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때려 숨진 아들…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1.03.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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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의 한 사찰. 주지와 신도 10여 명이 생활하는 그곳에서 지난 해 8월, 의문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찰에 기거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35살 남성이 갑자기 저혈성 쇼크로 숨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때린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 63살 A 씨였습니다.


■ 모자는 왜 이곳으로 왔나?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이 곳 사찰로 아들을 데려온 사람은 어머니 A 씨였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사찰 일도 돕도록 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지난 해 6월 15일부터 사찰에 기거하며 사찰 내 양봉 사업, 즉 꿀벌 기르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중 아들은 외부에서 사찰을 오가는 신도들과 잡음을 빚습니다. 일부 신도들은 아들의 이상 행동에 강력히 항의했고 어머니는 훈계 차원에서 아들을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신도 일부가 사찰 주지 스님에게 불편을 하소연하자 주지는 어머니를 불러 “아들을 주의조치 하지 않으면 사찰을 떠나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도저히 부끄러워 못 살겠다”며 “아들을 훈계 차원에서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사찰 내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아들을 대나무 회초리로 약 2시간 30분 동안 2천 백여 차례 때렸습니다.

아들은 쓰러졌지만 어머니는 이를 50분 동안 방치했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어머니는 "때리던 중 아들이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확인한 결과 숨이 멎은 아들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 체중 80kg의 아들이 50kg 어머니에게 맞아서 죽다?

경찰조사 결과, 사찰 합숙소 거실에서 어머니가 매질로 사용한 도구는 지름 2.4cm, 길이 1m 되는 대나무였습니다.

CCTV에는 합숙소 거실 방바닥을 치거나, 수시로 흐느끼거나 호통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주지 스님와 신도 등 3명이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전형적인 훈계 방식이라서 말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검을 통해 밝혀진 숨진 아들의 사인은 속발성 쇼크와 좌멸증후군. 즉 어깨, 팔 등 온몸에 멍이 들어 피가 돌지 않아 숨졌다는 겁니다.

경찰도 CCTV에 나타난 어머니의 훈계방식을 참작했으나 ‘충격에 의한 쇼크사’로 사람이 숨졌다는 인과 관계 성립 조건을 내세워 지난해 10월,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하기엔 정황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경찰은 경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대구지검으로 송치하게 됩니다.


■ 종결되는 듯하던 사건은 주지의 극단적 선택으로 새 국면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망한 아들 앞으로 5천만 원 가량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이 보험은 아들이 사찰에 도착한 날 가입됐고, 일반 상해로 사망에 이를 경우 보험금이 사찰 관계자로 지급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들은 '친모가 주지스님과 짜고 아들을 죽게 했다'는 보도를 했고, 친부(사망한 아들의 아버지)는 사건 초기엔 아내(아들의 어머니)를 위한 탄원서를 썼지만, 이후에는 사건을 재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합니다.

상황이 바뀐 겁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 달(2월) 4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날, 사찰의 주지가 양봉장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가 남긴 영상 유서에는 "내가 절대 살인 안 했다고, 살인 공모 안 했다고, 그거는 밝혀도(줘). 이 기회에 방송국들 신문사들 제발 공정보도 했으면 좋겠다고 ..너무 못 살게 한다. 세상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지, 내 보고 죽으라더라. 악플 올리고 내가 죄 있다고 검찰에서 와 가지고 사생활 들고 가고..." 등의 말을 남겼습니다.

사건은 현재 대구지검에서 수사중으로 검찰은 지난 11일, 어머니 A 씨를 다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 사건 발생부터 주지의 죽음까지 수사 기간 4개월...앞으로의 수사 방향은?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어머니)이 피해자(아들)가 자신의 비행에 대해 허위로 자복하도록 종용한 후 테이프를 감아 보강한 종이 막대기 등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다음..' 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행 행위란 여신도들을 상대로 성적 희롱을 가하고 주지 스님과 어머니의 관계를 추궁하여 사찰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들을 말합니다.

공소장은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전날까지 허위 자복을 종용 받아 신체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장기간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막대기로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맞아 바닥에 쓰러지거나 폭행을 모면하기 위해 방을 벗어나려고 시도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계속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폭행을 가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또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그 어머니는 어떤 주장을 펼칠까요?

숨진 아들은 왜 주지 스님과 어머니에게 '사찰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걸까요?

아들이 숨진 날, 그리고 그 날 이전에 사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머니에 대해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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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가 때려 숨진 아들…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 입력 2021-03-16 19:40:49
    취재K

경북 청도의 한 사찰. 주지와 신도 10여 명이 생활하는 그곳에서 지난 해 8월, 의문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찰에 기거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35살 남성이 갑자기 저혈성 쇼크로 숨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때린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 63살 A 씨였습니다.


■ 모자는 왜 이곳으로 왔나?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이 곳 사찰로 아들을 데려온 사람은 어머니 A 씨였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사찰 일도 돕도록 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지난 해 6월 15일부터 사찰에 기거하며 사찰 내 양봉 사업, 즉 꿀벌 기르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중 아들은 외부에서 사찰을 오가는 신도들과 잡음을 빚습니다. 일부 신도들은 아들의 이상 행동에 강력히 항의했고 어머니는 훈계 차원에서 아들을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신도 일부가 사찰 주지 스님에게 불편을 하소연하자 주지는 어머니를 불러 “아들을 주의조치 하지 않으면 사찰을 떠나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도저히 부끄러워 못 살겠다”며 “아들을 훈계 차원에서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사찰 내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아들을 대나무 회초리로 약 2시간 30분 동안 2천 백여 차례 때렸습니다.

아들은 쓰러졌지만 어머니는 이를 50분 동안 방치했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어머니는 "때리던 중 아들이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확인한 결과 숨이 멎은 아들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 체중 80kg의 아들이 50kg 어머니에게 맞아서 죽다?

경찰조사 결과, 사찰 합숙소 거실에서 어머니가 매질로 사용한 도구는 지름 2.4cm, 길이 1m 되는 대나무였습니다.

CCTV에는 합숙소 거실 방바닥을 치거나, 수시로 흐느끼거나 호통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주지 스님와 신도 등 3명이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전형적인 훈계 방식이라서 말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검을 통해 밝혀진 숨진 아들의 사인은 속발성 쇼크와 좌멸증후군. 즉 어깨, 팔 등 온몸에 멍이 들어 피가 돌지 않아 숨졌다는 겁니다.

경찰도 CCTV에 나타난 어머니의 훈계방식을 참작했으나 ‘충격에 의한 쇼크사’로 사람이 숨졌다는 인과 관계 성립 조건을 내세워 지난해 10월,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하기엔 정황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경찰은 경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대구지검으로 송치하게 됩니다.


■ 종결되는 듯하던 사건은 주지의 극단적 선택으로 새 국면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망한 아들 앞으로 5천만 원 가량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이 보험은 아들이 사찰에 도착한 날 가입됐고, 일반 상해로 사망에 이를 경우 보험금이 사찰 관계자로 지급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들은 '친모가 주지스님과 짜고 아들을 죽게 했다'는 보도를 했고, 친부(사망한 아들의 아버지)는 사건 초기엔 아내(아들의 어머니)를 위한 탄원서를 썼지만, 이후에는 사건을 재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합니다.

상황이 바뀐 겁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 달(2월) 4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날, 사찰의 주지가 양봉장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가 남긴 영상 유서에는 "내가 절대 살인 안 했다고, 살인 공모 안 했다고, 그거는 밝혀도(줘). 이 기회에 방송국들 신문사들 제발 공정보도 했으면 좋겠다고 ..너무 못 살게 한다. 세상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지, 내 보고 죽으라더라. 악플 올리고 내가 죄 있다고 검찰에서 와 가지고 사생활 들고 가고..." 등의 말을 남겼습니다.

사건은 현재 대구지검에서 수사중으로 검찰은 지난 11일, 어머니 A 씨를 다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 사건 발생부터 주지의 죽음까지 수사 기간 4개월...앞으로의 수사 방향은?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어머니)이 피해자(아들)가 자신의 비행에 대해 허위로 자복하도록 종용한 후 테이프를 감아 보강한 종이 막대기 등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다음..' 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행 행위란 여신도들을 상대로 성적 희롱을 가하고 주지 스님과 어머니의 관계를 추궁하여 사찰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들을 말합니다.

공소장은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전날까지 허위 자복을 종용 받아 신체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장기간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막대기로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맞아 바닥에 쓰러지거나 폭행을 모면하기 위해 방을 벗어나려고 시도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계속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폭행을 가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또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그 어머니는 어떤 주장을 펼칠까요?

숨진 아들은 왜 주지 스님과 어머니에게 '사찰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걸까요?

아들이 숨진 날, 그리고 그 날 이전에 사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머니에 대해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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