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운명은?…폭스바겐 발표로 흔들리는 배터리 강국

입력 2021.03.16 (14:44) 수정 2021.03.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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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외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옛날 라디오 뒤에 붙어있던 전기 배터리처럼 생긴 직육면체의 '각형 배터리'가 있고 납작한 주머니처럼 생긴 '파우치형 배터리'가 있습니다. 건전치처럼 생긴 '원통형 배터리'가 나머지 한 개입니다.

좌측부터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좌측부터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

■ K-배터리 주력 파우치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는 거의 테슬라만 씁니다. 각형은 가장 저렴해 주로 중국에서 많이 쓰입니다. CATL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죠. 국내에서는 삼성SDI도 각형으로 만듭니다.

파우치형은 같은 무게에서 최대한을 충전할 수 있어 '에너지밀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보다 높은 사양인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로 만듭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원통형 비중은 낮아지고 각형이 1등을 질주하는 가운데 파우치형이 약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변수가 생겼습니다.


■ 세계 1위 폭스바겐의 역습…각형 배터리 공장 세운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와 함께 세계1위를 다투는 자동차 업체입니다. 아우디와 벤틀리, 포르쉐 등 수많은 업체를 거느린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죠. 전기차 분야에서도 테슬라를 조만간 앞지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 꼽힙니다.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상당량 공급받아왔었는데요. 어젯밤 갑작스런 발표를 했습니다.

각형의 새로운 통합 배터리셀을 공개하면서 2030 자사 판매 전기차의 80%를 이 배터리셀로 만들겠다고 한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회사 노스볼트(Northvolt)와 손잡고 유럽에 6개의 공장을 짓겠다고도 했습니다. 규모는 240GWh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생산량의 두 배입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의 지분 20%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LG에너지와 SK이노에서 받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지분 투자한 회사와 손잡고 사실상 자체 생산을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결정은 폭스바겐의 매출 40%가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CATL과 BYD 등 주요 배터리 납품업체가 공급하는 각형 배터리로 배터리를 통일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유럽시장의 주요 차종이 소형차인 만큼 에너지 밀도가 덜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파우치형을 쓸 필요성이 낮은 점도 고려됐을 것입니다.


■ 자동차 회사 직접 배터리 생산 늘까...K-배터리 업계 긴장

지난해 테슬라도 비슷한 발표를 했습니다. '배터리데이'를 열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혔죠. 그때는 국내 업체들 반응은 느긋했습니다.

어차피 원천기술을 배터리회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의 독자 개발 보다는 국내 배터리회사와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폭스바겐이 노스볼트라는 명확한 협력 주체와 공장 6곳을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K-배터리 업체의 도움이 없이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폭스바겐의 도전을 시작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도 속속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K-배터리 업계가 세계1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기술 개발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폭스바겐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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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배터리 운명은?…폭스바겐 발표로 흔들리는 배터리 강국
    • 입력 2021-03-16 14:44:09
    • 수정2021-03-16 18:05:14
    취재K

전기차 배터리 외형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옛날 라디오 뒤에 붙어있던 전기 배터리처럼 생긴 직육면체의 '각형 배터리'가 있고 납작한 주머니처럼 생긴 '파우치형 배터리'가 있습니다. 건전치처럼 생긴 '원통형 배터리'가 나머지 한 개입니다.

좌측부터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
■ K-배터리 주력 파우치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는 거의 테슬라만 씁니다. 각형은 가장 저렴해 주로 중국에서 많이 쓰입니다. CATL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죠. 국내에서는 삼성SDI도 각형으로 만듭니다.

파우치형은 같은 무게에서 최대한을 충전할 수 있어 '에너지밀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보다 높은 사양인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로 만듭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원통형 비중은 낮아지고 각형이 1등을 질주하는 가운데 파우치형이 약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변수가 생겼습니다.


■ 세계 1위 폭스바겐의 역습…각형 배터리 공장 세운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와 함께 세계1위를 다투는 자동차 업체입니다. 아우디와 벤틀리, 포르쉐 등 수많은 업체를 거느린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죠. 전기차 분야에서도 테슬라를 조만간 앞지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 꼽힙니다.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상당량 공급받아왔었는데요. 어젯밤 갑작스런 발표를 했습니다.

각형의 새로운 통합 배터리셀을 공개하면서 2030 자사 판매 전기차의 80%를 이 배터리셀로 만들겠다고 한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회사 노스볼트(Northvolt)와 손잡고 유럽에 6개의 공장을 짓겠다고도 했습니다. 규모는 240GWh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생산량의 두 배입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의 지분 20%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LG에너지와 SK이노에서 받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지분 투자한 회사와 손잡고 사실상 자체 생산을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결정은 폭스바겐의 매출 40%가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CATL과 BYD 등 주요 배터리 납품업체가 공급하는 각형 배터리로 배터리를 통일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유럽시장의 주요 차종이 소형차인 만큼 에너지 밀도가 덜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파우치형을 쓸 필요성이 낮은 점도 고려됐을 것입니다.


■ 자동차 회사 직접 배터리 생산 늘까...K-배터리 업계 긴장

지난해 테슬라도 비슷한 발표를 했습니다. '배터리데이'를 열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혔죠. 그때는 국내 업체들 반응은 느긋했습니다.

어차피 원천기술을 배터리회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의 독자 개발 보다는 국내 배터리회사와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폭스바겐이 노스볼트라는 명확한 협력 주체와 공장 6곳을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K-배터리 업체의 도움이 없이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폭스바겐의 도전을 시작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도 속속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K-배터리 업계가 세계1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기술 개발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폭스바겐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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