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수도꼭지에서 납 검출…“수돗물은 안전할까요?”

입력 2021.03.23 (10:52) 수정 2021.03.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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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수도꼭지 등 수도용 자재는 위생안전기준인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습니다. 검사 대상에는 납과 니켈 등 중금속 12종이 포함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KC인증을 통과한 수도꼭지에서 유해 중금속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접수해 직접 정부 지정 검사 기관에 시험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납과 니켈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습니다.

오늘(23일)은 이렇게 중금속이 검출되는 수도꼭지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지, 추가 실험한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뉴스9>를 통해 방송됩니다.


KBS는 어제 <뉴스9>에서 KC인증을 통과한 수도꼭지에서 납과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탐사K] ‘KC 인증’ 수도꼭지에서 기준치 이상 납 검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6
[탐사K] 반복되는 수도꼭지 중금속 검출…못 믿을 KC 인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9


그럼 납이 검출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안전할까? 이번에는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와 추가로 수질 실험을 해봤습니다.

■ '납 검출 수도꼭지' ... 일상생활에서는 안전할까?

먼저 수도꼭지를 통과해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입니다. 정부의 먹는 물 수질공정 시험과 동일하게 설계했습니다.

[실험 방법]

1. 수도꼭지 내부 불순물 제거를 위해 흐르는 물에서 1시간 세척하고, 정제수로 3번 세척한다.
2. 수도꼭지 A,B,C,D 제품에 증류수를 250mL 흘려보낸 뒤, 그 물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3. 채취한 샘플을 유도결합플라스마 질량분석기(ICP-MS)에서 3회씩 실험해 평균값을 도출한다.

실험 결과 4개 제품 중 A 제품의 납 검출량이 0.001mg/L 미만으로 가장 낮았고, C 업체의 제품의 납 검출량이 0.0066mg/L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 (납 0.01mg/L)보단 낮았습니다. 그러니까 수도꼭지에서 납이 나왔더라도 수돗물은 먹는 물로 안전한 겁니다.



■ 'KC인증 기준' 이상 납 검출됐지만 먹는 물로는 안전한 이유는?

수도꼭지에서 납이 많이 검출됐는데 먹는 물이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까?

이유는 'KC인증' 기준과 '먹는 물 수질'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수도용 자재의 KC 인증 납 기준은 0.001mg/L이고, 먹는 물 수질 기준은 0.01mg/L입니다. KC 인증 기준이 먹는 물보다 10배 정도 엄격한 겁니다.

얼핏 생각하면 '먹는 물'에 대한 기준이 더 깐깐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입니다. 이유는 수도꼭지 같은 공산품은 한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될 수 있고 부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쓰다 보면 물과 접촉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는 만큼 '먹는 물 수질'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물 온도 높고 접촉 시간 늘어나면 … 납 검출량↑

그래서 수도꼭지가 오랜 시간 물과 접촉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지 실험해봤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수도꼭지를 세척하고, 증류수를 담아 밀봉한 뒤 17시간 동안 뒀습니다. 이 실험은 23도 상온의 물, 그리고 60도 고온의 물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상온 용출 실험에서는 납 검출량이 최대 0.0099mg/L까지 나왔지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단순히 물을 흘려보낸 첫 실험보다 납 검출량이 2배에서 4배가량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60도의 고온의 물로 실험했을 경우의 납 수치입니다.

흐르는 물 실험과 비교해 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18배까지 검출됐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4개 중 2개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먹는 물 기준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납의 연성이 높아져, 뜨거운 물일수록 납이 녹아 나올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 실생활에서 고온수 사용할 때는 안전할까?

고온수에서 납 검출량이 치솟았다면, 실생활에서 샤워하고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위험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일상생활과 실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이 실험은 ① 60도의 고온의 물에 ②17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담가둔 '용출 실험'입니다.

60도는 물탱크 등 고온수 전용 수도용품 시험을 할 때 기준 온도입니다. 보통 세면대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고온'은 약 45도 정도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나오는 물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수도꼭지에 17시간 동안 뜨거운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있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납 검출 수도꼭지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수돗물을 사용할 때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을 틀어도 쓱 지나가버리잖아요. 수도꼭지를 쓱 지나가는 뜨거운 물을 받아서 시험해보면 납 검출량이 이렇게 (먹는 물 수질 기준까지) 안 올라갑니다." - 독고석/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인터뷰 中

■ "KC 인증, 고온 실험 규정 보완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고온의 물에서 납 검출량이 최대 18배까지 훨씬 크게 증가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검출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현재 수도꼭지 KC 인증 절차에는 고온에서 중금속이 얼마나 용출되는지 따로 검사하는 시험이 없습니다. 수도꼭지는 고온수 전용 자재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도용 자재 KC 인증 업무를 맡은 한국물기술인증원은 "고온 실험 필요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23일) 밤 KBS <뉴스9>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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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수도꼭지에서 납 검출…“수돗물은 안전할까요?”
    • 입력 2021-03-23 10:52:40
    • 수정2021-03-23 14:44:35
    탐사K
수도꼭지 등 수도용 자재는 위생안전기준인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습니다. 검사 대상에는 납과 니켈 등 중금속 12종이 포함됩니다.<br /><br />KBS 탐사보도부는 KC인증을 통과한 수도꼭지에서 유해 중금속이 검출된다는 제보를 접수해 직접 정부 지정 검사 기관에 시험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납과 니켈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습니다. <br /><br />오늘(23일)은 이렇게 중금속이 검출되는 수도꼭지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지, 추가 실험한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lt;뉴스9&gt;를 통해 방송됩니다.

KBS는 어제 <뉴스9>에서 KC인증을 통과한 수도꼭지에서 납과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탐사K] ‘KC 인증’ 수도꼭지에서 기준치 이상 납 검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6
[탐사K] 반복되는 수도꼭지 중금속 검출…못 믿을 KC 인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9


그럼 납이 검출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안전할까? 이번에는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와 추가로 수질 실험을 해봤습니다.

■ '납 검출 수도꼭지' ... 일상생활에서는 안전할까?

먼저 수도꼭지를 통과해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입니다. 정부의 먹는 물 수질공정 시험과 동일하게 설계했습니다.

[실험 방법]

1. 수도꼭지 내부 불순물 제거를 위해 흐르는 물에서 1시간 세척하고, 정제수로 3번 세척한다.
2. 수도꼭지 A,B,C,D 제품에 증류수를 250mL 흘려보낸 뒤, 그 물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3. 채취한 샘플을 유도결합플라스마 질량분석기(ICP-MS)에서 3회씩 실험해 평균값을 도출한다.

실험 결과 4개 제품 중 A 제품의 납 검출량이 0.001mg/L 미만으로 가장 낮았고, C 업체의 제품의 납 검출량이 0.0066mg/L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 (납 0.01mg/L)보단 낮았습니다. 그러니까 수도꼭지에서 납이 나왔더라도 수돗물은 먹는 물로 안전한 겁니다.



■ 'KC인증 기준' 이상 납 검출됐지만 먹는 물로는 안전한 이유는?

수도꼭지에서 납이 많이 검출됐는데 먹는 물이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까?

이유는 'KC인증' 기준과 '먹는 물 수질'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수도용 자재의 KC 인증 납 기준은 0.001mg/L이고, 먹는 물 수질 기준은 0.01mg/L입니다. KC 인증 기준이 먹는 물보다 10배 정도 엄격한 겁니다.

얼핏 생각하면 '먹는 물'에 대한 기준이 더 깐깐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입니다. 이유는 수도꼭지 같은 공산품은 한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될 수 있고 부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쓰다 보면 물과 접촉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는 만큼 '먹는 물 수질'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물 온도 높고 접촉 시간 늘어나면 … 납 검출량↑

그래서 수도꼭지가 오랜 시간 물과 접촉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지 실험해봤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수도꼭지를 세척하고, 증류수를 담아 밀봉한 뒤 17시간 동안 뒀습니다. 이 실험은 23도 상온의 물, 그리고 60도 고온의 물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상온 용출 실험에서는 납 검출량이 최대 0.0099mg/L까지 나왔지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단순히 물을 흘려보낸 첫 실험보다 납 검출량이 2배에서 4배가량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60도의 고온의 물로 실험했을 경우의 납 수치입니다.

흐르는 물 실험과 비교해 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18배까지 검출됐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4개 중 2개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먹는 물 기준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납의 연성이 높아져, 뜨거운 물일수록 납이 녹아 나올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 실생활에서 고온수 사용할 때는 안전할까?

고온수에서 납 검출량이 치솟았다면, 실생활에서 샤워하고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위험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일상생활과 실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이 실험은 ① 60도의 고온의 물에 ②17시간 동안 수도꼭지를 담가둔 '용출 실험'입니다.

60도는 물탱크 등 고온수 전용 수도용품 시험을 할 때 기준 온도입니다. 보통 세면대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고온'은 약 45도 정도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나오는 물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수도꼭지에 17시간 동안 뜨거운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있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납 검출 수도꼭지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수돗물을 사용할 때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을 틀어도 쓱 지나가버리잖아요. 수도꼭지를 쓱 지나가는 뜨거운 물을 받아서 시험해보면 납 검출량이 이렇게 (먹는 물 수질 기준까지) 안 올라갑니다." - 독고석/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인터뷰 中

■ "KC 인증, 고온 실험 규정 보완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고온의 물에서 납 검출량이 최대 18배까지 훨씬 크게 증가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검출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현재 수도꼭지 KC 인증 절차에는 고온에서 중금속이 얼마나 용출되는지 따로 검사하는 시험이 없습니다. 수도꼭지는 고온수 전용 자재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도용 자재 KC 인증 업무를 맡은 한국물기술인증원은 "고온 실험 필요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23일) 밤 KBS <뉴스9>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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