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다음 주 성화 봉송 시작인데…도쿄올림픽 여전히 ‘삐걱’

입력 2021.03.16 (15:32) 수정 2021.03.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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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 때 개최국 내에서 참가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를 ‘호스트 타운’이라고 합니다. 호스트 타운이 되면 외국 대표팀에 연습장과 숙소도 제공하면서 선수와 해당 지역 주민 간에 스포츠·문화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최강’ 인도 하키 대표팀의 호스트 타운을 하기로 했던 일본 시마네현(島根県) 오쿠이즈모쵸(奥出雲町)는 최근 합숙 제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역 공립 하키장을 올림픽 경기장 수준으로 개보수하면서 5억 엔 넘는 예산까지 들였던 상황이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 “코로나 대응 어려워서…”

 이달 25일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 그 날 출발한 성화는 넉 달 넘게 일본 전역을 돈 뒤 개막일인 7월 23일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달 25일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 그 날 출발한 성화는 넉 달 넘게 일본 전역을 돈 뒤 개막일인 7월 23일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감염 대책 비용은 정부가 일부 보조하다고 해도, 의료 인력이나 시설은 확보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대책 지침 시행이 어려워 호스트 타운의 주 역할인 ‘합숙 제공’을 단념하는 자치단체가 잇따르고 있다고 16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파악된 시정촌(市町村·우리 ‘시·군·구’에 해당하는 기초자치단체)만 해도 9군데에 이르고, 지금도 포기를 검토 중인 지자체도 여럿이어서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야기현(宮城県) 구리하라시(栗原市)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월 합숙 제공을 포기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남아공 하키 대표팀을 유치해 6월 하순부터 약 3주 동안 이 지역 어린이와 교류하는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었는데요.

‘대회 전의 교류는 선수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감염 방지 대책 지침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 관계자는 “합숙 기간이 시민들의 백신 접종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국 대표선수단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지자체에 ‘합숙 훈련하러 가지 않겠다’고 먼저 밝힌 곳도 있습니다.

야마가타현 덴도시(투르크메니스탄·유도), 나가노현 오카야시(캐나다·탁구), 에히메현 사이죠시(오스트리아·스포츠 클라이밍) 등이 그랬습니다.

일본 정부 담당자는 “대회 전후 뿐만 아니라 오래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 호스트 타운이나 사전 합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안 할래요, 성화 봉송…’

지난해 2월 열렸던 성화 봉송 리허설 모습. 당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홍보대사이자 일본 인기 여배우 이시하라 사토미의 성화 봉송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2월 열렸던 성화 봉송 리허설 모습. 당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홍보대사이자 일본 인기 여배우 이시하라 사토미의 성화 봉송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자 후보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지난 달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을 했을 때 모리 발언에 분개한 주자 후보들이 줄사퇴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와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출입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부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 등 이유도 각자 다양합니다. 25일 성화 봉송이 시작될 예정인 후쿠시마부터 비상인데요.

2011년 독일 여자 축구 월드컵대회에서 영광의 우승팀은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 ‘나데시코 재팬’이었습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조직위는 성화 봉송 첫 주자를 그 중 한 멤버로 정할 생각이었는데요. 차질이 생겼습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잇따라 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첫 주자를 지금도 확정하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배우 구보타 마사타카와 와타나베 토루, 엔카 가수 이쯔키 히로시 등 연예인들도 성화 봉송을 관두겠다고 잇따라 통보했습니다. 이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만 최소 15명입니다.

물론 성화 봉송은 무보수인데다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도 위약금을 물거나 법적 책임을 질 일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유명인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이미 김이 확 새버린 상황에서 누군가 대타로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가문의 영광’이었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가 어쩌다 기피 대상이 됐을까요.


■ 코 앞인데…“취소” 또는 “재연기” 71%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는 예정대로 25일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성화는 후쿠시마 ‘J빌리지’에서 출발해 7월 23일 개회식 장소인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 도착합니다.

출발식은 무관중으로 실시됩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였다가 사임한 아키야마 리나는 지난 주 NHK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수습이 보이지 않는데, 성화 봉송과 도쿄올림픽이 정말로 가능한지, 실시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완만해지면서 달라졌을까 싶었는데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여론도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산케이신문이 올림픽 개최 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요. 13~14일 전국 18살 이상 1,1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1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지(취소)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53.8%, “재연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응답이 17.9%였습니다.

합해서 71% 넘는 사람이 취소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해, 성화 봉송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상당 수가 올림픽 개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화 봉송이 코앞인데 도쿄올림픽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삐걱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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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다음 주 성화 봉송 시작인데…도쿄올림픽 여전히 ‘삐걱’
    • 입력 2021-03-16 15:32:42
    • 수정2021-03-16 16:35:18
    특파원 리포트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 때 개최국 내에서 참가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를 ‘호스트 타운’이라고 합니다. 호스트 타운이 되면 외국 대표팀에 연습장과 숙소도 제공하면서 선수와 해당 지역 주민 간에 스포츠·문화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최강’ 인도 하키 대표팀의 호스트 타운을 하기로 했던 일본 시마네현(島根県) 오쿠이즈모쵸(奥出雲町)는 최근 합숙 제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역 공립 하키장을 올림픽 경기장 수준으로 개보수하면서 5억 엔 넘는 예산까지 들였던 상황이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 “코로나 대응 어려워서…”

 이달 25일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후쿠시마현 J빌리지. 그 날 출발한 성화는 넉 달 넘게 일본 전역을 돈 뒤 개막일인 7월 23일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감염 대책 비용은 정부가 일부 보조하다고 해도, 의료 인력이나 시설은 확보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대책 지침 시행이 어려워 호스트 타운의 주 역할인 ‘합숙 제공’을 단념하는 자치단체가 잇따르고 있다고 16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파악된 시정촌(市町村·우리 ‘시·군·구’에 해당하는 기초자치단체)만 해도 9군데에 이르고, 지금도 포기를 검토 중인 지자체도 여럿이어서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야기현(宮城県) 구리하라시(栗原市)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월 합숙 제공을 포기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남아공 하키 대표팀을 유치해 6월 하순부터 약 3주 동안 이 지역 어린이와 교류하는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었는데요.

‘대회 전의 교류는 선수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감염 방지 대책 지침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 관계자는 “합숙 기간이 시민들의 백신 접종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국 대표선수단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지자체에 ‘합숙 훈련하러 가지 않겠다’고 먼저 밝힌 곳도 있습니다.

야마가타현 덴도시(투르크메니스탄·유도), 나가노현 오카야시(캐나다·탁구), 에히메현 사이죠시(오스트리아·스포츠 클라이밍) 등이 그랬습니다.

일본 정부 담당자는 “대회 전후 뿐만 아니라 오래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 호스트 타운이나 사전 합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안 할래요, 성화 봉송…’

지난해 2월 열렸던 성화 봉송 리허설 모습. 당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홍보대사이자 일본 인기 여배우 이시하라 사토미의 성화 봉송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자 후보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지난 달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을 했을 때 모리 발언에 분개한 주자 후보들이 줄사퇴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와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출입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부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 등 이유도 각자 다양합니다. 25일 성화 봉송이 시작될 예정인 후쿠시마부터 비상인데요.

2011년 독일 여자 축구 월드컵대회에서 영광의 우승팀은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 ‘나데시코 재팬’이었습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조직위는 성화 봉송 첫 주자를 그 중 한 멤버로 정할 생각이었는데요. 차질이 생겼습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잇따라 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첫 주자를 지금도 확정하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배우 구보타 마사타카와 와타나베 토루, 엔카 가수 이쯔키 히로시 등 연예인들도 성화 봉송을 관두겠다고 잇따라 통보했습니다. 이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만 최소 15명입니다.

물론 성화 봉송은 무보수인데다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도 위약금을 물거나 법적 책임을 질 일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유명인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이미 김이 확 새버린 상황에서 누군가 대타로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가문의 영광’이었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가 어쩌다 기피 대상이 됐을까요.


■ 코 앞인데…“취소” 또는 “재연기” 71%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는 예정대로 25일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성화는 후쿠시마 ‘J빌리지’에서 출발해 7월 23일 개회식 장소인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 도착합니다.

출발식은 무관중으로 실시됩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였다가 사임한 아키야마 리나는 지난 주 NHK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수습이 보이지 않는데, 성화 봉송과 도쿄올림픽이 정말로 가능한지, 실시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완만해지면서 달라졌을까 싶었는데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여론도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산케이신문이 올림픽 개최 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요. 13~14일 전국 18살 이상 1,1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1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지(취소)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53.8%, “재연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응답이 17.9%였습니다.

합해서 71% 넘는 사람이 취소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해, 성화 봉송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상당 수가 올림픽 개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화 봉송이 코앞인데 도쿄올림픽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삐걱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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