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그린벨트 투기 의혹’ 공무원, 최대 주주로 확인…자금 조달에도 개입

입력 2021.03.23 (14:13) 수정 2021.03.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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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무원이 연루된 240억 원대 그린벨트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이 땅 매입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땅 매입에 이용된 농업회사법인의 주주 명부를 KBS가 확인해보니, 최대 주주가 바로 이 공무원이었다.

[단독] ‘240억 그린벨트 투기의혹’ 법원 공무원, 최대주주로 확인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4


■ 법인 주주 명부 입수, 실제 주인은 누구?

과천시 과천동 주민센터 옆에는 만 제곱미터 넓이의 그린벨트가 있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주민 공람 등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땅은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에 포함되고 나서 가격이 세 배 정도 뛰었다고 주변 공인 중개사들은 말한다. 지난해 공시지가는 60억 원대였다.

등기부등본상 이 땅의 주인은 농업회사법인인 주식회사 OOO영농리츠다. 과천시가 지난해 3월 23일 그린벨트 해제 관련 용역 공고를 내기 엿새 전에 설립된 법인이다. 공고가 나자 14일 만에 240억 원을 주고 이 땅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누가 설립했을까?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수원지방법원 공무원 김 모 씨다. OOO영농리츠 대표가 김 씨의 아버지다. 이 땅 거래를 KBS에 알린 제보자는, "대표는 아버지지만, 법원 공무원인 딸이 과천시 공무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땅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보 내용을 부인했다.

KBS는 추가 취재를 통해 OOO영농리츠의 주주 명부를 입수했다. 명부상 자본금은 5억 원, 주주는 모두 4명이었는데, 최대 주주는 딸 김 모 씨로 돼 있었다. 제보자가 언급한 법원 공무원이다. 김 씨는 총 5만 주 가운데 2만 4천 주를 보유하고 있고, 아버지는 6천 주를 가지고 있다. 부녀가 절반 이상을 보유한 것이다.


■ 자금 마련에도 개입, 사채 시장에 손 벌려

김 씨가 매입 대금 240억 원을 마련하는 데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복수의 대부업체 관계자들은 김 씨가 돈을 빌리기 위해 대부업체 여러 곳을 방문했었다고 전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계약금이 많이 들어갔는데 안 간 데가 어딨겠느냐"며 "돈이 모자라서 등기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OOO영농리츠는 최근 지역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과천 땅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김 씨가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린벨트 해제 관련 공고가 나기 직전에 땅 살 법인을 미리 설립하고, 사채까지 끌어 쓰려고 할 정도로 그린벨트 해제를 확신한 배경이, 수사 과제다. 특히 과천시 공무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다는 제보의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법인 설립에 동참한 다른 주주들도 조사 대상이다. 주주 명부를 보면, 김 씨 부녀를 제외한 다른 주주 두 명은 김 씨의 50대 지인과 94년생 박 모 씨로 나와 있다. 20대 후반인 박 씨가 1억 원의 자본금을 댔다는 점에서 차명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법인 주주 명부를 확보하는 등 출자 배경을 조사할 계획이다.

 OOO영농리츠가 매입한 과천 그린벨트 OOO영농리츠가 매입한 과천 그린벨트

OOO영농리츠가 산 과천 그린벨트는 현재 소유권 이전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OOO영농리츠는 지난 3일, 매도자에게 잔금을 모두 치렀다. 이날 소유권 이전 등기도 신청했지만, 등기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십수억 원의 취득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의 '등기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각하 사유로 취득세 납부 증명원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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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3 14:13:40
    • 수정2021-03-23 14:44:35
    탐사K

법원 공무원이 연루된 240억 원대 그린벨트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이 땅 매입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땅 매입에 이용된 농업회사법인의 주주 명부를 KBS가 확인해보니, 최대 주주가 바로 이 공무원이었다.

[단독] ‘240억 그린벨트 투기의혹’ 법원 공무원, 최대주주로 확인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4804


■ 법인 주주 명부 입수, 실제 주인은 누구?

과천시 과천동 주민센터 옆에는 만 제곱미터 넓이의 그린벨트가 있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주민 공람 등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땅은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에 포함되고 나서 가격이 세 배 정도 뛰었다고 주변 공인 중개사들은 말한다. 지난해 공시지가는 60억 원대였다.

등기부등본상 이 땅의 주인은 농업회사법인인 주식회사 OOO영농리츠다. 과천시가 지난해 3월 23일 그린벨트 해제 관련 용역 공고를 내기 엿새 전에 설립된 법인이다. 공고가 나자 14일 만에 240억 원을 주고 이 땅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누가 설립했을까?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수원지방법원 공무원 김 모 씨다. OOO영농리츠 대표가 김 씨의 아버지다. 이 땅 거래를 KBS에 알린 제보자는, "대표는 아버지지만, 법원 공무원인 딸이 과천시 공무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땅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보 내용을 부인했다.

KBS는 추가 취재를 통해 OOO영농리츠의 주주 명부를 입수했다. 명부상 자본금은 5억 원, 주주는 모두 4명이었는데, 최대 주주는 딸 김 모 씨로 돼 있었다. 제보자가 언급한 법원 공무원이다. 김 씨는 총 5만 주 가운데 2만 4천 주를 보유하고 있고, 아버지는 6천 주를 가지고 있다. 부녀가 절반 이상을 보유한 것이다.


■ 자금 마련에도 개입, 사채 시장에 손 벌려

김 씨가 매입 대금 240억 원을 마련하는 데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복수의 대부업체 관계자들은 김 씨가 돈을 빌리기 위해 대부업체 여러 곳을 방문했었다고 전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계약금이 많이 들어갔는데 안 간 데가 어딨겠느냐"며 "돈이 모자라서 등기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OOO영농리츠는 최근 지역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과천 땅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김 씨가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린벨트 해제 관련 공고가 나기 직전에 땅 살 법인을 미리 설립하고, 사채까지 끌어 쓰려고 할 정도로 그린벨트 해제를 확신한 배경이, 수사 과제다. 특히 과천시 공무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다는 제보의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법인 설립에 동참한 다른 주주들도 조사 대상이다. 주주 명부를 보면, 김 씨 부녀를 제외한 다른 주주 두 명은 김 씨의 50대 지인과 94년생 박 모 씨로 나와 있다. 20대 후반인 박 씨가 1억 원의 자본금을 댔다는 점에서 차명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법인 주주 명부를 확보하는 등 출자 배경을 조사할 계획이다.

 OOO영농리츠가 매입한 과천 그린벨트
OOO영농리츠가 산 과천 그린벨트는 현재 소유권 이전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OOO영농리츠는 지난 3일, 매도자에게 잔금을 모두 치렀다. 이날 소유권 이전 등기도 신청했지만, 등기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십수억 원의 취득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의 '등기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각하 사유로 취득세 납부 증명원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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