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요금 걷어 어디에 썼나?…예산집행 내 맘대로

입력 2021.03.19 (08:00) 수정 2021.03.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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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팀 경기 사진 (제공 : 부산환경공단)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팀 경기 사진 (제공 : 부산환경공단)

■ 울산 다음으로 비싼 부산 하수도요금 월평균 10,300원

10,300원. 부산 시민들의 월평균 하수도요금입니다. 전국에서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요. 산복도로와 마을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하수처리장이 많은 부산의 특성상 관리비용이 다른 시도보다 많이 책정되는 탓입니다.

이렇게 징수한 하수도 요금은 하수처리비용과 하수처리장 관리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수도법상 하수도 요금은 공공하수도에 관한 용도 외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시민들이 낸 하수도 요금, 15년간 60억 원 '세팍타크로' 남성팀 지원에 사용

그런데 시민들이 내는 요금이 엉뚱하게도 운동팀 예산으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자그마치 15년 동안 6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집행됐는데요. 예산이 쓰인 곳은 부산환경공단의 '세팍타크로' 남성팀입니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라는 뜻의 '세팍'과, '공'을 뜻하는 '타크로'의 합성어로 타이와 말레이시아 등의 전통 스포츠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에 속합니다. 부산환경공단이 해당 남성팀에 집행한 예산은 매년 4억에서 5억 원가량. 지난 15년 동안 60억 가까운 금액이 모두 하수도특별회계에서 지출됐습니다.

하수도 특별회계에서 집행된 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 남성팀 운영비하수도 특별회계에서 집행된 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 남성팀 운영비

하수도요금은 하수도 처리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

현행법상 천 명 이상의 직원이 다니는 공사 공단의 경우 체육 실업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환경공단은 인원수가 그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는데요.

부산시는 이와 관계없이 시책으로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2005년 부산환경공단에 실업팀 창단 협조 요청을 보냅니다. 이듬해 남성 실업팀이 창단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 편성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하수도요금 등을 포함한 '하수특별회계'예산은 하수도 처리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체육팀 운영 등을 위해서는 일반회계 항목에서 예산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하수특별회계에서 지난 15년 동안 예산이 지속적으로 편성됐고, 대행비를 지급하는 부산시는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기준 없는 예산집행에 비인기종목 활성화 취지 '실종'

부산환경공단 측은 "당시 실무 담당자들이 퇴직해 정확한 경위 파악은 힘들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실업팀 운영으로 공단 홍보효과가 있는 만큼 넓은 의미에서는 '공공하수도에 관한 용도'로 볼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정작 2008년에 창단한 여성팀은 일반회계로 부산시 예산을 별도 편성 받았기 때문입니다. 버젓이 여성팀은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받아 집행했음에도 남성팀은 시민들의 하수요금이 포함된 특별회계로 집행한 겁니다. 결국, 예산집행에 기준이 없는 셈입니다.

대행비를 지급하는 부산시조차 어쩌다 예산집행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뿐인데요. 결국,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인 겁니다. 부산환경공단과 부산시는 뒤늦게 체육진흥과 등 담당부서와 협의해 일반회계로 편성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부산시 구군과 공사 공단에 운영중인 실업팀은 모두 22개 팀. 비인기종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지역 체육 발전에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면서 결국 행정기관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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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수도 요금 걷어 어디에 썼나?…예산집행 내 맘대로
    • 입력 2021-03-19 08:00:01
    • 수정2021-03-19 13:43:28
    취재K
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팀 경기 사진 (제공 : 부산환경공단)
■ 울산 다음으로 비싼 부산 하수도요금 월평균 10,300원

10,300원. 부산 시민들의 월평균 하수도요금입니다. 전국에서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요. 산복도로와 마을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하수처리장이 많은 부산의 특성상 관리비용이 다른 시도보다 많이 책정되는 탓입니다.

이렇게 징수한 하수도 요금은 하수처리비용과 하수처리장 관리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수도법상 하수도 요금은 공공하수도에 관한 용도 외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시민들이 낸 하수도 요금, 15년간 60억 원 '세팍타크로' 남성팀 지원에 사용

그런데 시민들이 내는 요금이 엉뚱하게도 운동팀 예산으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자그마치 15년 동안 6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집행됐는데요. 예산이 쓰인 곳은 부산환경공단의 '세팍타크로' 남성팀입니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라는 뜻의 '세팍'과, '공'을 뜻하는 '타크로'의 합성어로 타이와 말레이시아 등의 전통 스포츠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에 속합니다. 부산환경공단이 해당 남성팀에 집행한 예산은 매년 4억에서 5억 원가량. 지난 15년 동안 60억 가까운 금액이 모두 하수도특별회계에서 지출됐습니다.

하수도 특별회계에서 집행된 부산환경공단 세팍타크로 남성팀 운영비
하수도요금은 하수도 처리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

현행법상 천 명 이상의 직원이 다니는 공사 공단의 경우 체육 실업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환경공단은 인원수가 그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는데요.

부산시는 이와 관계없이 시책으로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2005년 부산환경공단에 실업팀 창단 협조 요청을 보냅니다. 이듬해 남성 실업팀이 창단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 편성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하수도요금 등을 포함한 '하수특별회계'예산은 하수도 처리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체육팀 운영 등을 위해서는 일반회계 항목에서 예산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하수특별회계에서 지난 15년 동안 예산이 지속적으로 편성됐고, 대행비를 지급하는 부산시는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기준 없는 예산집행에 비인기종목 활성화 취지 '실종'

부산환경공단 측은 "당시 실무 담당자들이 퇴직해 정확한 경위 파악은 힘들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실업팀 운영으로 공단 홍보효과가 있는 만큼 넓은 의미에서는 '공공하수도에 관한 용도'로 볼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정작 2008년에 창단한 여성팀은 일반회계로 부산시 예산을 별도 편성 받았기 때문입니다. 버젓이 여성팀은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받아 집행했음에도 남성팀은 시민들의 하수요금이 포함된 특별회계로 집행한 겁니다. 결국, 예산집행에 기준이 없는 셈입니다.

대행비를 지급하는 부산시조차 어쩌다 예산집행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뿐인데요. 결국,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인 겁니다. 부산환경공단과 부산시는 뒤늦게 체육진흥과 등 담당부서와 협의해 일반회계로 편성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부산시 구군과 공사 공단에 운영중인 실업팀은 모두 22개 팀. 비인기종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지역 체육 발전에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면서 결국 행정기관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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