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 우울 위험 18배↑…‘원스톱 지원’ 절실

입력 2021.03.15 (06:35) 수정 2021.03.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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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면 남은 가족들은 마치 재난을 겪은 것같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들 유족을 '자살 생존자'라고도 부르는데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지원이 절실하지만, 유가족을 돕는 시스템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나신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편이 삶을 포기한 곽경희 씨는 심리적 충격과 우울증으로 한동안 고통이 심했습니다.

[곽경희/남편 사별·작가 : "이 사람들이 정말 깨질지도 모르는 얇은 유리잔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버지를 비명에 잃은 황웃는돌 씨는 고인의 빚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황웃는돌/부친 사별·웹툰 작가 : "이의신청하고 다시 또 서류를 보내고 변호사를 통해서 뭔가 일을 하고 하는 것도 다 돈이잖아요."]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한 해 만 3천여 명.

이로 인한 유족들은 7만에서 14만 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됩니다.

유족들은 슬픔, 자책감, 분노 등 온갖 감정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울 위험은 일반인보다 18배나 높습니다.

[이구상/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 "(유족들의) 자살 계획 같은 것은 6배 정도 높아서 구체적인 계획이라든가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에 대한 두려움으로 먼저 도움을 찾아나서기 어려운데, 유족들을 위한 전용 상담전화도 아직 없습니다.

사별 직후 3개월 이내에 도움이 가장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27.4개월이 지나서야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홍진/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교수 : "유가족 활동이 잘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사고 당시에 도와주는 시스템이 미비해서 그래요."]

정부는 2019년 9월부터 광주광역시와 인천·강원 일부의 13개 기초 지자체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시범실시 중입니다.

경찰서 등에서 자살 사건을 인지해 통보하면, 원스톱 팀이 24시간 내에 출동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식입니다.

[서비스 등록 유족/음성변조 : "경제적 지원도 지원인데 법률 상담이라든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은 정신과 연결해 가서 상담도 받게 하시고 이런 것들 도움 많이 받아 가지고..."]

올해 원스톱 서비스 예산은 11억 4500만 원.

해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유족에 비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송인한/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자살예방정책위원 : "이 제도를 진짜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인력이나 충분한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나 같은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리죠."]

정부는 2025년까지 원스톱 서비스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비스 전국 확대의 책임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 셈입니다.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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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유가족 우울 위험 18배↑…‘원스톱 지원’ 절실
    • 입력 2021-03-15 06:35:21
    • 수정2021-03-15 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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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면 남은 가족들은 마치 재난을 겪은 것같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들 유족을 '자살 생존자'라고도 부르는데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지원이 절실하지만, 유가족을 돕는 시스템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나신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편이 삶을 포기한 곽경희 씨는 심리적 충격과 우울증으로 한동안 고통이 심했습니다.

[곽경희/남편 사별·작가 : "이 사람들이 정말 깨질지도 모르는 얇은 유리잔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버지를 비명에 잃은 황웃는돌 씨는 고인의 빚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황웃는돌/부친 사별·웹툰 작가 : "이의신청하고 다시 또 서류를 보내고 변호사를 통해서 뭔가 일을 하고 하는 것도 다 돈이잖아요."]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한 해 만 3천여 명.

이로 인한 유족들은 7만에서 14만 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됩니다.

유족들은 슬픔, 자책감, 분노 등 온갖 감정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울 위험은 일반인보다 18배나 높습니다.

[이구상/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 "(유족들의) 자살 계획 같은 것은 6배 정도 높아서 구체적인 계획이라든가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에 대한 두려움으로 먼저 도움을 찾아나서기 어려운데, 유족들을 위한 전용 상담전화도 아직 없습니다.

사별 직후 3개월 이내에 도움이 가장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27.4개월이 지나서야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홍진/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교수 : "유가족 활동이 잘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사고 당시에 도와주는 시스템이 미비해서 그래요."]

정부는 2019년 9월부터 광주광역시와 인천·강원 일부의 13개 기초 지자체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시범실시 중입니다.

경찰서 등에서 자살 사건을 인지해 통보하면, 원스톱 팀이 24시간 내에 출동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식입니다.

[서비스 등록 유족/음성변조 : "경제적 지원도 지원인데 법률 상담이라든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은 정신과 연결해 가서 상담도 받게 하시고 이런 것들 도움 많이 받아 가지고..."]

올해 원스톱 서비스 예산은 11억 4500만 원.

해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유족에 비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송인한/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자살예방정책위원 : "이 제도를 진짜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인력이나 충분한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나 같은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리죠."]

정부는 2025년까지 원스톱 서비스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비스 전국 확대의 책임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 셈입니다.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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