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를 보호해야할 또 다른 이유…‘기후변화 지표종’

입력 2021.03.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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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낳으러 가다가… “치이고, 밟히고”

따뜻한 3월입니다. 지난달,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산란 철이 시작됐습니다. 주로 4월까지 번식합니다. 몸 15cm의 크기에 갈색을 띤 두꺼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산지에서 주로 발견되며, 주변 저수지까지 내려와 알을 낳습니다. 이맘때, 야산에서 근처 습지나 저수지, 웅덩이로 내려오는 두꺼비 무리가 사람의 눈에 자주 목격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산란을 위한 긴 여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지난 1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한 도로 경계석 주변을 맴돌던 두꺼비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야산에서 막 내려온 뒤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가까스로 도로를 건넜던 두꺼비가 12~15cm가량의 경계석은 미처 넘지 못한 겁니다.

근처 도로에선 이미 차에 치이거나 밟힌 두꺼비의 사체가 바짝 마른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두꺼비 한 마리가 1m 높이의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두꺼비 한 마리가 1m 높이의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 탈출 못 한 농수로에 ‘산란’

며칠 뒤,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한 농수로에 수십 마리의 두꺼비가 갇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가봤습니다. 야산에서 아래 습지로 이동하는 두꺼비의 긴 행렬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습지를 빙 둘러싼 농수로였습니다. 두꺼비는 움푹 팬 농수로를 무사히 통과해 산란지인 습지로 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두꺼비 대부분은 1m 가량의 농수로 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나온 환경단체가 1시간 동안 구조해 습지에 놓아 준 두꺼비는 20여 마리나 됐습니다. 그 뒤에도 수컷을 등에 업은 암컷 두꺼비 무리가 다시 농수로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짝 마른 농수로 안 곳곳에 ‘큰산개구리’가 낳은 알 더미도 눈에 띄었습니다. 물이 고인 집수정에는 도롱뇽과 두꺼비 알도 목격됐습니다. 미처 농수로를 탈출하지 못한 양서류가 낳은 알들입니다.

 KBS 취재진이 농수로에 설치된 양서류 탈출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KBS 취재진이 농수로에 설치된 양서류 탈출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 양서류 3종은 ‘기후변화 지표종’… “보호 필요”

고속도로를 지나다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해 야생 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생태 통로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양서류가 농수로나 배수로에 빠졌을 때에도 탈출할 수 있는 생태 통로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아직 양서류 보호에 관심이 덜한 우리나라는 이 생태 통로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018년부터 양서류 탈출 장치를 연구해오고 있는데요. 올해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부 호흡과 폐 호흡을 하는 양서류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알려졌습니다. ‘큰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청개구리’ 등 양서류 3종은 생태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부의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에 따라 개체군의 활동과 크기 변화 등이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해, 정부에서 지속해서 조사, 관리가 필요한 생물 종이라는 뜻입니다.

장민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양서류는 먹이 사슬의 중간자로서 생태계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서류 덕분에 생물의 다양성과 건강성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장 연구원은 “양서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면 산란을 일찍 할 수 있다”며, “이후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알이 얼거나 올챙이가 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지표종인 양서류는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생태 현상을 인간에게 몸으로 직접 알려주는 셈입니다.

[화면제공:충북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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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꺼비를 보호해야할 또 다른 이유…‘기후변화 지표종’
    • 입력 2021-03-20 07:01:54
    취재K

■ 알 낳으러 가다가… “치이고, 밟히고”

따뜻한 3월입니다. 지난달,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산란 철이 시작됐습니다. 주로 4월까지 번식합니다. 몸 15cm의 크기에 갈색을 띤 두꺼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산지에서 주로 발견되며, 주변 저수지까지 내려와 알을 낳습니다. 이맘때, 야산에서 근처 습지나 저수지, 웅덩이로 내려오는 두꺼비 무리가 사람의 눈에 자주 목격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산란을 위한 긴 여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지난 1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한 도로 경계석 주변을 맴돌던 두꺼비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야산에서 막 내려온 뒤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해 가까스로 도로를 건넜던 두꺼비가 12~15cm가량의 경계석은 미처 넘지 못한 겁니다.

근처 도로에선 이미 차에 치이거나 밟힌 두꺼비의 사체가 바짝 마른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두꺼비 한 마리가 1m 높이의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 탈출 못 한 농수로에 ‘산란’

며칠 뒤,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한 농수로에 수십 마리의 두꺼비가 갇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가봤습니다. 야산에서 아래 습지로 이동하는 두꺼비의 긴 행렬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습지를 빙 둘러싼 농수로였습니다. 두꺼비는 움푹 팬 농수로를 무사히 통과해 산란지인 습지로 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두꺼비 대부분은 1m 가량의 농수로 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나온 환경단체가 1시간 동안 구조해 습지에 놓아 준 두꺼비는 20여 마리나 됐습니다. 그 뒤에도 수컷을 등에 업은 암컷 두꺼비 무리가 다시 농수로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짝 마른 농수로 안 곳곳에 ‘큰산개구리’가 낳은 알 더미도 눈에 띄었습니다. 물이 고인 집수정에는 도롱뇽과 두꺼비 알도 목격됐습니다. 미처 농수로를 탈출하지 못한 양서류가 낳은 알들입니다.

 KBS 취재진이 농수로에 설치된 양서류 탈출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 양서류 3종은 ‘기후변화 지표종’… “보호 필요”

고속도로를 지나다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해 야생 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생태 통로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양서류가 농수로나 배수로에 빠졌을 때에도 탈출할 수 있는 생태 통로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아직 양서류 보호에 관심이 덜한 우리나라는 이 생태 통로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018년부터 양서류 탈출 장치를 연구해오고 있는데요. 올해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부 호흡과 폐 호흡을 하는 양서류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알려졌습니다. ‘큰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청개구리’ 등 양서류 3종은 생태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부의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에 따라 개체군의 활동과 크기 변화 등이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해, 정부에서 지속해서 조사, 관리가 필요한 생물 종이라는 뜻입니다.

장민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양서류는 먹이 사슬의 중간자로서 생태계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서류 덕분에 생물의 다양성과 건강성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장 연구원은 “양서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면 산란을 일찍 할 수 있다”며, “이후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알이 얼거나 올챙이가 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지표종인 양서류는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생태 현상을 인간에게 몸으로 직접 알려주는 셈입니다.

[화면제공:충북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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