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두드려도 문 꽁꽁 잠근 북한…‘묵묵부답’ 이유는?

입력 2021.03.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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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북한과 접촉하려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14일 전해졌습니다.

보도 직후 우리 외교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유 받았다"고 밝혔고, 통일부도 오늘 "한미 외교당국 간 사전협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접촉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던 셈입니다.


■ 문 걸어잠근 북한...미국은 왜 두드렸을까?

미국의 접촉 시도에 북한은 왜 응답하지 않았을까?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의 전제 조건을 이미 밝힌 상황에서 이른바 '대화를 위한 대화, 접촉을 위한 접촉'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 교수는 "미국은 대외정책을 수립할 때 먼저 상대 국가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려 한다"면서 "북한도 이번 접촉시도가 그런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부터 열린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마치고 이동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북한은 당 대회에 이어 노동당 전원회의와 중앙군사위 등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지난 3일부터 열린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마치고 이동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북한은 당 대회에 이어 노동당 전원회의와 중앙군사위 등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미국도 북한의 응답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판단하면 도발을 통해 관심을 끄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바이든 정부로서는 북한이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대화 제의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 위원도 "북한으로서는 그런 차원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으로서도 실제 접촉 성사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접촉시도였다는 것입니다.


상황 관리용 침묵…북한의 반응은 언제?

북한은 지난 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도 과거와 달리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길게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부터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어서, '상황 관리' 차원의 침묵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밝힌 이상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그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성렬 위원은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방한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정해질 것이고, 특히 18일 블링컨 장관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나 북핵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대북 정책 수립에 앞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의 입장도 확인하려 한다는 것이고, 북한의 반응이 나온다면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버스 탑승객의 체온을 재는 모습.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버스 탑승객의 체온을 재는 모습.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코로나19도 여전한 변수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8차 당 대회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내부 정비에 바쁜 상황에서 대외 문제는 북한에게 우선순위가 아니고 여력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외신 등을 통해 북·중 접경에 곧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북한 국경은 아직도 봉쇄 상태입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귀국하지 못하고 북한에서 머물고 있는 중국인과, 반대로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주민이 수천 명씩 있다"면서 "최근 중국 측이 이들의 귀국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한 번 퍼지면 끝이라는 북한의 두려움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국민의 귀국을 막을 정도로 봉쇄에 주력하는 이상 북한이 대외 관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은 백신 지원을 위한 접종 계획을 국제기구에 제출했고, 미국에서는 대북정책이 몇 주안에 나올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다가오는 봄, 한반도 정세에 다른 바람을 불어올 수 있을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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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두드려도 문 꽁꽁 잠근 북한…‘묵묵부답’ 이유는?
    • 입력 2021-03-16 07:01:00
    취재K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북한과 접촉하려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14일 전해졌습니다.

보도 직후 우리 외교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유 받았다"고 밝혔고, 통일부도 오늘 "한미 외교당국 간 사전협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접촉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던 셈입니다.


■ 문 걸어잠근 북한...미국은 왜 두드렸을까?

미국의 접촉 시도에 북한은 왜 응답하지 않았을까?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의 전제 조건을 이미 밝힌 상황에서 이른바 '대화를 위한 대화, 접촉을 위한 접촉'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 교수는 "미국은 대외정책을 수립할 때 먼저 상대 국가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려 한다"면서 "북한도 이번 접촉시도가 그런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부터 열린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마치고 이동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북한은 당 대회에 이어 노동당 전원회의와 중앙군사위 등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미국도 북한의 응답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판단하면 도발을 통해 관심을 끄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바이든 정부로서는 북한이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대화 제의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 위원도 "북한으로서는 그런 차원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으로서도 실제 접촉 성사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접촉시도였다는 것입니다.


상황 관리용 침묵…북한의 반응은 언제?

북한은 지난 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도 과거와 달리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길게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부터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어서, '상황 관리' 차원의 침묵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밝힌 이상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고 그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성렬 위원은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방한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정해질 것이고, 특히 18일 블링컨 장관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나 북핵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대북 정책 수립에 앞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의 입장도 확인하려 한다는 것이고, 북한의 반응이 나온다면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버스 탑승객의 체온을 재는 모습.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코로나19도 여전한 변수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8차 당 대회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내부 정비에 바쁜 상황에서 대외 문제는 북한에게 우선순위가 아니고 여력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외신 등을 통해 북·중 접경에 곧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북한 국경은 아직도 봉쇄 상태입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귀국하지 못하고 북한에서 머물고 있는 중국인과, 반대로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주민이 수천 명씩 있다"면서 "최근 중국 측이 이들의 귀국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한 번 퍼지면 끝이라는 북한의 두려움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국민의 귀국을 막을 정도로 봉쇄에 주력하는 이상 북한이 대외 관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은 백신 지원을 위한 접종 계획을 국제기구에 제출했고, 미국에서는 대북정책이 몇 주안에 나올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다가오는 봄, 한반도 정세에 다른 바람을 불어올 수 있을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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