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문은 상상 그 이상”…침 잘 놓는다는 한의사 알고 보니

입력 2021.03.19 (16:58) 수정 2021.03.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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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용하다고 소문난 한의사가 있었습니다.

"내 치료술이 논문을 통해 알려진다면 지금까지의 침술과 치료방법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한 번 치료에 많게는 100만 원씩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한의사, 알고 보니 가짜였습니다.

■ "아빠 소문은 상상 그 이상"...입 소문 타면서 환자 끌어모아

62살 A 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대전 서구의 한 건물에서 한의사 행세를 했습니다. 관절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상대로 침을 놨습니다.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환자들이 점점 늘었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A 씨는 자녀와 문자메시지로 "아빠 소문은 상상 그 이상", "땀 뻘뻘 흘리면서 돈 벌고 있다", "내일 1,800만 원이 들어온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부인에게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복권에 당첨되셨습니다"라며 수백만 원을 수시로 입금해 주기도 했습니다.그런데 A 씨의 한의사 행세는 그리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 한의사 자격증 없이 의료행위...60대 환자 숨지기도

2019년 5월, A 씨에게 치료받던 60대 환자가 전신마비 증세를 보이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꼬리가 잡혔습니다. 조사를 받으면서 A 씨는 "나한테 치료받은 사람 중에서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내가 연구한 논문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면 내가 연구한 학문이 대단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라며 실력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A 씨는 한의사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무자격자인 A 씨가 지난 2016년부터 3년 동안 영리를 목적으로 침술 등 의료행위를 한 환자는 확인된 것만 52명, 231차례에 달했습니다.


■ 연구 목적이었다는 침술...진료 예약 표까지 작성하며 환자 관리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그러나 "중의사 자격이 있고, 연구 또는 임상시험 목적으로 한 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학위증명서, 졸업증서, 수료증, 시험합격증서 등을 제출했지만 이런 자료가 중의사 자격에 대한 증서인 점도 불분명하고 출입국 기록 등을 봤을 때도 진위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나 임상시험 목적이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 씨는 진료 예약 표까지 작성하며 환자를 관리했습니다.

또 환자들에게 "반대쪽 무릎도 치료할 경우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거나 "계좌 이체 대신 현금을 지참해 달라"고 안내한 문자메시지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수사가 시작되자 환자 치료 부위 사진을 비롯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험 초래"...징역 2년에 벌금 천만 원 선고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천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실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감과 연구 목적이라는 미명으로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또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엄단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실력만 믿었던 가짜 한의사의 거침 없는 침술, 법의 심판을 받고서야 제동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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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소문은 상상 그 이상”…침 잘 놓는다는 한의사 알고 보니
    • 입력 2021-03-19 16:58:29
    • 수정2021-03-19 20:09:10
    취재K

대전에 용하다고 소문난 한의사가 있었습니다.

"내 치료술이 논문을 통해 알려진다면 지금까지의 침술과 치료방법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한 번 치료에 많게는 100만 원씩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한의사, 알고 보니 가짜였습니다.

■ "아빠 소문은 상상 그 이상"...입 소문 타면서 환자 끌어모아

62살 A 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대전 서구의 한 건물에서 한의사 행세를 했습니다. 관절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상대로 침을 놨습니다.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환자들이 점점 늘었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A 씨는 자녀와 문자메시지로 "아빠 소문은 상상 그 이상", "땀 뻘뻘 흘리면서 돈 벌고 있다", "내일 1,800만 원이 들어온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부인에게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복권에 당첨되셨습니다"라며 수백만 원을 수시로 입금해 주기도 했습니다.그런데 A 씨의 한의사 행세는 그리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 한의사 자격증 없이 의료행위...60대 환자 숨지기도

2019년 5월, A 씨에게 치료받던 60대 환자가 전신마비 증세를 보이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꼬리가 잡혔습니다. 조사를 받으면서 A 씨는 "나한테 치료받은 사람 중에서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내가 연구한 논문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면 내가 연구한 학문이 대단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라며 실력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A 씨는 한의사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무자격자인 A 씨가 지난 2016년부터 3년 동안 영리를 목적으로 침술 등 의료행위를 한 환자는 확인된 것만 52명, 231차례에 달했습니다.


■ 연구 목적이었다는 침술...진료 예약 표까지 작성하며 환자 관리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그러나 "중의사 자격이 있고, 연구 또는 임상시험 목적으로 한 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학위증명서, 졸업증서, 수료증, 시험합격증서 등을 제출했지만 이런 자료가 중의사 자격에 대한 증서인 점도 불분명하고 출입국 기록 등을 봤을 때도 진위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나 임상시험 목적이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 씨는 진료 예약 표까지 작성하며 환자를 관리했습니다.

또 환자들에게 "반대쪽 무릎도 치료할 경우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거나 "계좌 이체 대신 현금을 지참해 달라"고 안내한 문자메시지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수사가 시작되자 환자 치료 부위 사진을 비롯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험 초래"...징역 2년에 벌금 천만 원 선고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천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실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감과 연구 목적이라는 미명으로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또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엄단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실력만 믿었던 가짜 한의사의 거침 없는 침술, 법의 심판을 받고서야 제동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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