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부모 닮아서”…낙인이 남긴 상처

입력 2021.03.19 (21:47) 수정 2021.04.0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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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헌법은 연좌제를 분명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잘못이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죄를 지어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경우, 나머지 가족의 삶은 과연 어떨까요?

KBS 탐사보도부가 범죄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하누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5년 전 엄마가 구속된 11살 선우.

2년 만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엄마 아픈 데 없어? 엄마, 엄마, 안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괜찮아.)"]

매일 보고 싶고, 자꾸 만지고 싶은 엄마지만,

["사랑해. 엄마, 사랑해."]

친구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이선우/가명/11살/음성변조 : "친구들한테는 병원에 계신다고 (했어요). 얘기하면 친구들이 약간 따돌릴 것 같다고 해야 되나?"]

KBS가 수용자 자녀들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주변에서 부모가 수감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자의 자녀라는 낙인이 두려워 숨기고 사는 겁니다.

[최윤주/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움' 팀장 : "'(너희도) 천벌 받는 게 당연하다'라는 그런 메시지가 이렇게 거기(관련 기사에) 쭉 달렸어요. 그것을 본 한 아이가 '죽고 싶다'고..."]

응답자 17%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자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는 전국에 단 두 곳.

지원 활동은 음지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일형/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진회' 사무국장 : "들어오실 때 간판이 없었잖아요. 이게 혹시나 여기를 들락날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유엔은 2년 전 우리 정부에 수용자 자녀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절대 너의 책임이 아니다, 너는 사랑받을 존재고, 애틋한 존재고, 또 앞으로 이 아버지,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다."]

수용자가 출소한 뒤 3년 안에 다시 구속되는 비율은 25%.

자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아 가정이 존속된 경우 5%대로 낮아졌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관후 김수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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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자 부모 닮아서”…낙인이 남긴 상처
    • 입력 2021-03-19 21:47:54
    • 수정2021-04-09 19:22:29
    뉴스 9
[앵커]

우리 헌법은 연좌제를 분명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잘못이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죄를 지어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경우, 나머지 가족의 삶은 과연 어떨까요?

KBS 탐사보도부가 범죄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하누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5년 전 엄마가 구속된 11살 선우.

2년 만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엄마 아픈 데 없어? 엄마, 엄마, 안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괜찮아.)"]

매일 보고 싶고, 자꾸 만지고 싶은 엄마지만,

["사랑해. 엄마, 사랑해."]

친구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이선우/가명/11살/음성변조 : "친구들한테는 병원에 계신다고 (했어요). 얘기하면 친구들이 약간 따돌릴 것 같다고 해야 되나?"]

KBS가 수용자 자녀들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주변에서 부모가 수감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자의 자녀라는 낙인이 두려워 숨기고 사는 겁니다.

[최윤주/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움' 팀장 : "'(너희도) 천벌 받는 게 당연하다'라는 그런 메시지가 이렇게 거기(관련 기사에) 쭉 달렸어요. 그것을 본 한 아이가 '죽고 싶다'고..."]

응답자 17%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자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는 전국에 단 두 곳.

지원 활동은 음지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일형/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 '세진회' 사무국장 : "들어오실 때 간판이 없었잖아요. 이게 혹시나 여기를 들락날락하는 아이들 때문에..."]

유엔은 2년 전 우리 정부에 수용자 자녀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절대 너의 책임이 아니다, 너는 사랑받을 존재고, 애틋한 존재고, 또 앞으로 이 아버지,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다."]

수용자가 출소한 뒤 3년 안에 다시 구속되는 비율은 25%.

자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아 가정이 존속된 경우 5%대로 낮아졌습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관후 김수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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