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 피해액만 250억…어떻게 당했나?

입력 2021.03.23 (07:00) 수정 2021.03.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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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 앞에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제주경찰청 앞에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에서 수백억 원대 수입차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수입차 모집책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주범격인 무역회사 대표 등 2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20여 명, 피해금은 250억 원 상당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보다 2배 넘는 280여 명이 사기를 당했고, 피해금액도 6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 달콤했던 '2천만 원 시나리오'…현실은, 할부에 과태료까지

김 씨는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습니다.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던 A 씨가 김 씨를 찾아온 건 지난해 8월 말쯤. A 씨로부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평소 믿고 따르던 '형님'이었기에 별다른 의심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같은 마을 형님이고, 잘 알던 사이었으니까, 형님이 말하는 거에 별 의심이 없었죠. 그게 화근이었습니다."라고 그날을 회상했습니다.

A 씨의 제안은 쉽고, 간단했습니다. 김 씨의 명의로 수입차를 사기만 하면 '2천만 원'을 챙겨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가 김 씨에게 설명한 '2천만 원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일단, 김 씨의 명의로 수입차를 60개월 할부 구매합니다.

매달 나가는 할부 금액은 김 씨가 아닌 A 씨의 윗선인 무역회사 대표 B 씨가 냅니다. 김 씨 명의 수입차는 김 씨가 몰지 않습니다. 바로 동남아 지역 등 해외로 수출됩니다.

수출 역시 무역회사 대표 B 씨가 맡습니다. 이 수출 과정에서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이 차익 가운데 2천만 원을 김 씨에게 떼어줍니다. 쉽게 말해, 본인 명의로 수입차를 사서 넘기기만 하면 2천만 원이 생긴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던 겁니다.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지 1주일 만인 지난해 9월. 김 씨는 7천5백만 원짜리 수입차를 산 뒤 무역회사 대표 B 씨에게 넘겼습니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매달 백여만 원의 할부 금액은 김 씨에게 날아왔고, 해외로 수출된다던 차는 국내에서 누군가에 의해 운행돼 과속, 주정차 위반, 고속도로 통행료 등 50건이 넘는 각종 과태료가 김 씨에게 청구됐습니다.

김 씨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죠. 할부도 내야 하는데. 가정은 거의 이혼 직전이에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습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김 씨에게 청구된 수입차 사기 운행 관련 과태료.김 씨에게 청구된 수입차 사기 운행 관련 과태료.

■ 경찰, "피해규모 더 늘 수도"

'2천만 원 시나리오'. 이 같은 수법에 김 씨처럼 당한 피해자, 120여 명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피해 금액만 250억 원입니다.

이들 피해자는 대부분 제주지역 거주자입니다. 일명,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입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4일,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경찰에 접수된 사건들을 모아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제주지역 수입차 사기로 입건한 피의자는 모두 7명입니다. 이 가운데 모집책 등 5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무역회사 대표 B 씨 등 주범격인 2명을 아직 붙잡지 못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자신이 피해자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피해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 이라며 "유사한 피해를 본 분들의 적극적인 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전경.제주경찰청 전경.

■ "2차 피해 막아 달라" 수사 촉구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 수입차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어제(22일) 제주경찰청 앞에서 '수사 촉구' 피켓을 들었습니다. 확성기에 대고 "늑장수사 웬 말이냐! 빨리 수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피해자는 이번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처음 신고한 사례를 찾아보면 지난해 12월인데, 아직 피해자 참고인 조사도 않는 등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피해자는 경찰 수사가 늦을수록 피해는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이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역회사 대표라는 B 씨는 누군가를 속이고 있을지 모른다"며 "주범을 하루빨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씨는 "매월 할부 값은 물론 각종 과태료에, 심지어는 차 사고에까지 연루되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 이러한 2차 피해를 막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온 건 맞지만, 산발적으로 접수돼 이달부터 집중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며 "가용 수사력을 총 투입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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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 피해액만 250억…어떻게 당했나?
    • 입력 2021-03-23 07:00:13
    • 수정2021-03-23 14:44:37
    취재K
제주경찰청 앞에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에서 수백억 원대 수입차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수입차 모집책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주범격인 무역회사 대표 등 2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20여 명, 피해금은 250억 원 상당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보다 2배 넘는 280여 명이 사기를 당했고, 피해금액도 6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 달콤했던 '2천만 원 시나리오'…현실은, 할부에 과태료까지

김 씨는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습니다.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던 A 씨가 김 씨를 찾아온 건 지난해 8월 말쯤. A 씨로부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평소 믿고 따르던 '형님'이었기에 별다른 의심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김 씨는 "같은 마을 형님이고, 잘 알던 사이었으니까, 형님이 말하는 거에 별 의심이 없었죠. 그게 화근이었습니다."라고 그날을 회상했습니다.

A 씨의 제안은 쉽고, 간단했습니다. 김 씨의 명의로 수입차를 사기만 하면 '2천만 원'을 챙겨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가 김 씨에게 설명한 '2천만 원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일단, 김 씨의 명의로 수입차를 60개월 할부 구매합니다.

매달 나가는 할부 금액은 김 씨가 아닌 A 씨의 윗선인 무역회사 대표 B 씨가 냅니다. 김 씨 명의 수입차는 김 씨가 몰지 않습니다. 바로 동남아 지역 등 해외로 수출됩니다.

수출 역시 무역회사 대표 B 씨가 맡습니다. 이 수출 과정에서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이 차익 가운데 2천만 원을 김 씨에게 떼어줍니다. 쉽게 말해, 본인 명의로 수입차를 사서 넘기기만 하면 2천만 원이 생긴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던 겁니다.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지 1주일 만인 지난해 9월. 김 씨는 7천5백만 원짜리 수입차를 산 뒤 무역회사 대표 B 씨에게 넘겼습니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매달 백여만 원의 할부 금액은 김 씨에게 날아왔고, 해외로 수출된다던 차는 국내에서 누군가에 의해 운행돼 과속, 주정차 위반, 고속도로 통행료 등 50건이 넘는 각종 과태료가 김 씨에게 청구됐습니다.

김 씨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죠. 할부도 내야 하는데. 가정은 거의 이혼 직전이에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습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김 씨에게 청구된 수입차 사기 운행 관련 과태료.
■ 경찰, "피해규모 더 늘 수도"

'2천만 원 시나리오'. 이 같은 수법에 김 씨처럼 당한 피해자, 120여 명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공식적으로 파악한 피해 금액만 250억 원입니다.

이들 피해자는 대부분 제주지역 거주자입니다. 일명, '제주 수입차 사기 사건'입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4일,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경찰에 접수된 사건들을 모아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제주지역 수입차 사기로 입건한 피의자는 모두 7명입니다. 이 가운데 모집책 등 5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무역회사 대표 B 씨 등 주범격인 2명을 아직 붙잡지 못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자신이 피해자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피해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 이라며 "유사한 피해를 본 분들의 적극적인 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전경.
■ "2차 피해 막아 달라" 수사 촉구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 수입차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어제(22일) 제주경찰청 앞에서 '수사 촉구' 피켓을 들었습니다. 확성기에 대고 "늑장수사 웬 말이냐! 빨리 수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피해자는 이번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처음 신고한 사례를 찾아보면 지난해 12월인데, 아직 피해자 참고인 조사도 않는 등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피해자는 경찰 수사가 늦을수록 피해는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이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역회사 대표라는 B 씨는 누군가를 속이고 있을지 모른다"며 "주범을 하루빨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씨는 "매월 할부 값은 물론 각종 과태료에, 심지어는 차 사고에까지 연루되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 이러한 2차 피해를 막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온 건 맞지만, 산발적으로 접수돼 이달부터 집중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며 "가용 수사력을 총 투입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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