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그린벨트 해제용역 직전 240억 원 투자한 ‘큰 손’…누구?

입력 2021.03.17 (07:00) 수정 2021.03.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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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과천주민센터 인근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경기도 과천시 과천주민센터 인근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

과천시 과천동 노른자위 그린벨트가 팔렸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주민센터 옆 그린벨트에 밭과 임야가 있다. 이 땅은 지난달 26일부터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주민공람이 진행 중이다.

규모는 만 제곱미터. 이곳은 서울 방향 과천대로 바로 옆에 있고, 도로와 상가, 주택에 둘러싸여 있다.

그린벨트만 해제된다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는 노른자위 땅이다. 지난해 공시지가만 60억 원대였다.

이러다 보니 전 주인 2명이 1971년에 매입한 뒤, 상속을 제외하고는 손바뀜이 없었다. 그런데 이 그린벨트 땅이 지난해 4월 6일 팔렸다. 계약금만 24억 원, 매매대금은 무려 240억 원이었다.

그린벨트 토지 매입자는 신설 농업법인

 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등기부 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등기부

토지 매입자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OOO영농리츠다. 지난해 3월 17일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토지 매입 불과 3주 전 만들었다.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모 빌딩, 대표자는 충청북도 옥천군이 주소인 김 모 씨였다.

그런데 본점 소재지에 갔더니 농업법인은 없고, 전기공사업체만 있다. 전기공사업체 직원은 "사무실을 함께 썼고, 농업법인은 이사 갔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농업법인의 폐쇄등기를 뗐다. 첫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한 주상복합인데 한 달도 안돼 주소를 이전했다.

왜 옮겼을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규칙에 이유가 있었다. 농업법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를 취득하려면 해당 토지가 소재하는 지역 또는 그와 연접한 지역에 사무소가 있어야 한다.

OOO영농리츠는 이 조건을 맞추려고 본점을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

수상한 매입 시점과 제보…과천시는 반박

매입 시점도 수상했다. 과천시는 2019년 말, 2020년 예산안을 심의·확정할 때 관련 용역 예산을 배정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 용역발주를 위한 내부품의가 이뤄졌다. 용역공고는 3월 23일, 용역계약은 4월 9일, 용역착수는 4월 13일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농업법인은 용역공고 1주일 전 만들어졌고, 용역착수 1주일 전 토지를 매입했다. 제보자는 "해당 법인이 과천시 공무원한테 정보를 받아서 토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과천시 입장은 달랐다.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상 단절토지는 '도로ㆍ철도 또는 하천 개수로로 인하여 단절된 3만 제곱미터 미만의 토지'로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에 "(관내) 단절토지가 어디라는 건 과천 바닥이 좁으니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농업법인 차려 그린벨트 매입한 건 법원 공무원 가족

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신설 당시 주소지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신설 당시 주소지

농업법인의 실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첫 본점 소재지의 등기부 등본을 뗐다. 등기상 소유자를 검색해보니 수원지방법원 공무원이다.

법원 측에 문의하니 현재 장안등기소 직원이라고 했다.

이 공무원에게 경위를 물었다.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집 주소만 빌려줬다. 다른 이유는 없고 편의만 봐줬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는 동생' 역시 수원지방법원 공무원이었다.

법원에서 경매업무를 담당하다 휴직한 공무원 김 모 씨. 바로 OOO영농리츠 대표의 딸이다.

이번에는 김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해서 과천동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매입했냐고 묻자, "제가 한 건 아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정보를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신도시 지정과 관계도 없고, 정보를 알 수 있는 어디 원천이 어딨겠느냐"며 부인했다.

하지만 등기업무를 대행한 법무사의 얘기는 달랐다. 딸 김 씨가 OOO영농리츠의 업무를 했느냐고 묻자 "맞다"며 "(딸) 김 씨가 매수인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씨의 아버지이자 법인 대표는 "농사지으려고 법인을 만들었다"는 말만 했을 뿐 다른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주주 명부 확인해야…경찰 내사 착수

농업인이 아닌 자가 농지를 매입하려면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제출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일 경우 거주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까다롭다.

반면, 법인을 만들면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우회할 수 있다.

농어업경영체법 시행령상 농업인이 아닌 자도 법인 총 출자액의 90%까지 참여할 수 있고, 주주명부가 공개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자신을 숨긴 채 토지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명으로 농지를 매입하기보다 농업법인의 주주로 참여해 이익을 장기적으로 누리는 방법이 있다.

240억대 그린벨트를 매입한 법원 공무원 가족의 법인도 실체는 주주명부에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과천시에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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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7 07:00:54
    • 수정2021-03-17 11:49:50
    취재후·사건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민센터 인근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
과천시 과천동 노른자위 그린벨트가 팔렸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주민센터 옆 그린벨트에 밭과 임야가 있다. 이 땅은 지난달 26일부터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주민공람이 진행 중이다.

규모는 만 제곱미터. 이곳은 서울 방향 과천대로 바로 옆에 있고, 도로와 상가, 주택에 둘러싸여 있다.

그린벨트만 해제된다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는 노른자위 땅이다. 지난해 공시지가만 60억 원대였다.

이러다 보니 전 주인 2명이 1971년에 매입한 뒤, 상속을 제외하고는 손바뀜이 없었다. 그런데 이 그린벨트 땅이 지난해 4월 6일 팔렸다. 계약금만 24억 원, 매매대금은 무려 240억 원이었다.

그린벨트 토지 매입자는 신설 농업법인

 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등기부
토지 매입자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OOO영농리츠다. 지난해 3월 17일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토지 매입 불과 3주 전 만들었다.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모 빌딩, 대표자는 충청북도 옥천군이 주소인 김 모 씨였다.

그런데 본점 소재지에 갔더니 농업법인은 없고, 전기공사업체만 있다. 전기공사업체 직원은 "사무실을 함께 썼고, 농업법인은 이사 갔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농업법인의 폐쇄등기를 뗐다. 첫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한 주상복합인데 한 달도 안돼 주소를 이전했다.

왜 옮겼을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규칙에 이유가 있었다. 농업법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를 취득하려면 해당 토지가 소재하는 지역 또는 그와 연접한 지역에 사무소가 있어야 한다.

OOO영농리츠는 이 조건을 맞추려고 본점을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

수상한 매입 시점과 제보…과천시는 반박

매입 시점도 수상했다. 과천시는 2019년 말, 2020년 예산안을 심의·확정할 때 관련 용역 예산을 배정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 용역발주를 위한 내부품의가 이뤄졌다. 용역공고는 3월 23일, 용역계약은 4월 9일, 용역착수는 4월 13일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농업법인은 용역공고 1주일 전 만들어졌고, 용역착수 1주일 전 토지를 매입했다. 제보자는 "해당 법인이 과천시 공무원한테 정보를 받아서 토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과천시 입장은 달랐다.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상 단절토지는 '도로ㆍ철도 또는 하천 개수로로 인하여 단절된 3만 제곱미터 미만의 토지'로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에 "(관내) 단절토지가 어디라는 건 과천 바닥이 좁으니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농업법인 차려 그린벨트 매입한 건 법원 공무원 가족

과천시 그린벨트 농지 매입 법인 신설 당시 주소지
농업법인의 실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첫 본점 소재지의 등기부 등본을 뗐다. 등기상 소유자를 검색해보니 수원지방법원 공무원이다.

법원 측에 문의하니 현재 장안등기소 직원이라고 했다.

이 공무원에게 경위를 물었다. "아는 동생의 부탁으로 집 주소만 빌려줬다. 다른 이유는 없고 편의만 봐줬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는 동생' 역시 수원지방법원 공무원이었다.

법원에서 경매업무를 담당하다 휴직한 공무원 김 모 씨. 바로 OOO영농리츠 대표의 딸이다.

이번에는 김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해서 과천동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매입했냐고 묻자, "제가 한 건 아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정보를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신도시 지정과 관계도 없고, 정보를 알 수 있는 어디 원천이 어딨겠느냐"며 부인했다.

하지만 등기업무를 대행한 법무사의 얘기는 달랐다. 딸 김 씨가 OOO영농리츠의 업무를 했느냐고 묻자 "맞다"며 "(딸) 김 씨가 매수인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씨의 아버지이자 법인 대표는 "농사지으려고 법인을 만들었다"는 말만 했을 뿐 다른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주주 명부 확인해야…경찰 내사 착수

농업인이 아닌 자가 농지를 매입하려면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제출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일 경우 거주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까다롭다.

반면, 법인을 만들면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우회할 수 있다.

농어업경영체법 시행령상 농업인이 아닌 자도 법인 총 출자액의 90%까지 참여할 수 있고, 주주명부가 공개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자신을 숨긴 채 토지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명으로 농지를 매입하기보다 농업법인의 주주로 참여해 이익을 장기적으로 누리는 방법이 있다.

240억대 그린벨트를 매입한 법원 공무원 가족의 법인도 실체는 주주명부에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과천시에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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