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또 나섰다…한미훈련 ‘맹비난’ 다음 수순은?

입력 2021.03.17 (08:01) 수정 2021.03.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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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종료와 블링컨·오스틴 장관 방한을 앞두고 강한 비난 담화를 내놨습니다.

어제(1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나온 담화는 여전히 김 부부장이 대남 및 대외 관계를 맡고 있다는 걸 보여줬고, 종종 그랬듯 남측을 향한 비하 발언 수위도 높았습니다.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고, 북한의 다음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보여줄 다음 카드는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조평통·금강산관광국 해체 언급…"상징적 타격"

담화에서 북한은 한미훈련을 '적대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비난한 뒤, 경고 성격의 몇 가지 '조치'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북한의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조평통은 북한이 1961년 노동당의 외곽기구로 만든 단체로 주로 남북회담을 담당했습니다.

2018년 1월에는 북한이 말한 '3년 전 봄날'을 준비하는 고위급회담에 리선권이 조평통 위원장 자격으로 우리 통일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화가 단절되고 대남 정책을 김여정 부부장이 담당하면서 현재는 리선권의 후임 위원장이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평통은 사실상 기능을 못해왔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은 북한 당국의 독자적 개발계획에 따라 남측과의 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구의 폐지는 실질적 타격보다는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상징적 타격"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평통과 금강산관광국 해체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내고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한 것처럼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같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부터 관광이 중단된 상태이긴 해도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자산이 남아있어서, 실행될 경우 피해가 우려됩니다.

■"남북군사합의서 파기할 수도"…조건이 붙은 경고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는 모습.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사진.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는 모습.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사진.

더 수위가 높은 것은 '군사분야합의서 파기'입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체결한 군사분야합의서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연습을 중지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이 합의서를 파기하는 것을 두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를 4.27(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홍민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했던 걸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파급력이 큰 카드"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담화에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앞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파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친 막말과는 달리, 남북 관계를 바로 파국으로 만들기보다는 남측의 이후 반응을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블링컨·오스틴 방한 앞둔 메시지…"잠 설칠 일 만들지 말라"

담화 뒷부분에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있습니다.

미국의 새 행정부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측에 했던 막말에 비해 표현의 수위가 낮은 것이 눈에 띄는데, 내일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방한을 앞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정책 수립에 이런 상황을 반영하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미 2+2 회담과 이후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셈입니다. 미국의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향후 결과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일 겁니다.

북한의 담화에 대해 우리 정부의 관계부처들은 "한미훈련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면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조기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파국을 예고하는 북한의 거친 담화로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결국 '대화'를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한 겁니다. 북한의 다음 행보 못지않게 한미 양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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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7 08:01:40
    • 수정2021-03-17 11:49:50
    취재K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종료와 블링컨·오스틴 장관 방한을 앞두고 강한 비난 담화를 내놨습니다.

어제(1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나온 담화는 여전히 김 부부장이 대남 및 대외 관계를 맡고 있다는 걸 보여줬고, 종종 그랬듯 남측을 향한 비하 발언 수위도 높았습니다.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고, 북한의 다음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보여줄 다음 카드는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조평통·금강산관광국 해체 언급…"상징적 타격"

담화에서 북한은 한미훈련을 '적대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비난한 뒤, 경고 성격의 몇 가지 '조치'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북한의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조평통은 북한이 1961년 노동당의 외곽기구로 만든 단체로 주로 남북회담을 담당했습니다.

2018년 1월에는 북한이 말한 '3년 전 봄날'을 준비하는 고위급회담에 리선권이 조평통 위원장 자격으로 우리 통일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화가 단절되고 대남 정책을 김여정 부부장이 담당하면서 현재는 리선권의 후임 위원장이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평통은 사실상 기능을 못해왔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은 북한 당국의 독자적 개발계획에 따라 남측과의 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구의 폐지는 실질적 타격보다는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상징적 타격"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평통과 금강산관광국 해체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내고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한 것처럼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같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부터 관광이 중단된 상태이긴 해도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자산이 남아있어서, 실행될 경우 피해가 우려됩니다.

■"남북군사합의서 파기할 수도"…조건이 붙은 경고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는 모습.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사진.
더 수위가 높은 것은 '군사분야합의서 파기'입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체결한 군사분야합의서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연습을 중지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이 합의서를 파기하는 것을 두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를 4.27(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홍민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했던 걸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파급력이 큰 카드"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담화에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앞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파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친 막말과는 달리, 남북 관계를 바로 파국으로 만들기보다는 남측의 이후 반응을 보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블링컨·오스틴 방한 앞둔 메시지…"잠 설칠 일 만들지 말라"

담화 뒷부분에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있습니다.

미국의 새 행정부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측에 했던 막말에 비해 표현의 수위가 낮은 것이 눈에 띄는데, 내일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방한을 앞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정책 수립에 이런 상황을 반영하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미 2+2 회담과 이후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셈입니다. 미국의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향후 결과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일 겁니다.

북한의 담화에 대해 우리 정부의 관계부처들은 "한미훈련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면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조기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파국을 예고하는 북한의 거친 담화로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결국 '대화'를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한 겁니다. 북한의 다음 행보 못지않게 한미 양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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