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vs 타이완, ‘파인애플’ 전쟁 이후는?

입력 2021.03.15 (15:03) 수정 2021.03.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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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유명한 농산물 가운데 하나가 파인애플 '펑리( 凤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있어 가격이 2배 이상 비쌉니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중국인들은 타이완 파인애플'인 펑리( 凤梨)'를 즐겨 사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는 중국에서 타이완 파인애플을 맛볼 수 없게 됐습니다.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타이완 농민들 (자료:AP)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타이완 농민들 (자료:AP)

中, 타이완 파인애플 수입 3월 1일부터 중지

타이완에서는 4월에 수확되는 파인애플이 가장 맛있습니다. 한해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은 약 42만 톤입니다. 이 가운데 12% 정도인 4만 6천 톤 가량이 수출돼왔습니다. 수출 물량 가운데 90% 이상은 바다 건너 중국으로 수출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수출길이 막혔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해부터 타이완 파인애플에서 깍지벌레 등 유해 생물을 여러 차례 검출했다며 관련 법규와 기준에 따라 3월 1일부터 타이완 파인애플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국무원 타이완사무판공실 마샤오광( 馬曉光) 대변인도 "유해 생물이 유입되면 중국 대륙의 농업 생산과 생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라며 이번 조치는 "정상적인 생물 안전 대비 조치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관련 법규와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입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타이완 파인애플 농민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타이완 현지 언론들을 우려와 걱정을 했습니다.

 파인애플 챌린지에 나선 타이완 사람들 (자료:연합뉴스) 파인애플 챌린지에 나선 타이완 사람들 (자료:연합뉴스)

■파인애플 팔아주기 운동...홍콩, 일본 등지로 확산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최대 수출길이 막히면서 판로를 걱정해야 했던 농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각종 SNS에서 파인애플을 먹는 사진을 올리거나 파인애플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고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는 등, 어려움에 빠진 타이완 농민들을 돕자는 팔아주기 운동이 타이완 안에서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가판대에서 다른 모든 과일을 치우고 빈 곳을 파인애플로만 채우는 과일가게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완에서 새롭게 선보인 파인애플 우육면(자료:AP) 타이완에서 새롭게 선보인 파인애플 우육면(자료:AP)

홍콩의 한 수입업체가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금지령로 고통받는 타이완 농민을 돕고 타이완을 지지하기 위해서 평상시보다 타이완 파인애플 주문을 늘렸는데 5시간 만에 600박스가 완판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홍콩 수업입체 관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타이완 파인애플은 맛있고, 수입금지 이유는 품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고 파인애플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타이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인애플을 구입했다며 무고한 농민들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도 3월 타이완산 파인애플 주문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들도 타이완 파인애플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파인애플 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파인애플을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관방장관은 파인애플 수입급증에 대해 타이완과 일본은 중요한 경제적 공동체라고 빈과일보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호주와 싱가포르, 베트남, 중동 국가들로부터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인애플 팔아주기 동참 호소하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자료:AP) 파인애플 팔아주기 동참 호소하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자료:AP)

이같은 파인애플 팔아주기 운동의 여파로 타이완산 파인애플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이달 초 타이베이 지역 파인애플 도매가격은 1kg당 22.80 타이완 달러(우리 돈 약 920원) 에서 2주만에 34.4타이완 달러(우리 돈 약 1390원)로 50% 가량 올라 농민들의 가게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금지령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 셈입니다.


■파인애플 수입 금지가 끝?

중국은 이번 파인애플 수입금지에 앞서 타이완에서 생산되거나 타이완을 거쳐 운송된 육류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2016년 첫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한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습니다. 화웨이 휴대전화 수입 금지와 드론, 마스크,속도계 .백신, 핵산 테스트 금지 등. 중국 정부가 차이 총통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고 이번 파인애플 수입중단도 파인애플 품질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타이완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현지에서는, 농산물 수입금지가 중국입장에서는 큰 타격 없이 타이완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앞으로 파인애플에 이어 망고,구아바 등 다른 농산물로 수입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인대 폐막식 이후 기자회견 하는 리커창(李克强)중국 국무원 총리 전인대 폐막식 이후 기자회견 하는 리커창(李克强)중국 국무원 총리

"대만 독립분자 활동 반대"...긴장감 높아지는 양안(兩岸)

지난달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했습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폐막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대만 독립분자들의 분열 활동에 반대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에도 반대한다"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 견지라는 전제하에 타이완의 정당이나 단체와 교류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타이완 대륙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타이완 민중은 중국이 가하는 압력 행사와 양안 간 대립 조성에 반대한다"며 "이는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위한 노력을 저해한다"라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조 바이든 대통령 이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타이완 해협을 항행하자 중국이 즉각 반발을 하는 등 올들어 타이완 해협과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남중국해 등에서 미. 중 군사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3월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과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 미중 외교 고위급 회담이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립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신장 인권문제와 홍콩에 이어 타이완과 남중국해 등에 대해 논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어려운' 회담이 될 전망입니다.

중국은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 집권 이후 타이완과 모든 공식 관계를 끊었습니다. 대신 군사와 외교,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파인애플 전쟁'이 마무리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분야로 전선이 확대될 지 미국과 중국, 타이완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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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vs 타이완, ‘파인애플’ 전쟁 이후는?
    • 입력 2021-03-15 15:03:45
    • 수정2021-03-15 18:10:15
    특파원 리포트

타이완의 유명한 농산물 가운데 하나가 파인애플 '펑리( 凤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있어 가격이 2배 이상 비쌉니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중국인들은 타이완 파인애플'인 펑리( 凤梨)'를 즐겨 사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는 중국에서 타이완 파인애플을 맛볼 수 없게 됐습니다.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타이완 농민들 (자료:AP)
中, 타이완 파인애플 수입 3월 1일부터 중지

타이완에서는 4월에 수확되는 파인애플이 가장 맛있습니다. 한해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파인애플은 약 42만 톤입니다. 이 가운데 12% 정도인 4만 6천 톤 가량이 수출돼왔습니다. 수출 물량 가운데 90% 이상은 바다 건너 중국으로 수출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수출길이 막혔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해부터 타이완 파인애플에서 깍지벌레 등 유해 생물을 여러 차례 검출했다며 관련 법규와 기준에 따라 3월 1일부터 타이완 파인애플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국무원 타이완사무판공실 마샤오광( 馬曉光) 대변인도 "유해 생물이 유입되면 중국 대륙의 농업 생산과 생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라며 이번 조치는 "정상적인 생물 안전 대비 조치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관련 법규와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입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타이완 파인애플 농민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타이완 현지 언론들을 우려와 걱정을 했습니다.

 파인애플 챌린지에 나선 타이완 사람들 (자료:연합뉴스)
■파인애플 팔아주기 운동...홍콩, 일본 등지로 확산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최대 수출길이 막히면서 판로를 걱정해야 했던 농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각종 SNS에서 파인애플을 먹는 사진을 올리거나 파인애플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고 파인애플 농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는 등, 어려움에 빠진 타이완 농민들을 돕자는 팔아주기 운동이 타이완 안에서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가판대에서 다른 모든 과일을 치우고 빈 곳을 파인애플로만 채우는 과일가게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완에서 새롭게 선보인 파인애플 우육면(자료:AP)
홍콩의 한 수입업체가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금지령로 고통받는 타이완 농민을 돕고 타이완을 지지하기 위해서 평상시보다 타이완 파인애플 주문을 늘렸는데 5시간 만에 600박스가 완판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홍콩 수업입체 관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타이완 파인애플은 맛있고, 수입금지 이유는 품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고 파인애플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타이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인애플을 구입했다며 무고한 농민들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도 3월 타이완산 파인애플 주문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들도 타이완 파인애플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파인애플 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파인애플을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관방장관은 파인애플 수입급증에 대해 타이완과 일본은 중요한 경제적 공동체라고 빈과일보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호주와 싱가포르, 베트남, 중동 국가들로부터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인애플 팔아주기 동참 호소하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자료:AP)
이같은 파인애플 팔아주기 운동의 여파로 타이완산 파인애플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이달 초 타이베이 지역 파인애플 도매가격은 1kg당 22.80 타이완 달러(우리 돈 약 920원) 에서 2주만에 34.4타이완 달러(우리 돈 약 1390원)로 50% 가량 올라 농민들의 가게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금지령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 셈입니다.


■파인애플 수입 금지가 끝?

중국은 이번 파인애플 수입금지에 앞서 타이완에서 생산되거나 타이완을 거쳐 운송된 육류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2016년 첫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한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습니다. 화웨이 휴대전화 수입 금지와 드론, 마스크,속도계 .백신, 핵산 테스트 금지 등. 중국 정부가 차이 총통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고 이번 파인애플 수입중단도 파인애플 품질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타이완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현지에서는, 농산물 수입금지가 중국입장에서는 큰 타격 없이 타이완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앞으로 파인애플에 이어 망고,구아바 등 다른 농산물로 수입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인대 폐막식 이후 기자회견 하는 리커창(李克强)중국 국무원 총리
"대만 독립분자 활동 반대"...긴장감 높아지는 양안(兩岸)

지난달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했습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폐막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대만 독립분자들의 분열 활동에 반대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에도 반대한다"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 견지라는 전제하에 타이완의 정당이나 단체와 교류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타이완 대륙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타이완 민중은 중국이 가하는 압력 행사와 양안 간 대립 조성에 반대한다"며 "이는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위한 노력을 저해한다"라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조 바이든 대통령 이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타이완 해협을 항행하자 중국이 즉각 반발을 하는 등 올들어 타이완 해협과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남중국해 등에서 미. 중 군사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3월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과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 미중 외교 고위급 회담이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립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신장 인권문제와 홍콩에 이어 타이완과 남중국해 등에 대해 논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어려운' 회담이 될 전망입니다.

중국은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 집권 이후 타이완과 모든 공식 관계를 끊었습니다. 대신 군사와 외교,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파인애플 전쟁'이 마무리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분야로 전선이 확대될 지 미국과 중국, 타이완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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