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10대 조사 중 도망…눈앞서 놓친 경찰 숨기기 ‘급급’

입력 2021.03.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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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좀 가도 될까요?”…한눈 판 사이 달아난 10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부산 서면의 번화가 일대. 갑자기 SUV 차량 한 대가 도로 연석 등을 들이받으며 급정거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만취 상태의 운전자, 만 17세의 무면허 미성년자였습니다.

사고 당시 동승자는 없었지만, 번화가 인근이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아는 언니가 빌린 차를 타고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미성년자를 붙잡아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중 이 10대 음주 운전자는 경찰에게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결국, 경찰관을 대동해 같은 층 화장실로 들어갔는데요. 문 앞을 지키던 경찰관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음주 운전자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다급히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장장 8시간 만에 형사과와 교통범죄수사팀 인력이 총동원돼 부산 연제구의 한 가정집에서 이 미성년자를 다시 붙잡았습니다.

이 미성년자의 거주지는 부산도 아닌 울산이었습니다. 자칫 더 멀리 사라졌다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 제 식구 감싸기 될라…시민 신뢰 얻을 수 있나?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부산진경찰서 교통조사계는 “경찰관이 화장실에 동행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사이 도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도주 혐의를 더 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부주의를 인정한 겁니다.

부산경찰청은 “담당 조사팀 등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부산진경찰서 청문감사실이 감찰을 마치는 대로 부산경찰청도 사안의 엄중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와 내부 CCTV 등 관련 자료 제공은 전면 거부했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음주 운전자를 직접 검거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자료 화면’을 제공한 것과 사뭇 달랐습니다.

결국, 경찰의 부주의로 10대 음주 운전자를 놓친 것에 대해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최근 경찰관 성 비위,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른 부산경찰. 경찰 내부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부산경찰청이 결국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연이어 벌어지는 일탈행위와 감시소홀 등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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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10대 조사 중 도망…눈앞서 놓친 경찰 숨기기 ‘급급’
    • 입력 2021-03-23 18:25:24
    취재K

“화장실 좀 가도 될까요?”…한눈 판 사이 달아난 10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부산 서면의 번화가 일대. 갑자기 SUV 차량 한 대가 도로 연석 등을 들이받으며 급정거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만취 상태의 운전자, 만 17세의 무면허 미성년자였습니다.

사고 당시 동승자는 없었지만, 번화가 인근이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아는 언니가 빌린 차를 타고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미성년자를 붙잡아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중 이 10대 음주 운전자는 경찰에게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결국, 경찰관을 대동해 같은 층 화장실로 들어갔는데요. 문 앞을 지키던 경찰관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음주 운전자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다급히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장장 8시간 만에 형사과와 교통범죄수사팀 인력이 총동원돼 부산 연제구의 한 가정집에서 이 미성년자를 다시 붙잡았습니다.

이 미성년자의 거주지는 부산도 아닌 울산이었습니다. 자칫 더 멀리 사라졌다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 제 식구 감싸기 될라…시민 신뢰 얻을 수 있나?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부산진경찰서 교통조사계는 “경찰관이 화장실에 동행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사이 도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도주 혐의를 더 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부주의를 인정한 겁니다.

부산경찰청은 “담당 조사팀 등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부산진경찰서 청문감사실이 감찰을 마치는 대로 부산경찰청도 사안의 엄중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와 내부 CCTV 등 관련 자료 제공은 전면 거부했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음주 운전자를 직접 검거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자료 화면’을 제공한 것과 사뭇 달랐습니다.

결국, 경찰의 부주의로 10대 음주 운전자를 놓친 것에 대해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최근 경찰관 성 비위,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른 부산경찰. 경찰 내부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부산경찰청이 결국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연이어 벌어지는 일탈행위와 감시소홀 등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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