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일 만에 직접 목소리 낸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입력 2021.03.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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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피해자석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피해자석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A 씨가 오늘(17일)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직접 심경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강제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다음날 사망한 지 약 8개월, 251일만입니다.

■ "피해 사실 의문 갖는 소모적인 논쟁 그만둬야"

A 씨는 여전히 이어지는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우선 A 씨는 "자신이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것이 굉장히 험난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더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저란 인간이 설 자리가 우리 사회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피해 사실 공개 이후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는 "서울북부지검의 수사 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통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고 지난주 인권위의 결정문 받았다"라며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방어권을 포기한 건 고인이 된 상대방"이라며 "고인이 사법 처리를 받고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일상 회복 위해서는 용서 필요…사과해 달라"

수사 기관 등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A 씨. 이제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그분의 잘못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게 상처를 준 모든 분은 진심으로 사과해달라"라며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위력들이 겁이 나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불쌍한 피해자가 아닌 잘못된 생각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A 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라며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받는 일이 생긴다면 그 사람을 어루만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 피해를 호소해야 바뀌는 게 아니라 가해자 스스로 조심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도 밝혔습니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 A 씨, 직접 기자회견 나선 이유는?

그동안 변호인이나 편지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전해오던 A 씨는 기자들 앞에 서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다음 달 7일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했습니다.

A 씨는 "지금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라며 "나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내게 상처를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길 때 그 후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A 씨와 기자들의 질의응답 중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인사들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내 피해 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다"라면서 "민주당은 투표율 23%의 당원 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선거캠프에는 제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A 씨는 자신의 피해에 대한 이낙연 대표 등의 사과에 대해서는 "이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께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A 씨는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라면서도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민주당 의원과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A 씨는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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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일 만에 직접 목소리 낸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 입력 2021-03-17 16:51:10
    취재K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피해자석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A 씨가 오늘(17일)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직접 심경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강제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다음날 사망한 지 약 8개월, 251일만입니다.

■ "피해 사실 의문 갖는 소모적인 논쟁 그만둬야"

A 씨는 여전히 이어지는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우선 A 씨는 "자신이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것이 굉장히 험난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더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저란 인간이 설 자리가 우리 사회에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피해 사실 공개 이후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는 "서울북부지검의 수사 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통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고 지난주 인권위의 결정문 받았다"라며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방어권을 포기한 건 고인이 된 상대방"이라며 "고인이 사법 처리를 받고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일상 회복 위해서는 용서 필요…사과해 달라"

수사 기관 등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A 씨. 이제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그분의 잘못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게 상처를 준 모든 분은 진심으로 사과해달라"라며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위력들이 겁이 나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불쌍한 피해자가 아닌 잘못된 생각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A 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라며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받는 일이 생긴다면 그 사람을 어루만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 피해를 호소해야 바뀌는 게 아니라 가해자 스스로 조심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도 밝혔습니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 A 씨, 직접 기자회견 나선 이유는?

그동안 변호인이나 편지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전해오던 A 씨는 기자들 앞에 서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다음 달 7일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했습니다.

A 씨는 "지금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라며 "나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내게 상처를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길 때 그 후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A 씨와 기자들의 질의응답 중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인사들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내 피해 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다"라면서 "민주당은 투표율 23%의 당원 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선거캠프에는 제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A 씨는 자신의 피해에 대한 이낙연 대표 등의 사과에 대해서는 "이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께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A 씨는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라면서도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민주당 의원과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A 씨는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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