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과급 ‘먹튀’해도 못 막는다?

입력 2021.03.24 (14:00) 수정 2021.03.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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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투기 의혹과 함께 도마에 오른 건 그간 LH 임직원들이 챙긴 성과급입니다. LH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땅을 샀다는 기간, 임직원들이 꽤 많은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투기 의혹 시기 직원 성과급 992만 원…공기업 1위

2018년 LH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은 894만 원, 공기업 중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다음해인 2019년엔 평균 992만 원을 받아 공기업 중 1위로 올라섰습니다.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평균 성과급도 2019년 8,307만 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LH와 같은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습니다. 경영이나 윤리, 사업 등 지표별로 점수를 매긴 다음 종합 등급이 C(보통) 등급 이상이면 다음 해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 받게 됩니다. 이번 투기 의혹이 반영되지 않았던 LH의 경영평가 결과는 최근 3년 연속 '우수' 등급인 A. 전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덕에 두둑한 성과급을 챙긴 겁니다.

■"성과급 줬다 뺏겠다"는 정부…가능할까?

논란이 일자, 정부는 경영평가 점수를 다시 매겨 과거 등급을 낮추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도 환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성과급 환수는 법적 근거도 있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경영실적 평가)
"…거짓으로 작성·제출한 경우 또는 불공정한 인사운영 등으로 윤리경영을 저해한 경우…
기획재정부장관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경영실적 평가 결과와 성과급을 수정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를 보면 "윤리경영을 저해한 경우, 경영실적 평가 결과와 성과급을 수정한다"고 명시 돼 있습니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과거에도 성과급을 환수한 사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정부 설명대로 과거에 성과급이 환수된 사례는 있었습니다. 2015년 이후, 뒤늦게 비리 등이 발견돼 평가점수가 수정된 기관을 살펴봤더니 모두 9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5개 기관은 일부 지표의 점수는 깎였지만, 등급은 바뀌지 않아 성과급은 유지됐고, 4개 기관은 실제로 성과급을 환수했습니다.


■6년 지나도 전액 환수 못 한 이유…퇴직자 '먹튀' 때문

그런데 성과급을 환수한 4곳의 공공기관도 모두 환수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사망한 사람이나 이민자를 빼곤 모두 환수했지만, 코레일과 농어촌공사는 환수율이 90%대, 부산항만공사는 65% 정도였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14억 원 가까이 환수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환수 못 했는지 봤더니, 환수 못한 금액 대부분은 퇴직자 성과급이었습니다. 현직 직원들은 급여 원천 징수를 통한 환수가 가능하지만, 퇴직자는 강제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소송뿐입니다.

이 때문에 성과급을 다 환수하지 못한 3개 기관은 실제로 퇴직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데, 길게는 6년이 지난 곳도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LH의 경우에도 현행 제도대로라면 성과급을 전액 환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LH 투기 의심자 중엔 이미 퇴직자 2명이 포함돼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직원들이 추가로 면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성과급을 '먹튀'해도 막지 못하고, 남아있는 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성과급 환수보단 '이해충돌방지법'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경영평가 제도개선과 성과급 지급 방식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원 개인의 일탈을 기관 전체가 공동책임을 지자는 의미에서 정부가 성과급 환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연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의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연대 책임을 묻는 게 실제로 사고 친 사람들은 빠질 수 있는 문제와 함께, 이번 사태를 밝힌 내부 고발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내 성과급이 깎일 수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고발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경영평가제도와 성과급 환수는 사후 대책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사전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이 대표적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언제쯤?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법입니다. 지금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의원 등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이해관계자의 기피 의무 부여 ▶직무상 비밀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상인 교수는 "사전에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다 드러내도록 하고, 이를 숨겼다면 숨겼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으면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했는지 등을 입증할 필요가 없어 처벌이 더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부터 8년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애초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기도 했지만, 이때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대상에 포함돼 소극적인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번에도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여당은 이번 달 내 통과를 공언했지만, 논의 속도는 더딥니다. 정부는 다음 주 안에 LH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성과급 책정 과정에 공공기관의 일탈 행위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다 종합적인 사전 예방 대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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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성과급 ‘먹튀’해도 못 막는다?
    • 입력 2021-03-24 14:00:26
    • 수정2021-03-24 15:13:43
    취재K

땅 투기 의혹과 함께 도마에 오른 건 그간 LH 임직원들이 챙긴 성과급입니다. LH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땅을 샀다는 기간, 임직원들이 꽤 많은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투기 의혹 시기 직원 성과급 992만 원…공기업 1위

2018년 LH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은 894만 원, 공기업 중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다음해인 2019년엔 평균 992만 원을 받아 공기업 중 1위로 올라섰습니다.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평균 성과급도 2019년 8,307만 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LH와 같은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습니다. 경영이나 윤리, 사업 등 지표별로 점수를 매긴 다음 종합 등급이 C(보통) 등급 이상이면 다음 해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 받게 됩니다. 이번 투기 의혹이 반영되지 않았던 LH의 경영평가 결과는 최근 3년 연속 '우수' 등급인 A. 전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덕에 두둑한 성과급을 챙긴 겁니다.

■"성과급 줬다 뺏겠다"는 정부…가능할까?

논란이 일자, 정부는 경영평가 점수를 다시 매겨 과거 등급을 낮추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도 환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성과급 환수는 법적 근거도 있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경영실적 평가)
"…거짓으로 작성·제출한 경우 또는 불공정한 인사운영 등으로 윤리경영을 저해한 경우…
기획재정부장관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경영실적 평가 결과와 성과급을 수정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를 보면 "윤리경영을 저해한 경우, 경영실적 평가 결과와 성과급을 수정한다"고 명시 돼 있습니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과거에도 성과급을 환수한 사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정부 설명대로 과거에 성과급이 환수된 사례는 있었습니다. 2015년 이후, 뒤늦게 비리 등이 발견돼 평가점수가 수정된 기관을 살펴봤더니 모두 9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5개 기관은 일부 지표의 점수는 깎였지만, 등급은 바뀌지 않아 성과급은 유지됐고, 4개 기관은 실제로 성과급을 환수했습니다.


■6년 지나도 전액 환수 못 한 이유…퇴직자 '먹튀' 때문

그런데 성과급을 환수한 4곳의 공공기관도 모두 환수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사망한 사람이나 이민자를 빼곤 모두 환수했지만, 코레일과 농어촌공사는 환수율이 90%대, 부산항만공사는 65% 정도였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14억 원 가까이 환수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환수 못 했는지 봤더니, 환수 못한 금액 대부분은 퇴직자 성과급이었습니다. 현직 직원들은 급여 원천 징수를 통한 환수가 가능하지만, 퇴직자는 강제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소송뿐입니다.

이 때문에 성과급을 다 환수하지 못한 3개 기관은 실제로 퇴직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데, 길게는 6년이 지난 곳도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LH의 경우에도 현행 제도대로라면 성과급을 전액 환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LH 투기 의심자 중엔 이미 퇴직자 2명이 포함돼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직원들이 추가로 면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성과급을 '먹튀'해도 막지 못하고, 남아있는 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성과급 환수보단 '이해충돌방지법'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경영평가 제도개선과 성과급 지급 방식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원 개인의 일탈을 기관 전체가 공동책임을 지자는 의미에서 정부가 성과급 환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연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의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연대 책임을 묻는 게 실제로 사고 친 사람들은 빠질 수 있는 문제와 함께, 이번 사태를 밝힌 내부 고발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내 성과급이 깎일 수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고발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경영평가제도와 성과급 환수는 사후 대책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사전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이 대표적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언제쯤?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법입니다. 지금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의원 등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이해관계자의 기피 의무 부여 ▶직무상 비밀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상인 교수는 "사전에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다 드러내도록 하고, 이를 숨겼다면 숨겼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으면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했는지 등을 입증할 필요가 없어 처벌이 더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부터 8년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애초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기도 했지만, 이때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대상에 포함돼 소극적인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번에도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여당은 이번 달 내 통과를 공언했지만, 논의 속도는 더딥니다. 정부는 다음 주 안에 LH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성과급 책정 과정에 공공기관의 일탈 행위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다 종합적인 사전 예방 대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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