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3분 매진’ 기록 세운 현대무용…탈춤 가세한 난장으로 관객몰이

입력 2021.03.20 (21:29) 수정 2021.03.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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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 오늘(20일)은 무용 작품을 소개해드리려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여성의 노동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올해 첫 공연의 막을 올렸습니다.

창작무용에 우리 전통 탈춤을 가미한 작품인데,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정연욱 앵커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함께 빨래하려고 둘러앉은 다섯 여인.

바구니를 북처럼 두드리며 신명나는 난타를 이어 가더니, 각자의 빨랫감을 도구 삼아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입니다.

빨래라는 단순한 노동을 흥겨운 놀이로 승화시킨 끝에, 서로의 몸을 씻겨 주며 '정화'의 순간을 공유합니다.

70분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뛰어다닌 무용수들이 실제로 무대에서 물을 뿌리며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노동의 본질이 결국 치유와 성장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소영/국립현대무용단 단원 : "그간의 노고를 벗어던지고 번뇌나 고민들, 어려움들 다 벗어던지고 우리 새롭게 내일을 맞이해 볼까 하는 마지막 의식이라 할 수 있겠죠."]

199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관기념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창작무용으로, 특히 이번 공연에는 전통 탈춤에 자주 등장하는 '미얄할미'를 처음으로 가미했습니다.

비극적인 사연을 가졌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통해 여전히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박인선/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이수자 : "엄청난 사연 속에서 나온, 그 사연에서 체화된 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할미의 말과 흥과 춤으로써 여성들이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라지다시피 한 빨래터란 공간을 작품의 무대로 고집한 이유,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을 고립시킨 코로나 시대에 노동과 연대의 가치가 더 절실해졌음을 보여줍니다.

[남정호/국립현대무용단 단장·안무 : "사회성, 협력성, 그것을 통해서 함께되는 즐거움, 그런 것은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살아야 하는 현재 이 시대에는 그러한 것이 더욱더 그립고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무용계에서 이례적으로 '3분 매진'이란 기록을 세운 이번 무대.

뮤지컬 같은 대작들만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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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 ‘3분 매진’ 기록 세운 현대무용…탈춤 가세한 난장으로 관객몰이
    • 입력 2021-03-20 21:29:49
    • 수정2021-03-20 2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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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 오늘(20일)은 무용 작품을 소개해드리려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여성의 노동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올해 첫 공연의 막을 올렸습니다.

창작무용에 우리 전통 탈춤을 가미한 작품인데,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정연욱 앵커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함께 빨래하려고 둘러앉은 다섯 여인.

바구니를 북처럼 두드리며 신명나는 난타를 이어 가더니, 각자의 빨랫감을 도구 삼아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입니다.

빨래라는 단순한 노동을 흥겨운 놀이로 승화시킨 끝에, 서로의 몸을 씻겨 주며 '정화'의 순간을 공유합니다.

70분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뛰어다닌 무용수들이 실제로 무대에서 물을 뿌리며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노동의 본질이 결국 치유와 성장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소영/국립현대무용단 단원 : "그간의 노고를 벗어던지고 번뇌나 고민들, 어려움들 다 벗어던지고 우리 새롭게 내일을 맞이해 볼까 하는 마지막 의식이라 할 수 있겠죠."]

199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관기념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창작무용으로, 특히 이번 공연에는 전통 탈춤에 자주 등장하는 '미얄할미'를 처음으로 가미했습니다.

비극적인 사연을 가졌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통해 여전히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박인선/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이수자 : "엄청난 사연 속에서 나온, 그 사연에서 체화된 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할미의 말과 흥과 춤으로써 여성들이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라지다시피 한 빨래터란 공간을 작품의 무대로 고집한 이유,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노동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을 고립시킨 코로나 시대에 노동과 연대의 가치가 더 절실해졌음을 보여줍니다.

[남정호/국립현대무용단 단장·안무 : "사회성, 협력성, 그것을 통해서 함께되는 즐거움, 그런 것은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살아야 하는 현재 이 시대에는 그러한 것이 더욱더 그립고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무용계에서 이례적으로 '3분 매진'이란 기록을 세운 이번 무대.

뮤지컬 같은 대작들만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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