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외국인 노동자 급감…“농촌은 멈추기 일보 직전”

입력 2021.03.13 (09:00) 수정 2021.03.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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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지역 외국인 노동자 급감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심한 곳은 농촌입니다. 젊은이들이 턱없이 부족해 60대 주민이 '청년'으로 분류되는 곳이 바로 농촌입니다 .

이미 농촌 지역에서는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기구를 들고 길을 걷는 모습, 농촌에서는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농촌에서 만나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줄어든 탓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입국을 계획했던 외국인 노동자는 11,000명 수준이었지만, 실제로 입국한 인원은 10분의 1 정도인 1,300명대에 그쳤습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전북 익산의 한 비닐하우스. 지난해 8월에 재배하기 시작한 딸기가 수확철을 맞아 빨갛게 익었습니다. 딸기를 손질해 상자에 넣는 청년 농부 신수연 씨의 손이 분주합니다.

신 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비닐하우스는 40동이 넘습니다. 지난해까지 5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했으나 현재 남은 사람은 단 2명뿐.

고용허가제를 통해 5년 동안 일해왔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 빈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신 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 딸기를 선별하고 포장하고 토마토를 심은 다른 비닐하우스를 살피려면 하루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신 씨의 비닐하우스는 사정이 낫습니다. 젊은 나이인 데다 아직 2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남아 있어 힘들어도 버틸만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고령의 농민들입니다. 60대에서 80대 농민들은 농번기에 파종을 시작하지 못한 곳은 물론이고, 애써 키운 작물을 일손이 부족해 거두지 못하고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국내 노동자들이 농업은 힘들다고 여겨 일용직조차 구하기가 어려운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일손 부족 현상은 농기계의 비중이 큰 벼농사보다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나 비닐하우스 작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 '차라리 불법 체류자 신분을'…불법 체류자는 역대 최다?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한국땅을 떠나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불법 체류자의 신분을 선택하는 기류도 보입니다.

임금 수준이 낮은 본국으로 돌아갈 바에는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불법 체류자가 되려는 겁니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불법 체류자는 39만 2백여 명이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조금 늘어난 39만 2천여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있는 인력조차도 다른 마음을 갖고 '야반도주'할까 봐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끝나기만 기다려야 하나?


정부의 대책은 마땅한 게 없습니다. 올해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 노동자는 6,400명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어 배정 인원을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소멸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1965년 농촌인구 고령화율(65세 기준)은 3.2%에 그쳤으나 2018년에는 45%까지 늘어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가 코로나19 속에서 약한 고리를 새삼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멈춤 버튼'을 누르기 일보 직전인 지금의 농촌 상황,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농촌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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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사태 외국인 노동자 급감…“농촌은 멈추기 일보 직전”
    • 입력 2021-03-13 09:00:43
    • 수정2021-03-13 09:12:21
    취재K

■ 농촌 지역 외국인 노동자 급감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심한 곳은 농촌입니다. 젊은이들이 턱없이 부족해 60대 주민이 '청년'으로 분류되는 곳이 바로 농촌입니다 .

이미 농촌 지역에서는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기구를 들고 길을 걷는 모습, 농촌에서는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농촌에서 만나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줄어든 탓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입국을 계획했던 외국인 노동자는 11,000명 수준이었지만, 실제로 입국한 인원은 10분의 1 정도인 1,300명대에 그쳤습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전북 익산의 한 비닐하우스. 지난해 8월에 재배하기 시작한 딸기가 수확철을 맞아 빨갛게 익었습니다. 딸기를 손질해 상자에 넣는 청년 농부 신수연 씨의 손이 분주합니다.

신 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비닐하우스는 40동이 넘습니다. 지난해까지 5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했으나 현재 남은 사람은 단 2명뿐.

고용허가제를 통해 5년 동안 일해왔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 빈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신 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 딸기를 선별하고 포장하고 토마토를 심은 다른 비닐하우스를 살피려면 하루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신 씨의 비닐하우스는 사정이 낫습니다. 젊은 나이인 데다 아직 2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남아 있어 힘들어도 버틸만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고령의 농민들입니다. 60대에서 80대 농민들은 농번기에 파종을 시작하지 못한 곳은 물론이고, 애써 키운 작물을 일손이 부족해 거두지 못하고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국내 노동자들이 농업은 힘들다고 여겨 일용직조차 구하기가 어려운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일손 부족 현상은 농기계의 비중이 큰 벼농사보다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나 비닐하우스 작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 '차라리 불법 체류자 신분을'…불법 체류자는 역대 최다?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한국땅을 떠나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불법 체류자의 신분을 선택하는 기류도 보입니다.

임금 수준이 낮은 본국으로 돌아갈 바에는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불법 체류자가 되려는 겁니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불법 체류자는 39만 2백여 명이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조금 늘어난 39만 2천여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있는 인력조차도 다른 마음을 갖고 '야반도주'할까 봐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끝나기만 기다려야 하나?


정부의 대책은 마땅한 게 없습니다. 올해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 노동자는 6,400명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어 배정 인원을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소멸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1965년 농촌인구 고령화율(65세 기준)은 3.2%에 그쳤으나 2018년에는 45%까지 늘어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가 코로나19 속에서 약한 고리를 새삼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멈춤 버튼'을 누르기 일보 직전인 지금의 농촌 상황,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농촌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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