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살 넘은 향나무까지 ‘싹둑’…절차 무시한 이유는?

입력 2021.03.18 (18:11) 수정 2021.03.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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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옛 충남도청사 울타리에 살던 향나무 114그루 잘려 나가
충청남도 옛 청사 빌려 쓰는 대전시 개방형 공무원이 벌인 '졸속 행정'
관련기관 미승인·건축법 위반·무단 공사...한마디로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
준비 안 된 개방형 공직 임용이 부른 참극...몸 담은 시민사회단체에 특혜 의혹



지켜야 할 절차 메뚜기처럼 뛰어 넘은 '졸속 행정'

지난해 11월, 옛 충남도청사 울타리의 70~80년 된 향나무 114그루가 폐기됐습니다. 그중 2그루는 수령이 무려 105년, 110년에 달했습니다. 옛 충남도청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향나무가 왜 잘려나가야 했을까요?

원인은 성과 내기에 급급한 '졸속 행정'과 '내 식구 챙기기'였습니다.

충청남도 소유의 옛 충남도청사를 빌려 쓰고 있는 대전시는 지난해 옛 도청사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의회동과 부속건물을 수리해 회의, 전시 공간을 만드는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이었습니다.

담을 허물고 수목을 베어내고 부속 동 3개 동 연결복도를 철거 후 재설치하는 대수선이었죠.


■ 관련기관 미승인·건축법 위반·무단 공사...한마디로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

그런데 이 큰 공사를 펼치기 전, 대전시청은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는 7월 충남도청의 소유권을 넘겨받게 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4차례 방문해 협의했지만, 공식적인 승인은 얻지 못했습니다.

주요 구조부인 우체국과 무기고 동 2층 바닥과 내외부 계단을 해체하는 공사는 관할 중구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 절차 역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건축법 위반입니다.

대전시가 집주인의 허락 없이, 관할 구청 신고 절차 없이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한 겁니다.

대전시는 이에 대한 그동안의 시 감사 결과를 어제(18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 이라는 겁니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성과를 내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욕심을 낸 것이 원인"이라고 사과했습니다.



준비 안 된 개방형 공직 임용이 부른 참극...몸 담은 시민사회단체에 특혜 의혹

왜 공무원들은 지켜야 할 절차도 뛰어넘으며 욕심을 낸 걸까요?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이 뛰어넘은 또 다른 절차를 살펴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소통협력공간 설계안에는 옛 의회동 일부에 '사회적자본 지원센터'가 입주할 것처럼 쓰여져 있었는데요. 기관이 입주하려면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장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사회적자본 지원센터'는 심의와 승인 모두 받지 않고 입주가 확정된 것처럼 설계안에 반영됐습니다.

문제의 '사회적자본 지원센터', 이번 사업을 주도한 강영희 대전시 지역공동체과장이 개방형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센터장으로 일한 곳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징계 대상자에 포함된 강영희 과장은 사퇴했고, 나머지 4명은 감사위원회에 상정돼 징계 수위가 논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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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살 넘은 향나무까지 ‘싹둑’…절차 무시한 이유는?
    • 입력 2021-03-18 18:11:52
    • 수정2021-03-18 20:31:18
    취재K
옛 충남도청사 울타리에 살던 향나무 114그루 잘려 나가<br />충청남도 옛 청사 빌려 쓰는 대전시 개방형 공무원이 벌인 '졸속 행정'<br />관련기관 미승인·건축법 위반·무단 공사...한마디로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br />준비 안 된 개방형 공직 임용이 부른 참극...몸 담은 시민사회단체에 특혜 의혹


지켜야 할 절차 메뚜기처럼 뛰어 넘은 '졸속 행정'

지난해 11월, 옛 충남도청사 울타리의 70~80년 된 향나무 114그루가 폐기됐습니다. 그중 2그루는 수령이 무려 105년, 110년에 달했습니다. 옛 충남도청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향나무가 왜 잘려나가야 했을까요?

원인은 성과 내기에 급급한 '졸속 행정'과 '내 식구 챙기기'였습니다.

충청남도 소유의 옛 충남도청사를 빌려 쓰고 있는 대전시는 지난해 옛 도청사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의회동과 부속건물을 수리해 회의, 전시 공간을 만드는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이었습니다.

담을 허물고 수목을 베어내고 부속 동 3개 동 연결복도를 철거 후 재설치하는 대수선이었죠.


■ 관련기관 미승인·건축법 위반·무단 공사...한마디로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

그런데 이 큰 공사를 펼치기 전, 대전시청은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는 7월 충남도청의 소유권을 넘겨받게 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4차례 방문해 협의했지만, 공식적인 승인은 얻지 못했습니다.

주요 구조부인 우체국과 무기고 동 2층 바닥과 내외부 계단을 해체하는 공사는 관할 중구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 절차 역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건축법 위반입니다.

대전시가 집주인의 허락 없이, 관할 구청 신고 절차 없이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한 겁니다.

대전시는 이에 대한 그동안의 시 감사 결과를 어제(18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 명백한 법과 절차 위반' 이라는 겁니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성과를 내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욕심을 낸 것이 원인"이라고 사과했습니다.



준비 안 된 개방형 공직 임용이 부른 참극...몸 담은 시민사회단체에 특혜 의혹

왜 공무원들은 지켜야 할 절차도 뛰어넘으며 욕심을 낸 걸까요?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이 뛰어넘은 또 다른 절차를 살펴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소통협력공간 설계안에는 옛 의회동 일부에 '사회적자본 지원센터'가 입주할 것처럼 쓰여져 있었는데요. 기관이 입주하려면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장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사회적자본 지원센터'는 심의와 승인 모두 받지 않고 입주가 확정된 것처럼 설계안에 반영됐습니다.

문제의 '사회적자본 지원센터', 이번 사업을 주도한 강영희 대전시 지역공동체과장이 개방형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센터장으로 일한 곳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징계 대상자에 포함된 강영희 과장은 사퇴했고, 나머지 4명은 감사위원회에 상정돼 징계 수위가 논의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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