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는 ‘혐오범죄’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건가요?”…#STOP ASIAN HATE

입력 2021.03.20 (07: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독일 언론의 보도. 인종차별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독일 언론의 보도. 인종차별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 플로이드 사건은 '인종차별'…애틀랜타 사건은?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사망했다. 전 세계가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에 분노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독일에서도 이 사건은 큰 이슈가 됐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곧바로 '인종차별에 의한 혐오범죄'로 규정했다. 한 신문은 "인종차별 팬데믹의 희생자"라는 제목을 뽑았다. 독일 시민들도 추모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을 성토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범인은 성중독’이라는 독일 언론들의 보도. 인종차별,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언론은 찾기 어렵다.‘애틀랜타 총격 사건 범인은 성중독’이라는 독일 언론들의 보도. 인종차별,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언론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인종차별'이나 '혐오범죄'라는 단어를 참 많이 아끼고 있다.

성중독이었고, 이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해 범행했다는 총격범 로버트 엘런 롱의 진술을 '드라이'하게 보도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큰 뉴스로 다뤄지지 않는다.

플로이드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르다.

■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인식도 못하는 사람들

다른 피부색 사람들보다 동양인에대한 인종차별은 유독 눈에 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그렇다.

한 독일 교민 여성은 지난해 한 식당에서 한무리의 독일인들이 자신을 향해 "코로나!, 코로나!"라고 쑥덕거리는 걸 듣고 있어야만 했다. 다른 교민은 지하철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코로나!"라고 불리는 수모도 겪었다.

유럽에 사는 동양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흑인들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유태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들의 인종차별에 동양인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듯하다. 세계적인 뮤지션 BTS마저도 아시아인 차별 또는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로 봐선.

최근 BTS를 멍이 든 두더지로 묘사한 미국 카드사 톱스의 '가비지 페일 키즈 세미 어워즈' 카드가 논란이 됐다. 카드를 만든 회사 톱스는 사과와 함께 BTS 카드를 세트에서 제외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BTS도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되는데.

독일에서도 얼마전 BTS를 코로나에 비유한 바이에른주 공영방송 라디오 진행자가 있었다. 실컷 떠들어대고선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시민들 사이 조용히 퍼지는 #STOP ASIAN HATE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이자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베를린 시내의 한 극장은 상영 영화 간판에 "지금 상영중 'STOP ASIAN HATE '"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 극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며 'STOP ASIAN HATE'라는 세 단어가 주목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즉각 호응을 얻었다.

#STOP ASIAN HATE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STOP ASIAN HATE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STOP ASIAN HATE 해시태그가 퍼져가고 있다. 시민들은 언론과 달리 이번 사건을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혐오범죄로 보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은 애틀랜타 경찰의 브리핑 중 "총격범에게 매우 나쁜 날(bad day)"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나운 일수' 또는 '성중독'은 살인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다른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이 살인적 폭력에 이르게 했다"고 일침했다.

해시태그를 단 다른 시민은 "인종차별 범죄를 '성중독'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피해자를 짓밟는 것이다. 제발 멈춰라"고 호소했다.

무엇때문인지 조심스러운 주류 언론과 달리 애틀랜타 사건은 혐오 범죄 그자체이고, 인종차별은 그 자체로 무지와 편견의 소산일 뿐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덧말 : 3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는 ‘혐오범죄’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건가요?”…#STOP ASIAN HATE
    • 입력 2021-03-20 07:02:20
    특파원 리포트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독일 언론의 보도. 인종차별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 플로이드 사건은 '인종차별'…애틀랜타 사건은?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사망했다. 전 세계가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에 분노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독일에서도 이 사건은 큰 이슈가 됐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곧바로 '인종차별에 의한 혐오범죄'로 규정했다. 한 신문은 "인종차별 팬데믹의 희생자"라는 제목을 뽑았다. 독일 시민들도 추모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을 성토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범인은 성중독’이라는 독일 언론들의 보도. 인종차별, 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언론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인종차별'이나 '혐오범죄'라는 단어를 참 많이 아끼고 있다.

성중독이었고, 이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해 범행했다는 총격범 로버트 엘런 롱의 진술을 '드라이'하게 보도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큰 뉴스로 다뤄지지 않는다.

플로이드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르다.

■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인식도 못하는 사람들

다른 피부색 사람들보다 동양인에대한 인종차별은 유독 눈에 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그렇다.

한 독일 교민 여성은 지난해 한 식당에서 한무리의 독일인들이 자신을 향해 "코로나!, 코로나!"라고 쑥덕거리는 걸 듣고 있어야만 했다. 다른 교민은 지하철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코로나!"라고 불리는 수모도 겪었다.

유럽에 사는 동양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흑인들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유태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들의 인종차별에 동양인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듯하다. 세계적인 뮤지션 BTS마저도 아시아인 차별 또는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로 봐선.

최근 BTS를 멍이 든 두더지로 묘사한 미국 카드사 톱스의 '가비지 페일 키즈 세미 어워즈' 카드가 논란이 됐다. 카드를 만든 회사 톱스는 사과와 함께 BTS 카드를 세트에서 제외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BTS도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되는데.

독일에서도 얼마전 BTS를 코로나에 비유한 바이에른주 공영방송 라디오 진행자가 있었다. 실컷 떠들어대고선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시민들 사이 조용히 퍼지는 #STOP ASIAN HATE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이자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베를린 시내의 한 극장은 상영 영화 간판에 "지금 상영중 'STOP ASIAN HATE '"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 극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며 'STOP ASIAN HATE'라는 세 단어가 주목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즉각 호응을 얻었다.

#STOP ASIAN HATE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STOP ASIAN HATE 해시태그가 퍼져가고 있다. 시민들은 언론과 달리 이번 사건을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혐오범죄로 보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은 애틀랜타 경찰의 브리핑 중 "총격범에게 매우 나쁜 날(bad day)"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나운 일수' 또는 '성중독'은 살인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다른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이 살인적 폭력에 이르게 했다"고 일침했다.

해시태그를 단 다른 시민은 "인종차별 범죄를 '성중독'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피해자를 짓밟는 것이다. 제발 멈춰라"고 호소했다.

무엇때문인지 조심스러운 주류 언론과 달리 애틀랜타 사건은 혐오 범죄 그자체이고, 인종차별은 그 자체로 무지와 편견의 소산일 뿐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덧말 : 3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