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몸 묶고 때리고…격리 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

입력 2021.03.23 (14:07) 수정 2021.03.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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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30분 이상 기립기에 묶어놓음'
'장애인의 목과 배를 뒤에서 끌어안은 뒤 결박해 괴롭힘'
'장애인의 목을 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며 머리를 폭행'

장애인 돌봄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을 때리거나 몸을 묶고 괴롭힌 사람들은 이 시설의 직원들이었습니다. 학대당한 피해자들은 모두 시각장애인입니다. 코로나19 시기 외부와 격리된 보호시설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학대 사례입니다.

■ 기립기에 묶고 학대…'멍자국' 선명

학대가 벌어진 곳은 경기도 여주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로, 서울 강남구 소재 사회복지법인 재단 산하 기관입니다.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곳입니다.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결과, 이 시설 직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시설 장애인들을 학대해 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시설과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돼 있던 시기입니다. 보호자와의 면회도 제한됐던 상황이라 학대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이 시설 1차 조사 당시 촬영한 기립기 (장혜영 의원실 제공)지난해 9월 강남구청이 시설 1차 조사 당시 촬영한 기립기 (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보고서에는 시설 직원들이 장애인들을 학대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재활운동기구로 쓰이는 '기립기'가 시설에선 학대 도구로 쓰인 점이 드러났습니다.

내부 CCTV 확인 결과, 직원들은 나무판자로 기립기를 임의로 만들어 장애인들을 묶어 놓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나간 권익옹호기관은 시설 입소자들의 팔과 다리에서 선명한 멍 자국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장애인은 확인된 사람만 7명입니다.

지난해 9월 촬영한 시설 입소자들의 상처 자국. 시설 관계자는 학대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지난해 9월 촬영한 시설 입소자들의 상처 자국. 시설 관계자는 학대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직원 15명 확대 확인…경찰, CCTV 분석중

어제(22일) KBS 취재진은 시설을 직접 찾아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시설 관계자는 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대부분이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면서도, 학대 의도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입소자들의 멍자국은 학대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벽에 부딪히거나 스스로 손톱으로 긁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설 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권익옹호기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9월 시설 종사자들을 경기 여주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여주경찰서는 시설 직원 15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내부 CCTV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강남구는 지난 2월, 학대 정황이 확인된 직원 1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시설엔 '개선 명령'이라는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학대 신고 민원이 접수된 지 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이 시설에는 아직 중증 시각장애인 139명과 직원 87명이 함께 생활 중입니다.

그 어떤 곳보다도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는 장애인 돌봄시설에서 일어난 학대 사건, 관련 기관의 대응과 사건의 내막 등을 오늘 밤 KBS1TV 뉴스9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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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몸 묶고 때리고…격리 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대
    • 입력 2021-03-23 14:07:36
    • 수정2021-03-23 16:35:52
    취재K

'장애인을 30분 이상 기립기에 묶어놓음'
'장애인의 목과 배를 뒤에서 끌어안은 뒤 결박해 괴롭힘'
'장애인의 목을 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며 머리를 폭행'

장애인 돌봄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을 때리거나 몸을 묶고 괴롭힌 사람들은 이 시설의 직원들이었습니다. 학대당한 피해자들은 모두 시각장애인입니다. 코로나19 시기 외부와 격리된 보호시설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학대 사례입니다.

■ 기립기에 묶고 학대…'멍자국' 선명

학대가 벌어진 곳은 경기도 여주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로, 서울 강남구 소재 사회복지법인 재단 산하 기관입니다.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곳입니다.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결과, 이 시설 직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시설 장애인들을 학대해 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시설과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돼 있던 시기입니다. 보호자와의 면회도 제한됐던 상황이라 학대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이 시설 1차 조사 당시 촬영한 기립기 (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보고서에는 시설 직원들이 장애인들을 학대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재활운동기구로 쓰이는 '기립기'가 시설에선 학대 도구로 쓰인 점이 드러났습니다.

내부 CCTV 확인 결과, 직원들은 나무판자로 기립기를 임의로 만들어 장애인들을 묶어 놓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9월, 현장조사를 나간 권익옹호기관은 시설 입소자들의 팔과 다리에서 선명한 멍 자국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장애인은 확인된 사람만 7명입니다.

지난해 9월 촬영한 시설 입소자들의 상처 자국. 시설 관계자는 학대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직원 15명 확대 확인…경찰, CCTV 분석중

어제(22일) KBS 취재진은 시설을 직접 찾아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시설 관계자는 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대부분이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면서도, 학대 의도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입소자들의 멍자국은 학대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벽에 부딪히거나 스스로 손톱으로 긁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설 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권익옹호기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9월 시설 종사자들을 경기 여주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여주경찰서는 시설 직원 15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내부 CCTV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강남구는 지난 2월, 학대 정황이 확인된 직원 1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시설엔 '개선 명령'이라는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학대 신고 민원이 접수된 지 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이 시설에는 아직 중증 시각장애인 139명과 직원 87명이 함께 생활 중입니다.

그 어떤 곳보다도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는 장애인 돌봄시설에서 일어난 학대 사건, 관련 기관의 대응과 사건의 내막 등을 오늘 밤 KBS1TV 뉴스9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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