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내 뒷조사한 기자 알려줘”…부동산 의혹 獨 보건장관 슈판의 적반하장?

입력 2021.03.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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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슈판 독일 연방보건장관. 옌스 슈판 독일 연방보건장관.

■잦은 구설수 슈판, 부동산 특혜 의혹까지 불거져

엔스 슈판 독일 연방정부 보건장관은 독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올해 41살인 슈판 장관은 37살에 메르켈 4기 내각 보건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한 때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높았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신임 속에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슈판 장관. 그런데 최근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마스크가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고, 백신과 관련해서도 여러차례 말을 바꿔 독일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우선 배우자가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단독주택을 매입했는데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또 슈판 장관은 본인 명의의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한 채는 2017년 한 제약회사 임원에게 98만 유로에 샀습니다. 슈판 장관은 최근 이 집을 불과 3년 만에 158만 유로에 내놨습니다.

그런데 슈판 장관에게 집을 팔았던 전 제약회사 임원, 2019년에 시민들의 병원 치료 기록 등을 디지털화하는 회사의 CEO가 됐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슈판 장관이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밝혀진 사실들로 볼 때 이런 추정이 가능합니다. 보건장관이 전 제약회사 임원에게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샀고, 그 임원은 슈판에게 보답을 받은게 아니냐는 거죠. 아니면 보건장관이 집을 샀는데 '우연히' 집 주인이 제약회사 임원이었고, 그 임원이 '우연히' 보건부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사의 CEO로 가게 된 거 겠죠.

슈판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한 타게스슈피겔은 “연방장관은 언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슈판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한 타게스슈피겔은 “연방장관은 언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 뒷조사한 기자 알려달라"

독일은 제 3자의 부동산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 불법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취재 목적임이 분명한 경우 등기사무소는 열람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슈판 장관의 부동산 의혹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보도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슈판 장관은 부동산 문제는 사적 영역이고 언론의 취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대응이 있을 수 있는데 그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습니다. 베를린 지역 해당 등기 관청에 자신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취재한 언론인의 인적 사항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등기 관청은 이를 거부했고, 이 문제는 법정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명괘했습니다. "언론이 취재의 일환으로 등기부등본을열람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이를 슈판 장관에게도 알렸습니다.

슈판 장관 측은 2월 초 항소를 포기하고 법원의 판단을 수용했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언론들은 슈판 장관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독일 언론인 연맹 티나 그롤 의장은 "슈판 장관이 언론인들을 조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불안'하다"며 "연방장관은 언론의 자유와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임무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했습니다.

독일 연립여당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독일 ntv 화면 갈무리)독일 연립여당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독일 ntv 화면 갈무리)

■ 악재 거듭된 집권당 CDU, 총선 괜찮을까?

독일은 올해 9월 이른바 '슈퍼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연정 집권당인 기민/기사연합(CDU)에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최근 여당 소속 의원 2명이 마스크 업체에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이른바 '마스크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다른 연루자도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수백만 유로의 코로나19 극복지원금이 신분을 도용한 사기꾼들에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 잠시 지원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40%를 웃돌던 지지율은 올해 초 36~37%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11일 독일 뉴스전문 채널 ntv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은 33%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로 힘을 못썼던 극우 대안당(AfD)은 10% 지지율을 회복했고요.

기민/기사연합으로서는 결국 코로나19 극복과 일상의 회복이 총선 승리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 극복의 주무 장관으로 하루가 멀다하게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는 슈판 장관 관련 의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총선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지만 기민/기사연합의 의석수가 기대에 못미친다면, 녹색당(녹색)·사민당(적색)·자유민주당(황색)이 손을 잡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탄생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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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내 뒷조사한 기자 알려줘”…부동산 의혹 獨 보건장관 슈판의 적반하장?
    • 입력 2021-03-16 07:01:00
    특파원 리포트
옌스 슈판 독일 연방보건장관.
■잦은 구설수 슈판, 부동산 특혜 의혹까지 불거져

엔스 슈판 독일 연방정부 보건장관은 독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올해 41살인 슈판 장관은 37살에 메르켈 4기 내각 보건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한 때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높았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신임 속에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슈판 장관. 그런데 최근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 "마스크가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고, 백신과 관련해서도 여러차례 말을 바꿔 독일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우선 배우자가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단독주택을 매입했는데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또 슈판 장관은 본인 명의의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한 채는 2017년 한 제약회사 임원에게 98만 유로에 샀습니다. 슈판 장관은 최근 이 집을 불과 3년 만에 158만 유로에 내놨습니다.

그런데 슈판 장관에게 집을 팔았던 전 제약회사 임원, 2019년에 시민들의 병원 치료 기록 등을 디지털화하는 회사의 CEO가 됐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슈판 장관이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밝혀진 사실들로 볼 때 이런 추정이 가능합니다. 보건장관이 전 제약회사 임원에게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샀고, 그 임원은 슈판에게 보답을 받은게 아니냐는 거죠. 아니면 보건장관이 집을 샀는데 '우연히' 집 주인이 제약회사 임원이었고, 그 임원이 '우연히' 보건부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사의 CEO로 가게 된 거 겠죠.

슈판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한 타게스슈피겔은 “연방장관은 언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 뒷조사한 기자 알려달라"

독일은 제 3자의 부동산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 불법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취재 목적임이 분명한 경우 등기사무소는 열람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슈판 장관의 부동산 의혹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보도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슈판 장관은 부동산 문제는 사적 영역이고 언론의 취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대응이 있을 수 있는데 그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습니다. 베를린 지역 해당 등기 관청에 자신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취재한 언론인의 인적 사항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등기 관청은 이를 거부했고, 이 문제는 법정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명괘했습니다. "언론이 취재의 일환으로 등기부등본을열람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이를 슈판 장관에게도 알렸습니다.

슈판 장관 측은 2월 초 항소를 포기하고 법원의 판단을 수용했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언론들은 슈판 장관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독일 언론인 연맹 티나 그롤 의장은 "슈판 장관이 언론인들을 조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불안'하다"며 "연방장관은 언론의 자유와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임무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했습니다.

독일 연립여당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독일 ntv 화면 갈무리)
■ 악재 거듭된 집권당 CDU, 총선 괜찮을까?

독일은 올해 9월 이른바 '슈퍼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연정 집권당인 기민/기사연합(CDU)에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최근 여당 소속 의원 2명이 마스크 업체에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이른바 '마스크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다른 연루자도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수백만 유로의 코로나19 극복지원금이 신분을 도용한 사기꾼들에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 잠시 지원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40%를 웃돌던 지지율은 올해 초 36~37%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11일 독일 뉴스전문 채널 ntv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은 33%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로 힘을 못썼던 극우 대안당(AfD)은 10% 지지율을 회복했고요.

기민/기사연합으로서는 결국 코로나19 극복과 일상의 회복이 총선 승리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 극복의 주무 장관으로 하루가 멀다하게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는 슈판 장관 관련 의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총선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지만 기민/기사연합의 의석수가 기대에 못미친다면, 녹색당(녹색)·사민당(적색)·자유민주당(황색)이 손을 잡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탄생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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