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외환위기 세대’ 되풀이?, ‘잃어버린 세대’ 되지 않게 하려면

입력 2021.03.15 (13:59) 수정 2021.03.15 (14: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취업절벽' 내몰린 15학번
■ 코로나 고용 한파는 흉터로 남는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취업 양극화
■ 특히 뼈아픈 건 '고용의 질' 악화
■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돌아왔지만, 대학가 커뮤니티 취업 게시판엔 적막만 감돌고 있다. 매년 수천 명씩 정기 채용을 하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는 이를 더욱 가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잔인한 봄을 겪게 된 15~16학번 대학 졸업생들의 모습은 마치 'IMF 외환위기' 직후 비운의 90년대 초반 학번을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IMF 세대'로 불린 그들은 대학 졸업과 함께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를 맞닥뜨렸고, 당시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대 고용률은 2000년대 초중반 벤처 붐이 시작될 때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신규 대졸자의 고용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대졸자들의 고용상황 변화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상흔이 앞으로도 최소 5~6년간은 신규 대졸자의 임금 등 고용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 '코로나19 취업절벽' 내몰린 15학번

청년층(15~29세) 고용은 다른 연령층(30세 이상)에 비해 변동성이 높아 경기침체 시에는 고용상황 악화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다른 세대에 비해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데다 직장을 탐색할 시간과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청년층 취업자는 5.3%가 감소했다. 비청년층 취업자가 2.4% 감소한 데 비해 2배 이상 규모다. 특히 '구직 포기' 응답자 수도 청년층에서 20% 이상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경력상실로 인해 이후에도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력현상(hysteresis)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대졸 하향취업'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에서 10%가량 증가했다. 대졸 졸업자가 '서비스·판매직, 단순 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경우를 집계한 지표로, 취업자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 학력보다 높다는 것은 용상황의 질적 부분도 나빠지고 있다는 상황을 나타내준다.


■ 코로나 고용 한파는 흉터로 남는다

역사는 반복된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은 단순히 취업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는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세대와 2000년 후반 금융위기 당시 졸업자들의 임금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8~2019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신규 대졸자의 임금은 졸업 연도의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다. 졸업연도에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1~2년 차 임금은 4.3%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3~4년 차까지 임금이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취업 증가와 기술축적 기회의 상실, 승진 기회의 부족이 상흔효과(scarring effect)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해의 경우 평년보다 실업률이 0.5%포인트 올랐으므로, 신규 대졸 취업자의 1∼2년 차 임금은 2.15% 줄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3~4년 차 임금은 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충격 양극화

코로나19는 고용상황 양극화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졸업연도의 실업률 상승은 남성에게는 5~6년 차까지 2~5%의 임금손실을 초래했지만, 여성에겐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의 노동공급 상황에는 졸업 당시 고용상황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고용충격은 중·하위권과 2년제 대학 신규 졸업자에게 더 가혹했다. 중·하위권 대학과 2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실업률 1%p 상승할 경우 3~4년 차까지 2~5%의 임금손실이 발생해 상위권 대학 졸업자보다 더 큰 부정적 충격을 받았다.

대학 전공별로는 이공계보다 인문계 전공 졸업자에게 더 큰 하락이 관찰됐다. 다만 직업적 특성이 강한 의약 사범계열의 실질임금은 실업률과 큰 차이가 없어 눈에 띄었다.


■ 특히 뼈아픈 건 '고용의 질' 악화

졸업 당시 고용시장 충격은 임금뿐만 아니라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 취업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졸업연도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대기업 취업 가능성은 1~2년 차에 3.5%p, 3~4년 차에 2.3%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상위권 대학 남성 졸업자에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 대졸자의 경우 대기업 취업 가능성이 3~4년 차까지 4~6%p, 상위권 대학 졸업자의 경우 5~6년 차까지 7~16%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 및 상위권 대학 졸업자일수록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의 경우 취업자 중 13.8%가 대기업에 취업하는 반면 여성은 대기업 취업 비중이 7.6%에 불과했다.

■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상황 악화는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적어도 3~4년간의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그 영향은 성별, 대학, 전공에 따라서 차별적일 수 있음을 과거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최근 고용상황 악화가 과거처럼 상흔효과나, 이력현상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당국의 선제 움직임이다.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대기업의 청년 채용 유인을 늘리는 한편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등 새로운 산업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속하긴 했지만, AI 기술 등의 발달로 인문계 전공 등을 중심으로 한 취업절벽은 현실로 다가온 지 오래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해 노동공급 측면에서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직업 간 혹은 직업 내에서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제도개선에 대한 시급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코로나19로 ‘외환위기 세대’ 되풀이?, ‘잃어버린 세대’ 되지 않게 하려면
    • 입력 2021-03-15 13:59:08
    • 수정2021-03-15 14:00:19
    취재K

■ '코로나19 취업절벽' 내몰린 15학번
■ 코로나 고용 한파는 흉터로 남는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취업 양극화
■ 특히 뼈아픈 건 '고용의 질' 악화
■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돌아왔지만, 대학가 커뮤니티 취업 게시판엔 적막만 감돌고 있다. 매년 수천 명씩 정기 채용을 하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는 이를 더욱 가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잔인한 봄을 겪게 된 15~16학번 대학 졸업생들의 모습은 마치 'IMF 외환위기' 직후 비운의 90년대 초반 학번을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IMF 세대'로 불린 그들은 대학 졸업과 함께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를 맞닥뜨렸고, 당시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대 고용률은 2000년대 초중반 벤처 붐이 시작될 때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신규 대졸자의 고용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대졸자들의 고용상황 변화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상흔이 앞으로도 최소 5~6년간은 신규 대졸자의 임금 등 고용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 '코로나19 취업절벽' 내몰린 15학번

청년층(15~29세) 고용은 다른 연령층(30세 이상)에 비해 변동성이 높아 경기침체 시에는 고용상황 악화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다른 세대에 비해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데다 직장을 탐색할 시간과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청년층 취업자는 5.3%가 감소했다. 비청년층 취업자가 2.4% 감소한 데 비해 2배 이상 규모다. 특히 '구직 포기' 응답자 수도 청년층에서 20% 이상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경력상실로 인해 이후에도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력현상(hysteresis)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대졸 하향취업'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에서 10%가량 증가했다. 대졸 졸업자가 '서비스·판매직, 단순 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경우를 집계한 지표로, 취업자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 학력보다 높다는 것은 용상황의 질적 부분도 나빠지고 있다는 상황을 나타내준다.


■ 코로나 고용 한파는 흉터로 남는다

역사는 반복된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은 단순히 취업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는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세대와 2000년 후반 금융위기 당시 졸업자들의 임금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8~2019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신규 대졸자의 임금은 졸업 연도의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다. 졸업연도에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1~2년 차 임금은 4.3%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3~4년 차까지 임금이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취업 증가와 기술축적 기회의 상실, 승진 기회의 부족이 상흔효과(scarring effect)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해의 경우 평년보다 실업률이 0.5%포인트 올랐으므로, 신규 대졸 취업자의 1∼2년 차 임금은 2.15% 줄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3~4년 차 임금은 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충격 양극화

코로나19는 고용상황 양극화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졸업연도의 실업률 상승은 남성에게는 5~6년 차까지 2~5%의 임금손실을 초래했지만, 여성에겐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의 노동공급 상황에는 졸업 당시 고용상황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고용충격은 중·하위권과 2년제 대학 신규 졸업자에게 더 가혹했다. 중·하위권 대학과 2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실업률 1%p 상승할 경우 3~4년 차까지 2~5%의 임금손실이 발생해 상위권 대학 졸업자보다 더 큰 부정적 충격을 받았다.

대학 전공별로는 이공계보다 인문계 전공 졸업자에게 더 큰 하락이 관찰됐다. 다만 직업적 특성이 강한 의약 사범계열의 실질임금은 실업률과 큰 차이가 없어 눈에 띄었다.


■ 특히 뼈아픈 건 '고용의 질' 악화

졸업 당시 고용시장 충격은 임금뿐만 아니라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 취업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졸업연도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대기업 취업 가능성은 1~2년 차에 3.5%p, 3~4년 차에 2.3%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상위권 대학 남성 졸업자에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 대졸자의 경우 대기업 취업 가능성이 3~4년 차까지 4~6%p, 상위권 대학 졸업자의 경우 5~6년 차까지 7~16%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 및 상위권 대학 졸업자일수록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남성의 경우 취업자 중 13.8%가 대기업에 취업하는 반면 여성은 대기업 취업 비중이 7.6%에 불과했다.

■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상황 악화는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적어도 3~4년간의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그 영향은 성별, 대학, 전공에 따라서 차별적일 수 있음을 과거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최근 고용상황 악화가 과거처럼 상흔효과나, 이력현상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당국의 선제 움직임이다.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대기업의 청년 채용 유인을 늘리는 한편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등 새로운 산업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속하긴 했지만, AI 기술 등의 발달로 인문계 전공 등을 중심으로 한 취업절벽은 현실로 다가온 지 오래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해 노동공급 측면에서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직업 간 혹은 직업 내에서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제도개선에 대한 시급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