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죄수의 딸’ 10만 명, 독일에선 어떻게 보호받을까

입력 2021.03.24 (09:00) 수정 2021.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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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모 체포 직후부터 아동청소년 보호기관 ‘유겐트암트’ 적극 개입
양육자가 없을 경우 위탁 가정이나 보호시설 연결해 수감자 자녀 피해 최소화 노력

교도소 외부에 마련된 재소자 자녀 접견 시설. 도이치란트풍크 홈페이지 갈무리교도소 외부에 마련된 재소자 자녀 접견 시설. 도이치란트풍크 홈페이지 갈무리

■11살 엘리 이야기

베를린에 사는 11살 엘리(가명)가 아빠를 만났습니다. 아빠 콜라는 3년 전 투옥됐습니다. 아빠가 감옥에 간 뒤 엘리는 양부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교도소 외부에 마련된 별도의 접견 장소. 재소자 자녀가 투명 플라스틱 창 너머 부모를 만나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지적에 따라 설치된 접견장입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아빠나 엄마를 만날 수 있게 놀이방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실내에선 보드게임이나 색칠놀이를 할 수 있고, 마당에선 아빠 엄마와 뛰어놀 수 있습니다.

엘리는 아빠와 흰색 야구모자에 색칠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빠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두 번, 한 번 접견에 두 시간 동안 아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기다려 온 엘리에겐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수감자 자녀 문제를 조명한 독일 언론 도이치란트풍크와 인터뷰한 엘리 이야기입니다..

■10만 명의 '엘리', 어떻게 보호받을까

독일에는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투옥된 미성년자가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자녀들을 부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엄마가 감옥에 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아빠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고, 부모가 다 감옥에 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보호받을까요?

독일에는 '유겐트암트'라는 아동·청소년 보호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체포돼 구금되면 유겐트암트는 먼저 양육권자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양육권자 중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양육 능력이 있는지도 따져봅니다.

양육권자가 없거나 양육 능력이 없는 경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조부모나 외가 쪽을 우선 접촉합니다. 여기서도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위탁 가정을 연결해주거나 보호시설로 아이들을 보내 최소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게 도와줍니다.

유겐트암트의 주요 임무는 아동과 청소년을 학대나 방치와 같은 위기에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청소년 복지 사업이나 가정교육 지원도 합니다. 엘리와 같은 특수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합니다.


■"아동은 가족의 신분이나 행동을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

1989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 중에는 수감자 부모를 둔 자녀를 위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2조 2항
아동이 부모나 법정 후견인 또는 다른 가족의 신분과 행동, 의견이나 신념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9조 3항
아동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외에는 부모 한쪽이나 양쪽 모두로부터 떨어진 아동이 정기적으로 부모와 관계를 갖고 만남을 유지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독일은 1992년 이 협약을 비준하면서 아동의 권리 보호와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부모 중 한 명 또는 모두가 구금되면 그 자녀가 취약한 환경에 처해지게 되므로 적절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동이 원할 경우 구금된 부모에 대한 접견을 한 달에 두 번 허용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 21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낙인, 죄수의 딸'>은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혀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여줬습니다.

이 방송에 출연한 11살 선우는 플라스틱 창 너머로 엄마를 단지 15분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의 엘리와 같은 나이의 선우, 하지만 엘리와 같은 국가의 보호와 배려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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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죄수의 딸’ 10만 명, 독일에선 어떻게 보호받을까
    • 입력 2021-03-24 09:00:46
    • 수정2021-03-24 14:00:01
    특파원 리포트
부모 체포 직후부터 아동청소년 보호기관 ‘유겐트암트’ 적극 개입<br />양육자가 없을 경우 위탁 가정이나 보호시설 연결해 수감자 자녀 피해 최소화 노력
교도소 외부에 마련된 재소자 자녀 접견 시설. 도이치란트풍크 홈페이지 갈무리
■11살 엘리 이야기

베를린에 사는 11살 엘리(가명)가 아빠를 만났습니다. 아빠 콜라는 3년 전 투옥됐습니다. 아빠가 감옥에 간 뒤 엘리는 양부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교도소 외부에 마련된 별도의 접견 장소. 재소자 자녀가 투명 플라스틱 창 너머 부모를 만나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지적에 따라 설치된 접견장입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아빠나 엄마를 만날 수 있게 놀이방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실내에선 보드게임이나 색칠놀이를 할 수 있고, 마당에선 아빠 엄마와 뛰어놀 수 있습니다.

엘리는 아빠와 흰색 야구모자에 색칠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빠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두 번, 한 번 접견에 두 시간 동안 아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기다려 온 엘리에겐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수감자 자녀 문제를 조명한 독일 언론 도이치란트풍크와 인터뷰한 엘리 이야기입니다..

■10만 명의 '엘리', 어떻게 보호받을까

독일에는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투옥된 미성년자가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자녀들을 부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엄마가 감옥에 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아빠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고, 부모가 다 감옥에 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보호받을까요?

독일에는 '유겐트암트'라는 아동·청소년 보호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체포돼 구금되면 유겐트암트는 먼저 양육권자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양육권자 중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양육 능력이 있는지도 따져봅니다.

양육권자가 없거나 양육 능력이 없는 경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조부모나 외가 쪽을 우선 접촉합니다. 여기서도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위탁 가정을 연결해주거나 보호시설로 아이들을 보내 최소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게 도와줍니다.

유겐트암트의 주요 임무는 아동과 청소년을 학대나 방치와 같은 위기에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청소년 복지 사업이나 가정교육 지원도 합니다. 엘리와 같은 특수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합니다.


■"아동은 가족의 신분이나 행동을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

1989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 중에는 수감자 부모를 둔 자녀를 위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2조 2항
아동이 부모나 법정 후견인 또는 다른 가족의 신분과 행동, 의견이나 신념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9조 3항
아동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외에는 부모 한쪽이나 양쪽 모두로부터 떨어진 아동이 정기적으로 부모와 관계를 갖고 만남을 유지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독일은 1992년 이 협약을 비준하면서 아동의 권리 보호와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부모 중 한 명 또는 모두가 구금되면 그 자녀가 취약한 환경에 처해지게 되므로 적절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동이 원할 경우 구금된 부모에 대한 접견을 한 달에 두 번 허용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 21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낙인, 죄수의 딸'>은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혀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여줬습니다.

이 방송에 출연한 11살 선우는 플라스틱 창 너머로 엄마를 단지 15분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의 엘리와 같은 나이의 선우, 하지만 엘리와 같은 국가의 보호와 배려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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