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합의해줘”…법원 선고 전날 전 여자친구 살해한 50대

입력 2021.03.14 (09:00) 수정 2021.03.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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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52)와 B 씨(여·55)는 3년 전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흔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인이 되면 처음에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이 커플은 애초부터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다. 이유는 A 씨의 잦은 폭행 때문이었다.

A 씨의 폭행에 B 씨는 용서하고 다시 만나곤 했지만, 그의 폭행은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A 씨에 의해 목숨까지 잃고 만다.

지난해 1월 8일 오후 10시 10분쯤 강원도 춘천시의 모 주점.

A 씨의 폭행과 욕설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B 씨는 A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에 A 씨는 술에 취해 B 씨가 운영하는 주점을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B 씨에게 “네가 여기서 장사 못 해먹게 하겠다. 내가 아는 깡패 동생이 있다. 네가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A 씨의 행패를 본 손님들은 놀라서 가게를 떠나기도 했다.

이어 A 씨는 자신을 피해 창고로 들어간 B 씨를 뒤따라가 폭행했다. A 씨는 흉기를 B 씨 손에 쥐게 하고 “네가 죽으라”며 흉기 끝을 B 씨 명치 부분에 대고 수차례 눌러 상처를 입혔다.

이 때문에 B 씨는 약 4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처를 입었다. A 씨는 또 B 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가게 내 유선 전화기를 들자 이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지는 등 약 232만 원 상당의 피해를 줬다.

A 씨는 다음날(1월 9일)에도 B 씨의 주점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는 B 씨가 문을 닫고 일찍 퇴근했다는 이유로 주점 계단에 설치된 동작감지기를 뜯어내기도 했다.

A 씨의 폭행과 폭언에 힘들어하던 B 씨는 결국 지난해 1월 16일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B 씨는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A 씨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와의 질긴 악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A 씨는 수사를 받게 되자, B 씨를 수차례 찾아가 합의를 요구했다. A 씨의 합의 요구를 거절한 B 씨는 A 씨가 자신을 계속 괴롭힌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B 씨를 112 긴급신고보호 대상자로 등록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지난해 5월 1일 술에 취해 혼자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A 씨는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7월 8일, A 씨는 자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 및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자신이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 씨는 만약 자신이 구속되면 B 씨와 합의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게 되고 그 경우 더 중한 형으로 처벌받게 될 것을 것을 우려했다.

결국 재판을 하루 앞둔 7월 7일 오전 1시 57분쯤 A 씨는 B 씨의 주점을 찾아갔다.

A 씨는 B 씨에게 고소사건 관련 합의를 요구했지만, B 씨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112에 신고했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다시 방문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받고 강제로 귀가 조처됐다.

이에 A 씨는 더는 합의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과 B 씨에 대한 분노에 그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오전 3시 24분쯤 다시 주점으로 와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결국,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특수상해,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기질성 인격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중증도의 알코올 사용장애, 기질성 인격장애 등을 갖고 있었음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전문의 감정 결과 ‘피고인은 사회 통념적 부분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며 의사결정능력 및 사물 변별능력이 건재한 상태로, 피고인이 정신장애로 인해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미약한 상태로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A 씨 주장을 일축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혀 오다가 결국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반성하기는커녕,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하고 합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분노를 품고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범행으로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음에도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두 차례 폭력, 재물 손괴죄 등으로 각각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현재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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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합의해줘”…법원 선고 전날 전 여자친구 살해한 50대
    • 입력 2021-03-14 09:00:46
    • 수정2021-03-14 15:19:04
    취재후·사건후

A 씨(52)와 B 씨(여·55)는 3년 전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흔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인이 되면 처음에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이 커플은 애초부터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다. 이유는 A 씨의 잦은 폭행 때문이었다.

A 씨의 폭행에 B 씨는 용서하고 다시 만나곤 했지만, 그의 폭행은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A 씨에 의해 목숨까지 잃고 만다.

지난해 1월 8일 오후 10시 10분쯤 강원도 춘천시의 모 주점.

A 씨의 폭행과 욕설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B 씨는 A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에 A 씨는 술에 취해 B 씨가 운영하는 주점을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B 씨에게 “네가 여기서 장사 못 해먹게 하겠다. 내가 아는 깡패 동생이 있다. 네가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A 씨의 행패를 본 손님들은 놀라서 가게를 떠나기도 했다.

이어 A 씨는 자신을 피해 창고로 들어간 B 씨를 뒤따라가 폭행했다. A 씨는 흉기를 B 씨 손에 쥐게 하고 “네가 죽으라”며 흉기 끝을 B 씨 명치 부분에 대고 수차례 눌러 상처를 입혔다.

이 때문에 B 씨는 약 4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처를 입었다. A 씨는 또 B 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가게 내 유선 전화기를 들자 이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지는 등 약 232만 원 상당의 피해를 줬다.

A 씨는 다음날(1월 9일)에도 B 씨의 주점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는 B 씨가 문을 닫고 일찍 퇴근했다는 이유로 주점 계단에 설치된 동작감지기를 뜯어내기도 했다.

A 씨의 폭행과 폭언에 힘들어하던 B 씨는 결국 지난해 1월 16일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B 씨는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A 씨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와의 질긴 악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A 씨는 수사를 받게 되자, B 씨를 수차례 찾아가 합의를 요구했다. A 씨의 합의 요구를 거절한 B 씨는 A 씨가 자신을 계속 괴롭힌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B 씨를 112 긴급신고보호 대상자로 등록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지난해 5월 1일 술에 취해 혼자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A 씨는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0년 7월 8일, A 씨는 자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 및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자신이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 씨는 만약 자신이 구속되면 B 씨와 합의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게 되고 그 경우 더 중한 형으로 처벌받게 될 것을 것을 우려했다.

결국 재판을 하루 앞둔 7월 7일 오전 1시 57분쯤 A 씨는 B 씨의 주점을 찾아갔다.

A 씨는 B 씨에게 고소사건 관련 합의를 요구했지만, B 씨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112에 신고했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다시 방문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받고 강제로 귀가 조처됐다.

이에 A 씨는 더는 합의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과 B 씨에 대한 분노에 그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오전 3시 24분쯤 다시 주점으로 와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결국,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특수상해,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기질성 인격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중증도의 알코올 사용장애, 기질성 인격장애 등을 갖고 있었음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전문의 감정 결과 ‘피고인은 사회 통념적 부분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며 의사결정능력 및 사물 변별능력이 건재한 상태로, 피고인이 정신장애로 인해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미약한 상태로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A 씨 주장을 일축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혀 오다가 결국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반성하기는커녕,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하고 합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분노를 품고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범행으로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음에도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두 차례 폭력, 재물 손괴죄 등으로 각각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현재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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