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등만 19번 당첨” 로또 명당, 세금으로 길까지 넓힌다?

입력 2021.03.14 (07:00) 수정 2021.03.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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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 19번, 2등 68번 당첨"..."20번째 주인공은 나야 나!"

"형님, 오늘 저희 로또 명당 취재가요. 1등만 19번이나 나왔대요. 주변이 많이 막힌다고, 용인 쪽인데 주소가…."
"김 기자 알지 어딘지…. 나도 몇 번 갔었어. 주소 말해 주지 않아도 돼…. 거기에 개 한 마리가 있는데 뭔가 용해 보이기도 하고"

취재팀 4명 중 거기의 존재를 모르는 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입니다. 창밖의 풍경도 날씨도 좋았습니다.

출발부터 차 안에서는 각자의 로또 승률이 소개되고, 가로에 있는 번호는 3개도 맞추기 힘든데 세로로 볼 때 3개가 뭐냐 4개, 5개도 맞는다는 둥... 누가 1등이 됐는데 1등이 되면 다 불행하다. 아니다. 행복한 사람은 그냥 잘 살기 때문에 '로또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는 그런 뉴스 자체에 등장하지 않는다…. 로또를 사서 당첨되면 10%씩 주겠다…. 4명이 다 들은 상황이라…. 정말 나눠야 한다. 다음주에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로또가 된 것으로 알겠다 등….

모두들 이렇게 로또 당첨이 다 된 양 그렇게 꿈은 부풀어갔고, 이렇게 팍팍한 세상....일주일은 행복한 거 아니냐? 희망과 꿈을 주는 '로또의 효용론'에 '누구에게나 당첨될 확률은 같다. '게임의 규칙'은 제대로 작동된다'는 로또의 공정, 정의론까지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당첨이 되면 10%씩을 나눠줘야 하나…. 말을 했으니 해야지. 그런 좋은 생각을 해야 당첨이 될 거야…."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김 기자 저쪽을 봐봐… 차들이 밀려있고 밀려있는 쪽을 쭉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보였습니다. 목적지는 100m도 더 남아 있었지만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 때문에 흡사 그 모습이 목적지를 가리키는 화살표처럼…. 그 끝에는 <로또 판매점>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와 기흥구를 잇는 국지도 23호선의 한 구간. 평상시에도 밀리지만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지독하게 교통 체증이 빚어지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현장에 와 보니 답답함은 더 심했습니다.

인생은 '직진'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구간에선 유독 우회전 하려는 차량이 많아 편도 3차로 중 1개 차로는 사실상 '주자창' 과 다름 없었습니다. 이쪽 상황을 몰라 '그냥 밀리는가 보다.' 기다렸다가 뒤늦게 알아채고 차선을 바꾸는 차량들로 직진 차량의 흐름까지 더뎌 지면서 교통 체증과 사람들의 짜증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신고를 받고 교통경찰이 현장에 나와 '직진' 신호를 주어도 로또를 사기 위해 먼 곳으로부터 달려온 챠량들은 '마이웨이'를 고수할 뿐이었습니다.

'1등 19번, 2등 68번 당첨'이 나왔다는 '로또 명당'에서 20번째 1등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많은 이들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 로또 1등 당첨 확률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과학적 수치는 뒤로하고 '1등 19번, 2등 68번 당첨'이라는 엄연한 사실(?)에 오늘도 많은 분이 이곳, <로또 명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2억 원 들여 로또 판매소 앞 도로 넓힌다!… 세금으로?


'교통 체증' 은 기본이고, 잦은 접촉 사고 등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지자체인 용인시는 <로또 판매소> 앞 도로에 163m 길이의 감속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3월 안에 설계를 마치고 도로점용허가를 낸 뒤 6월까지 준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비 2억 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로또 판매소 앞 도로를 넓히기 위해 굳이 시민들의 세금까지 들어야 하나? 이런 의문이 듭니다. 문제인 듯 생각도 드는데요.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 아니다... 손 놓고 있으랴?"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여의도의 대형백화점 '더현대서울'에 6일 동안 15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을 유발한 '더현대서울'에 교통유발부담금으로 올해만 19억 원 이상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그렇다면 <로또 판매소>를 찾는 차량으로 교통혼잡이 빚어진 만큼 이곳에도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할 수는 없을까요?

용인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는 현장 사진과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긴 '친절한 자료'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굳이 세금까지 들여야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면 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용인시는 법률 검토까지 했는데, <로또 판매소> 크기가 연면적 1,000㎡ 미만이라 교통유발부담금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려면 규모가 '연면적 1,000㎡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민원이 많이 발생해도 법에 근거없이 부담금을 부과할 수도 없는 상황.

용인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통 체증 민원이 잇따르고 사람들이 불편해하는데 그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으냐는 겁니다. 용인시는 여러 번 '도로 개선 사업'은 <로또 판매소>를 위한 게 아니라 그 일대 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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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등만 19번 당첨” 로또 명당, 세금으로 길까지 넓힌다?
    • 입력 2021-03-14 07:00:52
    • 수정2021-03-14 14:17:10
    취재후·사건후

■ "1등 19번, 2등 68번 당첨"..."20번째 주인공은 나야 나!"

"형님, 오늘 저희 로또 명당 취재가요. 1등만 19번이나 나왔대요. 주변이 많이 막힌다고, 용인 쪽인데 주소가…."
"김 기자 알지 어딘지…. 나도 몇 번 갔었어. 주소 말해 주지 않아도 돼…. 거기에 개 한 마리가 있는데 뭔가 용해 보이기도 하고"

취재팀 4명 중 거기의 존재를 모르는 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입니다. 창밖의 풍경도 날씨도 좋았습니다.

출발부터 차 안에서는 각자의 로또 승률이 소개되고, 가로에 있는 번호는 3개도 맞추기 힘든데 세로로 볼 때 3개가 뭐냐 4개, 5개도 맞는다는 둥... 누가 1등이 됐는데 1등이 되면 다 불행하다. 아니다. 행복한 사람은 그냥 잘 살기 때문에 '로또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는 그런 뉴스 자체에 등장하지 않는다…. 로또를 사서 당첨되면 10%씩 주겠다…. 4명이 다 들은 상황이라…. 정말 나눠야 한다. 다음주에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로또가 된 것으로 알겠다 등….

모두들 이렇게 로또 당첨이 다 된 양 그렇게 꿈은 부풀어갔고, 이렇게 팍팍한 세상....일주일은 행복한 거 아니냐? 희망과 꿈을 주는 '로또의 효용론'에 '누구에게나 당첨될 확률은 같다. '게임의 규칙'은 제대로 작동된다'는 로또의 공정, 정의론까지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당첨이 되면 10%씩을 나눠줘야 하나…. 말을 했으니 해야지. 그런 좋은 생각을 해야 당첨이 될 거야…."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김 기자 저쪽을 봐봐… 차들이 밀려있고 밀려있는 쪽을 쭉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보였습니다. 목적지는 100m도 더 남아 있었지만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 때문에 흡사 그 모습이 목적지를 가리키는 화살표처럼…. 그 끝에는 <로또 판매점>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와 기흥구를 잇는 국지도 23호선의 한 구간. 평상시에도 밀리지만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지독하게 교통 체증이 빚어지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현장에 와 보니 답답함은 더 심했습니다.

인생은 '직진'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구간에선 유독 우회전 하려는 차량이 많아 편도 3차로 중 1개 차로는 사실상 '주자창' 과 다름 없었습니다. 이쪽 상황을 몰라 '그냥 밀리는가 보다.' 기다렸다가 뒤늦게 알아채고 차선을 바꾸는 차량들로 직진 차량의 흐름까지 더뎌 지면서 교통 체증과 사람들의 짜증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신고를 받고 교통경찰이 현장에 나와 '직진' 신호를 주어도 로또를 사기 위해 먼 곳으로부터 달려온 챠량들은 '마이웨이'를 고수할 뿐이었습니다.

'1등 19번, 2등 68번 당첨'이 나왔다는 '로또 명당'에서 20번째 1등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많은 이들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 로또 1등 당첨 확률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과학적 수치는 뒤로하고 '1등 19번, 2등 68번 당첨'이라는 엄연한 사실(?)에 오늘도 많은 분이 이곳, <로또 명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2억 원 들여 로또 판매소 앞 도로 넓힌다!… 세금으로?


'교통 체증' 은 기본이고, 잦은 접촉 사고 등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지자체인 용인시는 <로또 판매소> 앞 도로에 163m 길이의 감속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3월 안에 설계를 마치고 도로점용허가를 낸 뒤 6월까지 준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비 2억 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로또 판매소 앞 도로를 넓히기 위해 굳이 시민들의 세금까지 들어야 하나? 이런 의문이 듭니다. 문제인 듯 생각도 드는데요.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 아니다... 손 놓고 있으랴?"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여의도의 대형백화점 '더현대서울'에 6일 동안 15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을 유발한 '더현대서울'에 교통유발부담금으로 올해만 19억 원 이상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그렇다면 <로또 판매소>를 찾는 차량으로 교통혼잡이 빚어진 만큼 이곳에도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할 수는 없을까요?

용인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는 현장 사진과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긴 '친절한 자료'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굳이 세금까지 들여야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면 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용인시는 법률 검토까지 했는데, <로또 판매소> 크기가 연면적 1,000㎡ 미만이라 교통유발부담금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려면 규모가 '연면적 1,000㎡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민원이 많이 발생해도 법에 근거없이 부담금을 부과할 수도 없는 상황.

용인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통 체증 민원이 잇따르고 사람들이 불편해하는데 그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으냐는 겁니다. 용인시는 여러 번 '도로 개선 사업'은 <로또 판매소>를 위한 게 아니라 그 일대 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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