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선박 폐기물 국내서 처리했더니 수리는 중국에?

입력 2021.03.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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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

폭발 석유제품 운반선의 폐기물 처리를 국내에서 해줬는데, 선박을 소유한 외국 선사가 수리는 중국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입니다.

청정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경남 통영 어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선박 수리를 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로 폐기물이 실린 불탄 선박 입항 허가를 내줬는데 외국 선사는 선박 수리 계약을 미루고 있어 출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네덜란드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

지난 2019년 9월 28일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정박 중인 네덜란드 '스톨트 탱커'소속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17명이 다치고, 배가 거의 다 타버렸습니다. 이 배에는 불탄 설비와 함께 스티렌 모노머(SM) 등 다량의 유해 화학물질 수십여 종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배를 고쳐 쓰기로 한 선사는 조선소가 있는 경남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입항해 선내에 남은 폐기물을 처리하고 수리를 받겠다며 지난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에 입항 신청을 했습니다.

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

“청정해역 오염” vs “지역경제 도움” 논란 속 폭발 선박 경남 통영 입항

경남 통영 어민들은 입항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청정해역인 통영 앞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며 선상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면 폐기물 처리와 선박 수리가 어려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입항을 허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입항 찬성론자들은 폐기물 처리, 선박 수리를 통영에서 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결국,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는 선박 입출항·폐기물 처리 과정에 엄격한 조건을 달아 지난해 9월 입항을 허가했습니다. '스톨트 그로이란드'는 지난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가 제시한 11개 조건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하고서야 통영으로 입항할 수 있었는데, 당시 조항 중에 '모든 항해장비, 주 추진기관, 해양오염 방지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출항해야 한다'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

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

경남 통영 주민들 “수리 않고 떠나려면 출항허가 막아야”

선사와 폐기물 처리계약을 한 수리조선업체는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비어있는 HSG성동조선 설비, 인력을 활용해 폐기물 처리를 시작했고 폐기물 처리는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끝날 예정입니다.

문제는 선사가 50억 원 정도 들어간 폐기물 처리보다 훨씬 규모가 큰 300억∼400억 원대 선박 수리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 선사는 중국이 수리비가 더 싸다는 이유로 폐기물 처리가 끝나면 배를 예인해 중국에서 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리조선업체 측은 "어렵게 폐기물을 처리하고 나니 외국에서 수리를 받겠다고 하면서 계약을 늦추려 해 난감하다"며 "선사는 입항 허가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역민들 역시 "수리를 하지 않고 떠나려 한다면 정부가 출항허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가 제시한 입항조건에 따르면 폭발·화재 여파로 자력 항해가 어려운 '스톨트 그로이란드'는 폐기물 처리 외에 선박 수리까지 통영에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선사 측은 이 조항을 회피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는 "스톨트 그로이란드가 입항 조건을 지키고 안전한 상태에서 출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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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발 선박 폐기물 국내서 처리했더니 수리는 중국에?
    • 입력 2021-03-20 07:02:09
    취재K
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
폭발 석유제품 운반선의 폐기물 처리를 국내에서 해줬는데, 선박을 소유한 외국 선사가 수리는 중국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입니다.

청정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경남 통영 어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선박 수리를 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로 폐기물이 실린 불탄 선박 입항 허가를 내줬는데 외국 선사는 선박 수리 계약을 미루고 있어 출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네덜란드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

지난 2019년 9월 28일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정박 중인 네덜란드 '스톨트 탱커'소속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17명이 다치고, 배가 거의 다 타버렸습니다. 이 배에는 불탄 설비와 함께 스티렌 모노머(SM) 등 다량의 유해 화학물질 수십여 종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배를 고쳐 쓰기로 한 선사는 조선소가 있는 경남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입항해 선내에 남은 폐기물을 처리하고 수리를 받겠다며 지난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에 입항 신청을 했습니다.

2020년 8월 24일 KBS9 창원 보도 ‘통영 안정산단에 또 사고 선박 입항…주민반발’ 방송 화면
“청정해역 오염” vs “지역경제 도움” 논란 속 폭발 선박 경남 통영 입항

경남 통영 어민들은 입항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청정해역인 통영 앞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며 선상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면 폐기물 처리와 선박 수리가 어려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입항을 허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입항 찬성론자들은 폐기물 처리, 선박 수리를 통영에서 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결국,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는 선박 입출항·폐기물 처리 과정에 엄격한 조건을 달아 지난해 9월 입항을 허가했습니다. '스톨트 그로이란드'는 지난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가 제시한 11개 조건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하고서야 통영으로 입항할 수 있었는데, 당시 조항 중에 '모든 항해장비, 주 추진기관, 해양오염 방지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출항해야 한다'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
경남통영 HSG성동조선에서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폐기물 처리 모습
경남 통영 주민들 “수리 않고 떠나려면 출항허가 막아야”

선사와 폐기물 처리계약을 한 수리조선업체는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비어있는 HSG성동조선 설비, 인력을 활용해 폐기물 처리를 시작했고 폐기물 처리는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끝날 예정입니다.

문제는 선사가 50억 원 정도 들어간 폐기물 처리보다 훨씬 규모가 큰 300억∼400억 원대 선박 수리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 선사는 중국이 수리비가 더 싸다는 이유로 폐기물 처리가 끝나면 배를 예인해 중국에서 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리조선업체 측은 "어렵게 폐기물을 처리하고 나니 외국에서 수리를 받겠다고 하면서 계약을 늦추려 해 난감하다"며 "선사는 입항 허가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역민들 역시 "수리를 하지 않고 떠나려 한다면 정부가 출항허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가 제시한 입항조건에 따르면 폭발·화재 여파로 자력 항해가 어려운 '스톨트 그로이란드'는 폐기물 처리 외에 선박 수리까지 통영에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선사 측은 이 조항을 회피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사무소는 "스톨트 그로이란드가 입항 조건을 지키고 안전한 상태에서 출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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