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시장·국회의원까지 삼보일배…“열차는 달리고 싶다”

입력 2021.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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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서 삼보일배에 나선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북 청주 서원),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어제(15일),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서 삼보일배에 나선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북 청주 서원),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

■ 삼보일배로 정부에 호소한 충북 자치단체장·국회의원

40년 전까지 충북선 철도가 지나던 충북 청주시 북문로의 옛 청주 도심 철길.

만 73세의 이시종 충청북도지사가 찬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합니다. 옆에서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이장섭 국회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도 함께합니다.

몸을 일으킨 이들은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간 뒤, 다시 절을 했습니다.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는 불교의 수행법 '삼보일배'입니다.

최근에는 어떤 사안에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거나 간곡한 호소를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되는데요.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삼보일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 40년 전 끊긴 '청주 도심 철길'…"충청권 광역철도로 복원해야"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어제 오전, 옛 청주 도심 철길에서 '삼보일배 챌린지' 행사를 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처음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삼보일배 챌린지를 마무리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박문희 충청북도의회 의장과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지방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인사 등 50여 명이 삼보일배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으로 이시종 충청북도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 이장섭 국회의원이 나선 겁니다.

삼보일배 챌린지는 충북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기 위해 추진한 행사입니다.

정부에 충북도민의 간절한 바람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인데요.

챌린지가 열린 충북 청주 도심에는 지난 1980년까지 충북선 철도로 열차가 다녔습니다.
그러다 청주역이 청주시 외곽인 현재의 정봉동으로 옮겨가면서 청주 도심을 오가는 기찻길이 끊겼습니다.

청주 도심에서 청주역까지 이동시간은 자동차로 25분 안팎.
먼 이동 거리에 따른 불편함 탓인지, 시민들의 열차 이용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날 삼보일배를 마친 이시종 지사는 "현재 충북선 철도가 청주역을 지나지만, 도심에서 10km 이상 떨어져 있어 청주시민들은 거의 이용을 안 한다"면서 "사실상 청주는 철도가 없는 도시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청주역을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긴 국가의 책임이 있다"면서 " 청주시민들은 철도를 가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청주시민에게 철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 노선도 (이미지 제공: 충청북도) 충청권 광역철도 노선도 (이미지 제공: 충청북도)

■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철도로 국가균형발전 촉진"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는 충북만의 현안은 아닙니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해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지난해부터 정부에 함께 건의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충청권 광역철도는 청주 도심과 대전, 세종, 충남을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청주국제공항부터 청주 도심~대전 신탄진을 잇는 철도를 새로 만들고 대전 도시철도, 조치원~정부 세종청사 일반철도, 세종~충남 보령 일반철도와 연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충청권을 열차 하나로 이동할 수 있는 광역생활권으로 만들고,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건데요.

최근 정부와 여당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논의와 맞물려 '신행정수도' 건설의 핵심 사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장섭 국회의원은 "충청권 광역철도가 신행정수도, (충청권) 메가시티의 시작이고 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단 리본.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단 리본.

■ 국토교통부는 '난색'…삼보일배·55만 명 서명으로 '마지막 호소'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야 합니다. 그래야 국비 지원 등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추진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의 충북선 철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충청북도와 청주시, 지역 정치권은 기존 충북선이 청주 도심이 아닌 외곽을 지나기 때문에 청주 시민들이 광역철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청주시민의 '철도 소외' 현상을 해소하고, 충청권 주민들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한다는 사업 취지에 맞게 청주 도심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서명 운동에는 청주시민 55만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청주시의 인구가 84만여 명이니, 무려 60% 이상이 충청권 광역 철도의 도심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여기에 고령의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나서 삼보일배로 마지막 호소에 나섰습니다.

40년 넘게 끊겼던 청주 도심 철길.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으로 열차는 다시 청주 도심을 달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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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사·시장·국회의원까지 삼보일배…“열차는 달리고 싶다”
    • 입력 2021-03-16 09:01:35
    취재K
어제(15일),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서 삼보일배에 나선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북 청주 서원),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
■ 삼보일배로 정부에 호소한 충북 자치단체장·국회의원

40년 전까지 충북선 철도가 지나던 충북 청주시 북문로의 옛 청주 도심 철길.

만 73세의 이시종 충청북도지사가 찬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합니다. 옆에서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이장섭 국회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도 함께합니다.

몸을 일으킨 이들은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간 뒤, 다시 절을 했습니다.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는 불교의 수행법 '삼보일배'입니다.

최근에는 어떤 사안에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거나 간곡한 호소를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되는데요.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삼보일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 40년 전 끊긴 '청주 도심 철길'…"충청권 광역철도로 복원해야"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어제 오전, 옛 청주 도심 철길에서 '삼보일배 챌린지' 행사를 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처음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삼보일배 챌린지를 마무리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박문희 충청북도의회 의장과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지방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인사 등 50여 명이 삼보일배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으로 이시종 충청북도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 이장섭 국회의원이 나선 겁니다.

삼보일배 챌린지는 충북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기 위해 추진한 행사입니다.

정부에 충북도민의 간절한 바람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인데요.

챌린지가 열린 충북 청주 도심에는 지난 1980년까지 충북선 철도로 열차가 다녔습니다.
그러다 청주역이 청주시 외곽인 현재의 정봉동으로 옮겨가면서 청주 도심을 오가는 기찻길이 끊겼습니다.

청주 도심에서 청주역까지 이동시간은 자동차로 25분 안팎.
먼 이동 거리에 따른 불편함 탓인지, 시민들의 열차 이용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날 삼보일배를 마친 이시종 지사는 "현재 충북선 철도가 청주역을 지나지만, 도심에서 10km 이상 떨어져 있어 청주시민들은 거의 이용을 안 한다"면서 "사실상 청주는 철도가 없는 도시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청주역을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긴 국가의 책임이 있다"면서 " 청주시민들은 철도를 가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청주시민에게 철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 노선도 (이미지 제공: 충청북도)
■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철도로 국가균형발전 촉진"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는 충북만의 현안은 아닙니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해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지난해부터 정부에 함께 건의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충청권 광역철도는 청주 도심과 대전, 세종, 충남을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청주국제공항부터 청주 도심~대전 신탄진을 잇는 철도를 새로 만들고 대전 도시철도, 조치원~정부 세종청사 일반철도, 세종~충남 보령 일반철도와 연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충청권을 열차 하나로 이동할 수 있는 광역생활권으로 만들고,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건데요.

최근 정부와 여당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논의와 맞물려 '신행정수도' 건설의 핵심 사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장섭 국회의원은 "충청권 광역철도가 신행정수도, (충청권) 메가시티의 시작이고 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북문로 옛 청주 도심 철길에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단 리본.
■ 국토교통부는 '난색'…삼보일배·55만 명 서명으로 '마지막 호소'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야 합니다. 그래야 국비 지원 등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추진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의 충북선 철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충청북도와 청주시, 지역 정치권은 기존 충북선이 청주 도심이 아닌 외곽을 지나기 때문에 청주 시민들이 광역철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청주시민의 '철도 소외' 현상을 해소하고, 충청권 주민들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한다는 사업 취지에 맞게 청주 도심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서명 운동에는 청주시민 55만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청주시의 인구가 84만여 명이니, 무려 60% 이상이 충청권 광역 철도의 도심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여기에 고령의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나서 삼보일배로 마지막 호소에 나섰습니다.

40년 넘게 끊겼던 청주 도심 철길.

'충청권 광역철도 구축'으로 열차는 다시 청주 도심을 달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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