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공약’ 재개발·재건축…수혜자 따로 있었다

입력 2021.03.18 (17:36) 수정 2021.03.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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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맞물리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 3명 모두 앞다퉈 ‘주택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고밀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재개발·재건축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공급 대책, 당연히 무주택자와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겠죠. 과연 그럴까요. 현재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서울 지역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재건축 예정 단지, 10명 중 1명만 ‘내 집에 산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지인 상계 주공5단지를 살폈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 10명 중 1명만 ‘집주인’입니다. 나머지 9명은 세입자라는 이야깁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회사무처 의뢰를 받아 등기부 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입니다. 840세대로 이뤄진 이 단지에 소유주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비율은 12.5%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 가봤습니다. 재건축 승인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이로 ‘마지막 매물’임을 알리는 매매 홍보 전단들이 붙어있었습니다.

단지 내 매물을 가진 공인중개사는 “31.98㎡(11평형)의 실거래가가 이미 7억을 넘겼고, 6억 5천만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는데 지방 거주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이어져 바쁘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네는 재건축으로 들썩인다는데, 기존 세입자들은 이주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습니다.

6년째 이 단지에 거주 중인 세입자라고 밝힌 70대 어르신은 “그나마 이 단지가 전셋값이 괜찮아서 이주해 살고 있는데, 재건축 시작되면 같은 전셋값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재 상계 주공5단지 전세물건은 1억 1천~3천만 원에 형성돼있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월 현재) 6억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으로 서울 지역 어디에 새로 자리 잡아야 할지 고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 은마아파트도 등기부 등본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체 거주자 중 세입자 비율이 68.2%였습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의 현재 사는 곳 중 ‘강남구’가 33.8%로 가장 높다는 것도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은마아파트 인근에 살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며 투자하는 ‘투자 개념’의 강남구 거주자가 많은 현실입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인천-경기’ 집주인이 늘고 있다?

등기부 등본 분석 결과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서울이 아닌 인천·경기 지역 소유주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인천·경기 지역 소유주는 상계 주공5단지의 경우 17.5%, 은마아파트는 1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사이, 서울 시민의 소유 비율은 줄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었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부재지주(不在地主)’ 현상이 서울지역 재건축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을 앞두거나 신청한 아파트의 경우 투자만 하고 전세를 내어주는 ‘소유주’ 비율이 높고, 노후화하다 보니 시세보다 전세가가 낮다는 이유로 사는 ‘세입자’의 상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재건축 이후 기존 세입자들의 지역 정착률은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개발 조합원은 로또? 원주민은 떠난다

낡은 주거지역을 정비하는 재개발 상황은 어떨까. 서울 수색증산뉴타운 일대의 한 재개발 구역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토지 소유권을 갖고 실제 거주해오던 원주민의 단 17.7%만이 분양을 신청했습니다.

다수의 원주민은 왜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할 자격을 포기하고 떠났을까.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의 41%가 4억 이하의 토지 보상비를 책정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로또 당첨’이라는 7억여 원의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예전과 달리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억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원주민들이 줄어들어 분양권을 넘기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실제 살지는 않았지만, 분양을 신청한 조합원이 55%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정착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18일) KBS 9시 뉴스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내놓은 재개발 재건축 공약이 과연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는 공급 효과를 줄 것인지, 재개발 재건축의 수혜가 누구에게 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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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통 공약’ 재개발·재건축…수혜자 따로 있었다
    • 입력 2021-03-18 17:36:55
    • 수정2021-03-18 18:24:31
    취재K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맞물리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 3명 모두 앞다퉈 ‘주택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고밀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재개발·재건축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공급 대책, 당연히 무주택자와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겠죠. 과연 그럴까요. 현재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서울 지역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재건축 예정 단지, 10명 중 1명만 ‘내 집에 산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지인 상계 주공5단지를 살폈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 10명 중 1명만 ‘집주인’입니다. 나머지 9명은 세입자라는 이야깁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회사무처 의뢰를 받아 등기부 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입니다. 840세대로 이뤄진 이 단지에 소유주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비율은 12.5%에 불과했습니다.

현장에 가봤습니다. 재건축 승인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이로 ‘마지막 매물’임을 알리는 매매 홍보 전단들이 붙어있었습니다.

단지 내 매물을 가진 공인중개사는 “31.98㎡(11평형)의 실거래가가 이미 7억을 넘겼고, 6억 5천만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는데 지방 거주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이어져 바쁘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네는 재건축으로 들썩인다는데, 기존 세입자들은 이주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습니다.

6년째 이 단지에 거주 중인 세입자라고 밝힌 70대 어르신은 “그나마 이 단지가 전셋값이 괜찮아서 이주해 살고 있는데, 재건축 시작되면 같은 전셋값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재 상계 주공5단지 전세물건은 1억 1천~3천만 원에 형성돼있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월 현재) 6억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으로 서울 지역 어디에 새로 자리 잡아야 할지 고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 은마아파트도 등기부 등본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체 거주자 중 세입자 비율이 68.2%였습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의 현재 사는 곳 중 ‘강남구’가 33.8%로 가장 높다는 것도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은마아파트 인근에 살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며 투자하는 ‘투자 개념’의 강남구 거주자가 많은 현실입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인천-경기’ 집주인이 늘고 있다?

등기부 등본 분석 결과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서울이 아닌 인천·경기 지역 소유주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인천·경기 지역 소유주는 상계 주공5단지의 경우 17.5%, 은마아파트는 1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사이, 서울 시민의 소유 비율은 줄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었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부재지주(不在地主)’ 현상이 서울지역 재건축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을 앞두거나 신청한 아파트의 경우 투자만 하고 전세를 내어주는 ‘소유주’ 비율이 높고, 노후화하다 보니 시세보다 전세가가 낮다는 이유로 사는 ‘세입자’의 상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재건축 이후 기존 세입자들의 지역 정착률은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개발 조합원은 로또? 원주민은 떠난다

낡은 주거지역을 정비하는 재개발 상황은 어떨까. 서울 수색증산뉴타운 일대의 한 재개발 구역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토지 소유권을 갖고 실제 거주해오던 원주민의 단 17.7%만이 분양을 신청했습니다.

다수의 원주민은 왜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할 자격을 포기하고 떠났을까.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의 41%가 4억 이하의 토지 보상비를 책정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로또 당첨’이라는 7억여 원의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예전과 달리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억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원주민들이 줄어들어 분양권을 넘기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실제 살지는 않았지만, 분양을 신청한 조합원이 55%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정착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18일) KBS 9시 뉴스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내놓은 재개발 재건축 공약이 과연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는 공급 효과를 줄 것인지, 재개발 재건축의 수혜가 누구에게 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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