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잊혀진 아이의 비극

입력 2021.03.12 (10:59) 수정 2021.03.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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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

외할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이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지난 달 구미에서 3살 여자 아이가 빈집에 방치된 채 숨진 사건이 발생했죠.

아이를 최초 발견한 건 아래층에 살던 외할머니 A 씨. 딸 B 씨와 같은 건물에 살던 A 씨는 B씨가 이사를 간 이후 방을 치워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에 딸의 집을 찾았다가 아이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풀어갈수록 무엇인가 잘 맞지 않습니다. 당시 친모로 알려졌던 B 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 라고 말했는데요. 경찰이 아이 시신을 기반으로 DNA 검사를 한 결과 B 씨도, 이혼한 전남편도 모두 친자관계가 아니라고 나온 겁니다.

놀란 경찰은 외할머니와 주변인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고 놀랍게도 '법적인 외할머니가 유전적인 어머니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 경찰도 '충격'에 여러 차례 확인

이 사건,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은 많았습니다. 같은 건물 위, 아래층에 살면서도 모녀가 왕래가 없었고 딸이 이사 간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집을 찾았다는 점도 이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숨진 아이와 B씨가 사실은 자매 사이라뇨.

믿을 수 없는 황당한 결과에 놀란 건 경찰도 마찬가지. 경찰은 "거듭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의뢰해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DNA가 바뀌었을 확률까지 감안해 3차 정밀검사와 확인 검사까지 거친 뒤 친모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이 살해에 관여한 혐의로 법원에 출두한 A 씨는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울분을 토하듯이 '아니라고요.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요.'하는 A 씨 반응에 주변에 있던 기자들도 크게 당황했습니다. 단호하게 본인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며 딸의 아이, 즉 손녀라는 겁니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 아이를 바꿔치기했다? 의혹만 일파만파

경찰이 보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A 씨와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했고, A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겁니다. 두 아이 모두 딸이었고 숨진 아이 외모까지 B 씨와 닮았다고 합니다. B 씨는 DNA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철석같이 자신의 아이로 믿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숨진 아이가 본인 딸이 아니라고 하자 B 씨는 믿을 수가 없다며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A 씨는 아이의 시신을 처음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최초 신고자’였습니다. 만일 경찰의 수사 내용이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A씨가 아이를 처음 발견한 정황 등 사건의 핵심적인 부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어제 A 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유전자 감정 결과 등에 의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많습니다. 경찰은 정말 아이가 두 명이라면, 진짜 B 씨의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기록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또 아이 아빠를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경찰은 A 씨의 내연남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를 했고 이르면 오늘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여러 차례 검사할 계획입니다.

■ 막 장 드라마보다 더 중요한 건 … '숨진 아이' 의 비극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는 충격적인 정황 속에 언론을 비롯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냐, 사건이 어떻게 된 거냐.' 호기심도 커집니다. 관심을 노린 가십거리 이야기도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관심이 막장 드라마로 향한 사이, 숨진 '3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사랑스러울 나이, 하지만 부모의 학대 속에 빈집에 방치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던 그 어린아이. 그 안타까운 죽음의 내막을 밝히고 다시는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입니다. 친모가 누구인지, 친부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도, 결국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한 과정일 뿐입니다.

잊힐 만하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끔찍한 아동 학대와 아동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더 깊은 고민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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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잊혀진 아이의 비극
    • 입력 2021-03-12 10:59:10
    • 수정2021-03-12 11:20:24
    취재K

■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

외할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이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지난 달 구미에서 3살 여자 아이가 빈집에 방치된 채 숨진 사건이 발생했죠.

아이를 최초 발견한 건 아래층에 살던 외할머니 A 씨. 딸 B 씨와 같은 건물에 살던 A 씨는 B씨가 이사를 간 이후 방을 치워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에 딸의 집을 찾았다가 아이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풀어갈수록 무엇인가 잘 맞지 않습니다. 당시 친모로 알려졌던 B 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 라고 말했는데요. 경찰이 아이 시신을 기반으로 DNA 검사를 한 결과 B 씨도, 이혼한 전남편도 모두 친자관계가 아니라고 나온 겁니다.

놀란 경찰은 외할머니와 주변인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고 놀랍게도 '법적인 외할머니가 유전적인 어머니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 경찰도 '충격'에 여러 차례 확인

이 사건,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은 많았습니다. 같은 건물 위, 아래층에 살면서도 모녀가 왕래가 없었고 딸이 이사 간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집을 찾았다는 점도 이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숨진 아이와 B씨가 사실은 자매 사이라뇨.

믿을 수 없는 황당한 결과에 놀란 건 경찰도 마찬가지. 경찰은 "거듭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의뢰해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DNA가 바뀌었을 확률까지 감안해 3차 정밀검사와 확인 검사까지 거친 뒤 친모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이 살해에 관여한 혐의로 법원에 출두한 A 씨는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울분을 토하듯이 '아니라고요.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요.'하는 A 씨 반응에 주변에 있던 기자들도 크게 당황했습니다. 단호하게 본인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며 딸의 아이, 즉 손녀라는 겁니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 아이를 바꿔치기했다? 의혹만 일파만파

경찰이 보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A 씨와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했고, A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겁니다. 두 아이 모두 딸이었고 숨진 아이 외모까지 B 씨와 닮았다고 합니다. B 씨는 DNA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 철석같이 자신의 아이로 믿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숨진 아이가 본인 딸이 아니라고 하자 B 씨는 믿을 수가 없다며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A 씨는 아이의 시신을 처음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최초 신고자’였습니다. 만일 경찰의 수사 내용이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A씨가 아이를 처음 발견한 정황 등 사건의 핵심적인 부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법원은 어제 A 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유전자 감정 결과 등에 의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많습니다. 경찰은 정말 아이가 두 명이라면, 진짜 B 씨의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기록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또 아이 아빠를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경찰은 A 씨의 내연남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를 했고 이르면 오늘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여러 차례 검사할 계획입니다.

■ 막 장 드라마보다 더 중요한 건 … '숨진 아이' 의 비극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는 충격적인 정황 속에 언론을 비롯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냐, 사건이 어떻게 된 거냐.' 호기심도 커집니다. 관심을 노린 가십거리 이야기도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관심이 막장 드라마로 향한 사이, 숨진 '3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사랑스러울 나이, 하지만 부모의 학대 속에 빈집에 방치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던 그 어린아이. 그 안타까운 죽음의 내막을 밝히고 다시는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입니다. 친모가 누구인지, 친부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도, 결국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한 과정일 뿐입니다.

잊힐 만하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끔찍한 아동 학대와 아동 사망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더 깊은 고민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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