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못 산다”…빛 반사 피해 첫 인정 ‘줄소송 예고’

입력 2021.03.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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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09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주민 ‘초고층 건물 빛반사 피해’ 소송
대법원, 최초로 피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
1심 “주민 피해 인정할 만한 증거 없다”
2심 “건설사, 피해주민 일부에 1인당 132만 원~678만 원 지급” 판결
대법원 “태양 반사광, 참을 수 있는 한도 넘는 생활 방해”...2심 확정
유사 소송 영향 전망...전문가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 고려해야”

2009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주민들은 초고층 건물의 빛 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2009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주민들은 초고층 건물의 빛 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몰려있다는 부산 해운대에서도 특히나 초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 마린시티는 해안가에 늘어선 초고층 건물로 인해 전국적인 야경 명소로까지 불리는 곳입니다.

특히 통유리로 감싸져 있는 반들반들한 건물들의 외관을 보면 미래 도시에 와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외관 때문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고통을 겪는다는데요.

유리벽에서 튕겨 나오는 듯한 햇빛 때문에 눈을 뜰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피해를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12년을 끌어온 판결에 마침표인 동시에 유사 사건의 잣대가 될 희대의 재판에서 사법부가 내린 판단은 이렇습니다.


12년 만에 나온 결론...대법원 “참을 수 있는 한도 넘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주민 60명이 현대아이파크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처음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건 2009년 8월입니다. 주민들은 72층 규모의 아파트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한 피로감과 조망권 침해 등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죠.

1심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당시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항소심은 주민들이 ‘불능현휘’(빛이 과다하게 비치면서 사물 식별이 어렵게는 현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시공사가 인근 아파트의 부동산 하락까지 고려해 피해주민 일부에게 1인당 132만 원에서 678만 원까지 모두 2억 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건설사는 반발했고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재판이었기에 대법원 역시 판단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그마치 5년의 세월이 흘러 대법원은 “ 건물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 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있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유사 소송 영향 전망...전문가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 고려해야”

법원이 감정해 본 결과 피해를 호소한 주민들의 아파트에서 측정한 빛의 밝기는 6983만 1,354㏅(칸델라)/㎡입니다. 조금은 익숙지 않은 단위인데 1㏅/㎡가 양초 1개 정도의 밝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양초 7천 만개가 내뿜는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거죠. 통상 2만 5천㏅/㎡만 되어도 눈부심을 느낀다니 주민들의 피해는 그 정도를 2,800배는 넘어선 셈입니다.

주민들이 겪어온 고통을 법원이 인정한 만큼 이번 판결을 앞으로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부산에서도 101층 초고층건물인 엘시티와 서면 롯데백화점 등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빛 피해 시뮬레이션 조사를 맡은 정근주 부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미 지어진 건물은 빛 확산을 차단하는 필름을 붙이는 방식이 있지만, 내구성에 있어 항구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특히 곡면 건축물은 태양의 방위각에 따라 한 곳이 빛이 집중될 수 있다”며 “곡면 설계를 지양하고 만약에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검토를 통해 영향 요소를 피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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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3 17:13:06
    취재K
2009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주민 ‘초고층 건물 빛반사 피해’ 소송<br />대법원, 최초로 피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br />1심 “주민 피해 인정할 만한 증거 없다”<br />2심 “건설사, 피해주민 일부에 1인당 132만 원~678만 원 지급” 판결<br />대법원 “태양 반사광, 참을 수 있는 한도 넘는 생활 방해”...2심 확정<br />유사 소송 영향 전망...전문가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 고려해야”
2009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인근 주민들은 초고층 건물의 빛 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몰려있다는 부산 해운대에서도 특히나 초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 마린시티는 해안가에 늘어선 초고층 건물로 인해 전국적인 야경 명소로까지 불리는 곳입니다.

특히 통유리로 감싸져 있는 반들반들한 건물들의 외관을 보면 미래 도시에 와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외관 때문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고통을 겪는다는데요.

유리벽에서 튕겨 나오는 듯한 햇빛 때문에 눈을 뜰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피해를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12년을 끌어온 판결에 마침표인 동시에 유사 사건의 잣대가 될 희대의 재판에서 사법부가 내린 판단은 이렇습니다.


12년 만에 나온 결론...대법원 “참을 수 있는 한도 넘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주민 60명이 현대아이파크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처음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건 2009년 8월입니다. 주민들은 72층 규모의 아파트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한 피로감과 조망권 침해 등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죠.

1심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피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당시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항소심은 주민들이 ‘불능현휘’(빛이 과다하게 비치면서 사물 식별이 어렵게는 현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시공사가 인근 아파트의 부동산 하락까지 고려해 피해주민 일부에게 1인당 132만 원에서 678만 원까지 모두 2억 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건설사는 반발했고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재판이었기에 대법원 역시 판단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그마치 5년의 세월이 흘러 대법원은 “ 건물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 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있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유사 소송 영향 전망...전문가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 고려해야”

법원이 감정해 본 결과 피해를 호소한 주민들의 아파트에서 측정한 빛의 밝기는 6983만 1,354㏅(칸델라)/㎡입니다. 조금은 익숙지 않은 단위인데 1㏅/㎡가 양초 1개 정도의 밝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양초 7천 만개가 내뿜는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거죠. 통상 2만 5천㏅/㎡만 되어도 눈부심을 느낀다니 주민들의 피해는 그 정도를 2,800배는 넘어선 셈입니다.

주민들이 겪어온 고통을 법원이 인정한 만큼 이번 판결을 앞으로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부산에서도 101층 초고층건물인 엘시티와 서면 롯데백화점 등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빛 피해 시뮬레이션 조사를 맡은 정근주 부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미 지어진 건물은 빛 확산을 차단하는 필름을 붙이는 방식이 있지만, 내구성에 있어 항구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 설계 단계에서 빛 반사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특히 곡면 건축물은 태양의 방위각에 따라 한 곳이 빛이 집중될 수 있다”며 “곡면 설계를 지양하고 만약에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검토를 통해 영향 요소를 피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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