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최악 미세먼지, 중국산-한국산 나눠서 살펴보니

입력 2021.03.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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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흘째 답답한 하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1일) 수도권 지역은 2년 만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치솟았습니다. 오늘(12일) 오전까지도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서 평소의 3~4배에 달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는데요.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환경 당국과 전문가들은 '동서로 자리 잡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내뿜지는 않죠. 미세먼지를 쌓이게 한 건 '고기압'이지만, 내뿜는 건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어디에서 왔고, 누가 내뿜은 걸까요?

■ 중국 뒤덮은 거대한 '미세먼지 구름'...한반도 영향은?

지난 9~11일 동북아시아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지난 9~11일 동북아시아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위 그림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 결과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5㎍/㎥를 넘는, 즉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쁨' 이상인 곳만 3차원으로 표출한 건데요. 표출이 안 된 지역도 초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고, 35㎍/㎥ 이하임을 의미합니다.

중국을 뒤덮은 '미세먼지 구름'이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대는 모습이 보이시죠. 반면 일본은 '청정 지대'처럼 보입니다. 중국 옆에 붙어 있는 한반도는 일본과 달리 '미세먼지 구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기 전부터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는 이미 미세먼지 띠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후 중국발 미세먼지가 덮친 뒤에는 서로 뒤섞여 눈으로는 분간하긴 어려워졌는데요.

과연 이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온 건지 이 지도를 만든 '제작자'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 한반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 '중국산'·'한국산' 나눠서 보니

이 예측 모델은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제작해 운영하는 모델입니다. 일반인들이 해외 사이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세먼지 지도도 '예측 모델'의 일종입니다.

이러한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앞서 3차원으로 표출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는데요. '중국산' 미세먼지와 '한국산' 미세먼지를 나눠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뉜 모델을 통해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덮친 이번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지난 9~11일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지난 9~11일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먼저 이 자료는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그러니까 '중국산' 초미세먼지만 따로 떼어내 살펴본 모델입니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중국발 오염 물질이 북한을 거쳐 한반도를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론 동풍에 밀려 11일까지 주로 서해안과 북한 지역을 뒤덮는 모습입니다.
지난 9~11일 남한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지난 9~11일 남한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이 자료는 남한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만 따로 떼어낸, 그러니까 '한국산'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예측한 모델입니다. 지난 9일 주로 수도권과 충남 일대에서 발생한 오염원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뒤 10일에는 다소 해소되지만, 11일 다시 수도권과 충남을 중심으로 짙게 드리워진 모습입니다.

결국,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지난 11일 새벽부터 오전 상황을 보면, 중국산 미세먼지와 한국산 미세먼지가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델에서는 이런 상황을 '눈짐작'만이 아닌 실제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사례는 어느 한쪽의 압도적인 영향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사례의 경우 중국 영향이 50~60%, 국내 영향이 35~40% 정도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자체 예측 모델을 운영하는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도 "아직 정밀 분석 중이지만, 지금 볼 때는 국내외 영향이 각각 절반 정도씩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의 경우 과거 배출량을 사용해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한 결과이기에 분명한 한계는 있습니다. 다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2년 전과 비슷한 '최악'의 기상 조건…하지만 미세먼지는 '최악' 피했다

이번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쳤던 2019년 3월과 매우 비슷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반도 동서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점점 더 짙어진 겁니다.

다만, 2년 전 사례의 경우 최장 16일이나 '나쁨' 이상의 고농도가 이어졌고,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기준 135㎍/㎥까지 높아지며 관측 사상 '최장·최악'의 미세먼지로 기록됐는데요. 이번 사례는 당시와 비슷한 '최악'의 기상 조건이었음에도, 미세먼지 상황은 '최악'을 피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 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배출량도 확실히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중국에서의 유입량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똑같은 오염 물질이 배출돼도 기상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큰 차이를 보이듯이, 기상 조건이 같더라도 배출량에 따라 미세먼지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2년 전이나 이번 사례를 유발한 '대기 정체형' 기압 배치가 점점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두 사례의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가 정체하는 상황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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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만에 최악 미세먼지, 중국산-한국산 나눠서 살펴보니
    • 입력 2021-03-12 16:24:27
    취재K

벌써 사흘째 답답한 하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1일) 수도권 지역은 2년 만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게 치솟았습니다. 오늘(12일) 오전까지도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서 평소의 3~4배에 달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는데요.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환경 당국과 전문가들은 '동서로 자리 잡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내뿜지는 않죠. 미세먼지를 쌓이게 한 건 '고기압'이지만, 내뿜는 건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어디에서 왔고, 누가 내뿜은 걸까요?

■ 중국 뒤덮은 거대한 '미세먼지 구름'...한반도 영향은?

지난 9~11일 동북아시아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위 그림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 결과입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5㎍/㎥를 넘는, 즉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쁨' 이상인 곳만 3차원으로 표출한 건데요. 표출이 안 된 지역도 초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고, 35㎍/㎥ 이하임을 의미합니다.

중국을 뒤덮은 '미세먼지 구름'이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대는 모습이 보이시죠. 반면 일본은 '청정 지대'처럼 보입니다. 중국 옆에 붙어 있는 한반도는 일본과 달리 '미세먼지 구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기 전부터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는 이미 미세먼지 띠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후 중국발 미세먼지가 덮친 뒤에는 서로 뒤섞여 눈으로는 분간하긴 어려워졌는데요.

과연 이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온 건지 이 지도를 만든 '제작자'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 한반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 '중국산'·'한국산' 나눠서 보니

이 예측 모델은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제작해 운영하는 모델입니다. 일반인들이 해외 사이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세먼지 지도도 '예측 모델'의 일종입니다.

이러한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앞서 3차원으로 표출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는데요. '중국산' 미세먼지와 '한국산' 미세먼지를 나눠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뉜 모델을 통해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덮친 이번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지난 9~11일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먼저 이 자료는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그러니까 '중국산' 초미세먼지만 따로 떼어내 살펴본 모델입니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중국발 오염 물질이 북한을 거쳐 한반도를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론 동풍에 밀려 11일까지 주로 서해안과 북한 지역을 뒤덮는 모습입니다.
지난 9~11일 남한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예측 모델 결과(자료 :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대기환경연구실)
이 자료는 남한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만 따로 떼어낸, 그러니까 '한국산'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예측한 모델입니다. 지난 9일 주로 수도권과 충남 일대에서 발생한 오염원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뒤 10일에는 다소 해소되지만, 11일 다시 수도권과 충남을 중심으로 짙게 드리워진 모습입니다.

결국,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지난 11일 새벽부터 오전 상황을 보면, 중국산 미세먼지와 한국산 미세먼지가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델에서는 이런 상황을 '눈짐작'만이 아닌 실제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사례는 어느 한쪽의 압도적인 영향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사례의 경우 중국 영향이 50~60%, 국내 영향이 35~40% 정도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자체 예측 모델을 운영하는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도 "아직 정밀 분석 중이지만, 지금 볼 때는 국내외 영향이 각각 절반 정도씩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의 경우 과거 배출량을 사용해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한 결과이기에 분명한 한계는 있습니다. 다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2년 전과 비슷한 '최악'의 기상 조건…하지만 미세먼지는 '최악' 피했다

이번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쳤던 2019년 3월과 매우 비슷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반도 동서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점점 더 짙어진 겁니다.

다만, 2년 전 사례의 경우 최장 16일이나 '나쁨' 이상의 고농도가 이어졌고,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기준 135㎍/㎥까지 높아지며 관측 사상 '최장·최악'의 미세먼지로 기록됐는데요. 이번 사례는 당시와 비슷한 '최악'의 기상 조건이었음에도, 미세먼지 상황은 '최악'을 피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 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배출량도 확실히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중국에서의 유입량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똑같은 오염 물질이 배출돼도 기상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큰 차이를 보이듯이, 기상 조건이 같더라도 배출량에 따라 미세먼지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2년 전이나 이번 사례를 유발한 '대기 정체형' 기압 배치가 점점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두 사례의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가 정체하는 상황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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