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밖에서 만난 두 남성…살인 참극으로 끝맺은 ‘현피’

입력 2021.03.15 (14:09) 수정 2021.03.15 (19: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에게 흉기를 휘두른 현장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에게 흉기를 휘두른 현장

■ 게임 밖에서 만난 두 남성

한 20대 남성이 한밤중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라인 게임상에서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로 다툰 당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로 현실에서 싸움을 벌인다는 이른바 '현피'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전의 한 아파트로 오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양평에서 출발한 28살 A 씨는 주말인 지난 13일 새벽 1시쯤 대전시 문화동의 아파트 인근에 차를 댔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쉼터에서 기다렸습니다. 잠시 뒤 실제로 상대를 만났습니다.

상대방은 38살 B씨. B씨는 옷 소매에 흉기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 흉기를 A 씨에게 휘둘렀습니다.

B씨는 흉기를 휘두른 뒤 119에 신고를 했고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의 유가족은 이미 한 달 전에도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B 씨가 A 씨에게 자신이 사는 대전으로 오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유가족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새벽에 숨진 A씨의 사망 소식을 유가족이 안 건 같은 날 오전이었습니다.

"XXX가 사망했다"는 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끊었습니다. 가본 적도 갈 이유도 없는 타지의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던 전화의 상대방은 대전 중부경찰서의 형사였습니다. 형사는 A씨의 사망 사실을 알리며 대전으로 오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유가족은 A 씨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시신도 코로나19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사건 다음 날인 어제(14일) 부검 직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신을 본 유가족은 A 씨의 목 부분에 커다란 상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 가족은 B 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계획된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신용으로 흉기를 가져갔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앞서 A씨의 죽음은 시신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갑작스럽고 황망한 것이었습니다. '현피'가 뭐길래 이런 비극이 생긴 걸까요.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생중계된 ‘현피’(뉴스 자료화면)지난해 10월, 인터넷에 생중계된 ‘현피’(뉴스 자료화면)

■ 참극 부른 '현피'의 반복…끝은 비극

20대 남성의 죽음까지 부른 '현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전역 동광장 주차장에서 20대 남성 2명이 '현피'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현피'를 하기로 한 당일 처음 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이 격렬한 몸싸움을 한 겁니다.

이들의 싸움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습니다. 또, 해당 게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싸움이 장난처럼 희화화돼 콘텐츠로 재생산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에서 ' 현피'가 가볍게 소비되며 실제 사람들의 '싸움'까지 우스워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에서는 이런 '현피'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전역 동광장에서 벌어졌던 두 사람의 싸움도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하나의 콘텐츠였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13일 대전에서 벌어져 한 사람이 숨지기까지 한 사건과 관련해 '현피'를 우습게 본 누군가가 이들을 부추겨서 그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싸우는 일이 우스워진 지금의 인터넷 문화와 분명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 '현피' 부추기는 것, 범죄 부추기는 행위 될 수 있어

이번 사건을 다룬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이 쉽게 보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남을 쉽게 욕하고 다투는 걸 자제하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찰은 어제 살인 혐의로 B씨를 구속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현피'. 이걸 쉽게 생각해 부추기거나 인터넷에 중계하는 건 사실상 범죄를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현피'는 더는 가볍게 웃고 넘길 인터넷 관련 현상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 '현피'로 누군가 숨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게임 밖에서 만난 두 남성…살인 참극으로 끝맺은 ‘현피’
    • 입력 2021-03-15 14:09:12
    • 수정2021-03-15 19:44:54
    취재K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에게 흉기를 휘두른 현장
■ 게임 밖에서 만난 두 남성

한 20대 남성이 한밤중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온라인 게임상에서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로 다툰 당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로 현실에서 싸움을 벌인다는 이른바 '현피'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전의 한 아파트로 오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양평에서 출발한 28살 A 씨는 주말인 지난 13일 새벽 1시쯤 대전시 문화동의 아파트 인근에 차를 댔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쉼터에서 기다렸습니다. 잠시 뒤 실제로 상대를 만났습니다.

상대방은 38살 B씨. B씨는 옷 소매에 흉기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 흉기를 A 씨에게 휘둘렀습니다.

B씨는 흉기를 휘두른 뒤 119에 신고를 했고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의 유가족은 이미 한 달 전에도 모바일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B 씨가 A 씨에게 자신이 사는 대전으로 오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유가족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새벽에 숨진 A씨의 사망 소식을 유가족이 안 건 같은 날 오전이었습니다.

"XXX가 사망했다"는 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끊었습니다. 가본 적도 갈 이유도 없는 타지의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던 전화의 상대방은 대전 중부경찰서의 형사였습니다. 형사는 A씨의 사망 사실을 알리며 대전으로 오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유가족은 A 씨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시신도 코로나19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사건 다음 날인 어제(14일) 부검 직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신을 본 유가족은 A 씨의 목 부분에 커다란 상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 가족은 B 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계획된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신용으로 흉기를 가져갔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앞서 A씨의 죽음은 시신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갑작스럽고 황망한 것이었습니다. '현피'가 뭐길래 이런 비극이 생긴 걸까요.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생중계된 ‘현피’(뉴스 자료화면)
■ 참극 부른 '현피'의 반복…끝은 비극

20대 남성의 죽음까지 부른 '현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전역 동광장 주차장에서 20대 남성 2명이 '현피'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현피'를 하기로 한 당일 처음 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이 격렬한 몸싸움을 한 겁니다.

이들의 싸움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습니다. 또, 해당 게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싸움이 장난처럼 희화화돼 콘텐츠로 재생산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에서 ' 현피'가 가볍게 소비되며 실제 사람들의 '싸움'까지 우스워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에서는 이런 '현피'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전역 동광장에서 벌어졌던 두 사람의 싸움도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하나의 콘텐츠였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13일 대전에서 벌어져 한 사람이 숨지기까지 한 사건과 관련해 '현피'를 우습게 본 누군가가 이들을 부추겨서 그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싸우는 일이 우스워진 지금의 인터넷 문화와 분명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 '현피' 부추기는 것, 범죄 부추기는 행위 될 수 있어

이번 사건을 다룬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이 쉽게 보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남을 쉽게 욕하고 다투는 걸 자제하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찰은 어제 살인 혐의로 B씨를 구속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현피'. 이걸 쉽게 생각해 부추기거나 인터넷에 중계하는 건 사실상 범죄를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현피'는 더는 가볍게 웃고 넘길 인터넷 관련 현상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 '현피'로 누군가 숨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