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미국의 중국 견제, 달라진 건 동맹 활용

입력 2021.03.12 (1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출범 두 달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 인도태평양 전략'에 속도를 냅니다. 전략의 핵심은 역시 대(對)중 견제입니다.

당장 우리 시각으로 오늘(12일) 밤, 중국 견제 목적의 다자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다음주15일부터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뒤, 국무·국방장관이 첫 해외순방지로 한일 두 나라를 찾는 것입니다.

'클라이맥스'는 그 뒤입니다. 아시아 순방을 마치자마자, 블링컨 장관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날아가 미·중 고위급 회담에 나섭니다.

미국에선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 당국자가 한 자리에 마주앉는 겁니다.

이렇게 1주일간 바짝 몰린 일정을 두고 일각에선 '슈퍼 위크(Super week)'라는 별칭도 붙였습니다. 동맹 강화와 대중 압박이라는 바이든 정부 대외 정책이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일정인 만큼, 무색하지 않은 별명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당선 전부터 중국과 1:1 전면전에 나서기보단 다자주의·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도 위에 쿼드 4개국의 위치를 표시해 보면 구도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일본과 인도, 호주, 미국이 지리적으로 중국을 둘러싼 모양새가 되는데요.

최근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쿼드 차원의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쿼드가 나토(NATO)처럼 국방 중심의 공식 안보협력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나 인권 등 핵심적인 가치를 앞세워 대(對)중 전선에 여러 국가를 포섭하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장 위구르족 학살 및 홍콩 인권탄압 문제 등 중국이 매우 민감해 하는 의제도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어제(11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을 두고 "대만이든, 홍콩 민주주의를 저지하려는 시도든, 경제적 관계에 대한 우려든 우리가 가진 우려와 이슈 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선 제압에 나섰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일부 어려운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영역을 논의하는 데 있어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쿼드'를 통한 압박이든, '가치 동맹'을 통한 압박이든, 미국의 대중 견제가 커질수록 우리 정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미국의 이번 '슈퍼 위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쏟아지는데요.

우선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쿼드 참여국인 일본을 거쳐 곧장 한국을 방문하는 건 우리에게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요구할 거라는 관측인데요.

정반대 해석도 존재합니다.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은 어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지금 (미국의) 분위기가 동맹들한테 무조건 듣겠다, 동맹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 이게 기본적인 기조"라며,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압박, 압력, 이건 다 낭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이 “중국에 대한 조율된 접근도 (한일) 양국에서 논의할 의제의 요소 중 하나"라고 예고하고 나서면서, 이번 일정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쿼드 확대 구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쿼드 플러스(기존의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를 합류시키는 방안)를 구상했을 때,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까지 했는데요. 여전히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어,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특정 국가를 배척하거나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배타적 지역 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역대 정부가 추구했던 것”이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슈퍼 위크'가 시작되면, 미국이 구상하는 대중국 전략과 그 전략의 바탕 위에 동맹국들에게 요구할 내용이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시간으로 늦은 밤 열리는 사상 첫 쿼드 정상회의가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먼저 지켜봐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변함없는 미국의 중국 견제, 달라진 건 동맹 활용
    • 입력 2021-03-12 17:02:54
    취재K

출범 두 달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 인도태평양 전략'에 속도를 냅니다. 전략의 핵심은 역시 대(對)중 견제입니다.

당장 우리 시각으로 오늘(12일) 밤, 중국 견제 목적의 다자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다음주15일부터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뒤, 국무·국방장관이 첫 해외순방지로 한일 두 나라를 찾는 것입니다.

'클라이맥스'는 그 뒤입니다. 아시아 순방을 마치자마자, 블링컨 장관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날아가 미·중 고위급 회담에 나섭니다.

미국에선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 당국자가 한 자리에 마주앉는 겁니다.

이렇게 1주일간 바짝 몰린 일정을 두고 일각에선 '슈퍼 위크(Super week)'라는 별칭도 붙였습니다. 동맹 강화와 대중 압박이라는 바이든 정부 대외 정책이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일정인 만큼, 무색하지 않은 별명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당선 전부터 중국과 1:1 전면전에 나서기보단 다자주의·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도 위에 쿼드 4개국의 위치를 표시해 보면 구도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일본과 인도, 호주, 미국이 지리적으로 중국을 둘러싼 모양새가 되는데요.

최근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쿼드 차원의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쿼드가 나토(NATO)처럼 국방 중심의 공식 안보협력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나 인권 등 핵심적인 가치를 앞세워 대(對)중 전선에 여러 국가를 포섭하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장 위구르족 학살 및 홍콩 인권탄압 문제 등 중국이 매우 민감해 하는 의제도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어제(11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을 두고 "대만이든, 홍콩 민주주의를 저지하려는 시도든, 경제적 관계에 대한 우려든 우리가 가진 우려와 이슈 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선 제압에 나섰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일부 어려운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영역을 논의하는 데 있어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쿼드'를 통한 압박이든, '가치 동맹'을 통한 압박이든, 미국의 대중 견제가 커질수록 우리 정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미국의 이번 '슈퍼 위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쏟아지는데요.

우선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쿼드 참여국인 일본을 거쳐 곧장 한국을 방문하는 건 우리에게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요구할 거라는 관측인데요.

정반대 해석도 존재합니다.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은 어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지금 (미국의) 분위기가 동맹들한테 무조건 듣겠다, 동맹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 이게 기본적인 기조"라며,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압박, 압력, 이건 다 낭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이 “중국에 대한 조율된 접근도 (한일) 양국에서 논의할 의제의 요소 중 하나"라고 예고하고 나서면서, 이번 일정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쿼드 확대 구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쿼드 플러스(기존의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를 합류시키는 방안)를 구상했을 때,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까지 했는데요. 여전히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어,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특정 국가를 배척하거나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배타적 지역 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역대 정부가 추구했던 것”이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슈퍼 위크'가 시작되면, 미국이 구상하는 대중국 전략과 그 전략의 바탕 위에 동맹국들에게 요구할 내용이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시간으로 늦은 밤 열리는 사상 첫 쿼드 정상회의가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먼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