭발을 우려해 사고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가드레일 옆으로 운전자를 대피시켰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경찰을 통해 "사고 현장에서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낯선 사람들의 신속한 도움 덕분에,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화면 출처 : 충북 증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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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영 기자 123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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