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동학개미’의 삼성전자 주주총회…결론은 ‘이재용 논란’

입력 2021.03.17 (18:26) 수정 2021.03.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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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가증권 시장의 대장주이자 20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 개미’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어제(17일) 경기 수원의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동학 개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 주총 소집 통지서를 인증하며 주총엔 어떻게 참여할지,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등을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주총장에 참석한 475명의 주주 가운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부터 2~30대로 보이는 젊은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주총이 코로나19 유행 속에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발열 체크와 손 소독 절차를 비롯해 행사장 좌석을 2m 이상 띄워 배치하는 등 거리 두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주주들은 기존 주총장 방식처럼 ‘박수 통과’가 아니라, 개별 지급된 전자표결 단말기를 통해 각자 자리에서 안건마다 차분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 ISS “ 경영진 견제, 감시 못 한 사외이사 반대”... 결과는 무사통과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곧 임기가 끝나는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안건을 두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 회사인 ISS가 이 안건에 부결을 권고하면서 안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ISS는 해당 이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질 때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ISS 같은 글로벌 자문사의 의견은 삼성 주식의 약 45%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개정 상법에 따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안건 통과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삼성전자 주식의 10%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안건은 무리 없이 가결됐습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ISS와 같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는 사외이사의 연임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내외 주주들의 움직임 즉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었는데요. 주총 하루 전 ‘찬성’ 의견을 공시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내부에선 의결권 행사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일부가 이견을 드러내며 사퇴를 선언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 여전히 뜨거운 ‘거취 논란’... “이재용 해임” 주장에 “종합적으로 검토”

사외이사 안건뿐 아니라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이재용 회장 본인의 거취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은 주총장 앞에서 이 부회장 취업 제한에 대한 이사회 입장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고,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여전히 미등기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취업 제한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앞선 주장과 달리 한 중년 여성 주주는 “이 부회장이 왜 감옥살이를 해야 하나. 땅을 칠 일”이라고 말해 일부의 박수를 받기도 했고, 또 다른 주주는 “잘못한 정치인들도 활동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해임을) 논의할 이유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소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습니다.

■ 코로나 속 선방 , 주주 가치 제고 노력 등 강조했지만 결론은 ‘이재용 논란’

앞서 김기남 부회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경영현황을 발표하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여건 속에도 탄탄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또, 주주들 앞에서 현재 배당 규모와 앞으로 3년간 배당 확대 계획을 상세하게 밝히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는데요. 그럼에도 사외이사 선임 건에서부터 해임 요구까지 주총 내내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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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만 ‘동학개미’의 삼성전자 주주총회…결론은 ‘이재용 논란’
    • 입력 2021-03-17 18:26:10
    • 수정2021-03-18 00:02:33
    취재K

국내 유가증권 시장의 대장주이자 20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 개미’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어제(17일) 경기 수원의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동학 개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 주총 소집 통지서를 인증하며 주총엔 어떻게 참여할지,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등을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주총장에 참석한 475명의 주주 가운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부터 2~30대로 보이는 젊은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주총이 코로나19 유행 속에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발열 체크와 손 소독 절차를 비롯해 행사장 좌석을 2m 이상 띄워 배치하는 등 거리 두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주주들은 기존 주총장 방식처럼 ‘박수 통과’가 아니라, 개별 지급된 전자표결 단말기를 통해 각자 자리에서 안건마다 차분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 ISS “ 경영진 견제, 감시 못 한 사외이사 반대”... 결과는 무사통과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곧 임기가 끝나는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안건을 두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 회사인 ISS가 이 안건에 부결을 권고하면서 안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ISS는 해당 이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질 때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ISS 같은 글로벌 자문사의 의견은 삼성 주식의 약 45%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개정 상법에 따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안건 통과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삼성전자 주식의 10%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안건은 무리 없이 가결됐습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ISS와 같이 반대 의견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는 사외이사의 연임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내외 주주들의 움직임 즉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었는데요. 주총 하루 전 ‘찬성’ 의견을 공시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내부에선 의결권 행사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일부가 이견을 드러내며 사퇴를 선언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 여전히 뜨거운 ‘거취 논란’... “이재용 해임” 주장에 “종합적으로 검토”

사외이사 안건뿐 아니라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이재용 회장 본인의 거취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은 주총장 앞에서 이 부회장 취업 제한에 대한 이사회 입장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고,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여전히 미등기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취업 제한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앞선 주장과 달리 한 중년 여성 주주는 “이 부회장이 왜 감옥살이를 해야 하나. 땅을 칠 일”이라고 말해 일부의 박수를 받기도 했고, 또 다른 주주는 “잘못한 정치인들도 활동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해임을) 논의할 이유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소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습니다.

■ 코로나 속 선방 , 주주 가치 제고 노력 등 강조했지만 결론은 ‘이재용 논란’

앞서 김기남 부회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경영현황을 발표하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여건 속에도 탄탄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또, 주주들 앞에서 현재 배당 규모와 앞으로 3년간 배당 확대 계획을 상세하게 밝히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는데요. 그럼에도 사외이사 선임 건에서부터 해임 요구까지 주총 내내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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