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개발 발표 직전, 땅 사들인 군의원 가족 ‘우연’인가요?

입력 2021.03.25 (13:18) 수정 2021.03.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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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합천 군의원 아들이 매입한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산. 해당 산 앞에 합천호가 펼쳐져 있다. 지난 2일 합천 군의원 아들이 매입한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산. 해당 산 앞에 합천호가 펼쳐져 있다.

지난 2일,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한 산이 팔렸습니다. 합천의 명소인 인공호수, 합천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땅입니다.

9천8백여 ㎡ 규모의 이 산을 매입한 사람은 대병면을 지역구로 둔 권영식 합천 군의원의 아들! 이 산과 경계가 맞닿은 농지 6천5백여㎡는 2014년 권 의원의 부인이 산 곳입니다.

권영식 군의원은 부인 명의 농지와 해당 산이 서로 경계가 얽혀있어 수년 전부터 매입을 추진하다가 최근 거래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산을 사이에 두고, 생각보다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교통 오지' 합천군, 고속도로 개통 ‘눈앞’…합천호 전망 휴게소와 나들목까지 한자리에 건설

해당 산 주변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알아보기에 앞서, 합천군의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육지의 섬” 합천의 교통 환경을 빗대, 지역 공무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남 서북 끝자락에 있는 합천은 자동차나 버스, 기차, 비행기 등 어느 교통수단으로도 접근성이 떨어져 마치 섬처럼 오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합천과 경북의 경계를 지나는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주요 도시와 합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없고 KTX역과 공항도 없어 차로 1시간 넘게 떨어진 진주, 사천, 대구로 가야 합니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수면 면적 25㎢의 합천호가 있어도 관광객이 오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19년 합천을 찾은 관광객은 대표적 관광지인 영상테마파크 기준으로도 41만여 명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뒤면 합천군은 ‘교통 오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관광객도 상당히 늘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는 2024년 말 경남 함양과 합천, 울산을 잇는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개통하는 겁니다.

여기에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에 전망대처럼 합천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휴게소와 나들목도 한 자리에 지어집니다. 관광객들이 휴게소에서 합천호 전망을 즐기다가 나들목을 통해 곧장 회양리에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수자원 보호' 개발 어렵던 합천호, 4천억 원 규모 관광 개발 추진"대병면 회양리부터 개발"

합천군도 합천호를 단장해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자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어려웠지만,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4천억 원 규모의 합천호 관광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겁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을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합천호 주변에 둘레길과 조명, 등대, 음악 분수대, 수륙양용버스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최대한 수자원 보호를 하되, 관광객도 합천호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방향입니다.

합천군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대병면과 봉산면, 용주면 등 합천호 주변 지역구 군의원들과 주민을 대상으로 이 같은 상세 방안을 알리는 중간보고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 계획을 담은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은 오는 4~5월쯤 정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상세한 합천호 개발 방안은 중간보고 설명회에 참석한 지역구 군의원들과 주민 등 일부만 아는 셈입니다. 합천군은 발표 이후 예산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전체 합천호 둘레 92km 가운데 휴게소와 나들목 예정지인 대병면 회양리의 20km 구간을 먼저 공사하겠다고 목표를 밝혔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합천호 개발까지…군의원 가족 ‘호재로 둘러싸인 땅 샀다’

다시, 권영식 합천 군의원의 가족이 지난 2일 매입한 대병면 회양리 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산에 가봤더니 불과 30~40여 걸음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합천호휴게소와 나들목, 램프 구간의 공사 현장입니다.

이 산 앞에는 합천호 전망이 펼쳐졌습니다. 합천군이 내년부터 전체 합천호 가운데 먼저 개발 공사를 시작하겠다던 회양리 일대 20km 구간, 바로 그곳입니다. 조명까지 설치되면 밤에도 합천호 둘레가 빛나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까, 해당 산 바로 뒤에는 관광객을 끌 것으로 기대되는 합천호 휴게소와 나들목이 들어서고, 해당 산 앞에 펼쳐진 합천호는 전체 둘레 가운데 가장 먼저 관광 개발이 시작되는 구간인 것! 개발 호재로 둘러싸인 땅이었습니다.

합천의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땅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어봤습니다.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는) 고속도로 되면 전망이 더 괜찮고 많이 오를 수 있는 지역이고. (해당 산은) 계획관리지역이에요, 주변이 다. 충분히 개발할 수 있고. 이런 자리 많이 찾아요. (옆 농지와) 같이 합쳐졌을 때는 괜찮아요."

합천에서는 합천읍을 제외하면 대병면 회양리 일대가 고속도로와 휴게소, 사람들이 선호하는 탁 트인 합천호 전망까지 갖춰 땅값이 비싸고 외지인도 많이 찾는 인기 지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군의원 가족이 소유한 산과 농지는 계획관리지역이어서 합천군의 허가를 받으면 개발도 가능한 곳입니다. 해당 산의 매입가격은 3.3㎡당 3만 6천여 원인 1억 천만 원! 부동산관계자는 앞으로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군의원, 합천호 개발 안건 건의에 중간 설명회도 참석…한 달 뒤 땅 계약, 군 발표 앞두고 등기

매입 시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산을 매입한 사람은 권영식 군의원의 아들이지만, 매입을 추진한 사람은 권영식 군의원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계약했고, 올해 3월 2일 매입을 마쳤습니다. 권 의원이 대병면 지역구 의원으로서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 중간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라고 기록됐습니다.

정리하면, 설명회에 참석한 다음 달 해당 산의 매입 계약을 진행했고, 합천군이 해당 계획을 공식 발표하려는 4~5월을 앞둔 올해 3월 2일 매입을 마친 겁니다. 권 의원은 합천군정 자문기구인 발전위원회 소속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합천호 ‘야간 둘레길’ 조성도 직접 건의한 바 있고, 합천군이 실제 이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농사는 친척이, 직불금은 군의원 부인이…선거 전 창고용 컨테이너에 위장전입까지

해당 산과 맞닿은 농지는 권 의원 부인의 명의, 이곳에서도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권 의원 부인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최근 3년 동안 직불금도 직접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벼농사를 지은 건 권 의원 친척이었다는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기노동력이 부족해 위탁 경영할 경우 주요 농작업의 3분의 1 이상 자기 또는 세대원의 노동력으로 농사짓거나, 1년 중 30일 이상 본인이 직접 농사를 해야 합니다. 직불금도 이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권영식 합천 군의원이 위장 전입한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한 창고 컨테이너와 내부 모습. 권영식 합천 군의원이 위장 전입한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한 창고 컨테이너와 내부 모습.

권 의원 부부의 위장전입도 드러났습니다. 선거 전인 2017년, 대병면 회양리의 해당 농지에 둔 창고 컨테이너로 전입 신고한 겁니다. 컨테이너에는 안 쓰는 살림살이와 일부 농기계가 천장에 닿을 듯 뒤죽박죽 쌓였습니다. 권 의원 부부가 실제 사는 곳은 합천읍이었습니다.


■권영식 군의원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과 무관, 투기 아냐…주택과 오토캠핑장 계획”

취재진은 권영식 군의원을 만나 정식 답변을 받았고, 해당 산과 농지, 컨테이너 등 현장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권 의원은,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산 매입은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소유한 농지와 해당 산의 경계가 지그재그로 돼 있어 한 데 모으려고 매입했다며, 투기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 군의원 임기를 마치는 대로 해당 농지에 집을 지어 살 예정이고 아들이 매입한 산은 오토캠핑장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한다며, 산과 맞닿은 농지를 아들에게 증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지역구에 주소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대병면 컨테이너에 주소를 둔 것이라며, 실거주지로 주소를 옮기겠다고 답했습니다.

위탁경영과 직불금 수령 자격 여부와 관련해서는 2018년 군의원 당선 이후 부부가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 친척에게 일당을 주고 위탁했고, “모심을 때 벼 벨 때 현장에 가서 막걸리 사서 고생한다”고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땅 사려 했다지만…개발계획 중간 설명회 참석 후 넉 달 만에 매입, '우연'인가요?

구불구불한 편도 1차로 지방도를 한참 지나야 닿을 수 있는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 이곳에 고속도로와 휴게소, 나들목 개통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수자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쉽지 않던 합천호 관광 개발도 이곳 회양리 구간부터 추진되고 있습니다. 잇따른 개발 호재에 둘러싸인 해당 산.

권영식 군의원은 산 주인 측과 수년 전부터 매입을 의논했다지만,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중간 설명회 참석 후 계약을 맺고 넉 달 만에 매입을 마친 건 그저 시기가 겹친 '우연'일까요?

보도 이후, 정의당 경남도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남도당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오랜만의 지역 개발을 신뢰와 함께 기대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차원의 조사도 뒷받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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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개발 발표 직전, 땅 사들인 군의원 가족 ‘우연’인가요?
    • 입력 2021-03-25 13:18:02
    • 수정2021-03-25 16:48:34
    취재후·사건후
 지난 2일 합천 군의원 아들이 매입한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산. 해당 산 앞에 합천호가 펼쳐져 있다.
지난 2일, 경남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한 산이 팔렸습니다. 합천의 명소인 인공호수, 합천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땅입니다.

9천8백여 ㎡ 규모의 이 산을 매입한 사람은 대병면을 지역구로 둔 권영식 합천 군의원의 아들! 이 산과 경계가 맞닿은 농지 6천5백여㎡는 2014년 권 의원의 부인이 산 곳입니다.

권영식 군의원은 부인 명의 농지와 해당 산이 서로 경계가 얽혀있어 수년 전부터 매입을 추진하다가 최근 거래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산을 사이에 두고, 생각보다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교통 오지' 합천군, 고속도로 개통 ‘눈앞’…합천호 전망 휴게소와 나들목까지 한자리에 건설

해당 산 주변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알아보기에 앞서, 합천군의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육지의 섬” 합천의 교통 환경을 빗대, 지역 공무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남 서북 끝자락에 있는 합천은 자동차나 버스, 기차, 비행기 등 어느 교통수단으로도 접근성이 떨어져 마치 섬처럼 오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합천과 경북의 경계를 지나는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주요 도시와 합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없고 KTX역과 공항도 없어 차로 1시간 넘게 떨어진 진주, 사천, 대구로 가야 합니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수면 면적 25㎢의 합천호가 있어도 관광객이 오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19년 합천을 찾은 관광객은 대표적 관광지인 영상테마파크 기준으로도 41만여 명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뒤면 합천군은 ‘교통 오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관광객도 상당히 늘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는 2024년 말 경남 함양과 합천, 울산을 잇는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개통하는 겁니다.

여기에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에 전망대처럼 합천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휴게소와 나들목도 한 자리에 지어집니다. 관광객들이 휴게소에서 합천호 전망을 즐기다가 나들목을 통해 곧장 회양리에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수자원 보호' 개발 어렵던 합천호, 4천억 원 규모 관광 개발 추진"대병면 회양리부터 개발"

합천군도 합천호를 단장해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자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어려웠지만,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4천억 원 규모의 합천호 관광 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겁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을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합천호 주변에 둘레길과 조명, 등대, 음악 분수대, 수륙양용버스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최대한 수자원 보호를 하되, 관광객도 합천호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방향입니다.

합천군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대병면과 봉산면, 용주면 등 합천호 주변 지역구 군의원들과 주민을 대상으로 이 같은 상세 방안을 알리는 중간보고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 계획을 담은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은 오는 4~5월쯤 정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상세한 합천호 개발 방안은 중간보고 설명회에 참석한 지역구 군의원들과 주민 등 일부만 아는 셈입니다. 합천군은 발표 이후 예산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전체 합천호 둘레 92km 가운데 휴게소와 나들목 예정지인 대병면 회양리의 20km 구간을 먼저 공사하겠다고 목표를 밝혔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합천호 개발까지…군의원 가족 ‘호재로 둘러싸인 땅 샀다’

다시, 권영식 합천 군의원의 가족이 지난 2일 매입한 대병면 회양리 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산에 가봤더니 불과 30~40여 걸음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합천호휴게소와 나들목, 램프 구간의 공사 현장입니다.

이 산 앞에는 합천호 전망이 펼쳐졌습니다. 합천군이 내년부터 전체 합천호 가운데 먼저 개발 공사를 시작하겠다던 회양리 일대 20km 구간, 바로 그곳입니다. 조명까지 설치되면 밤에도 합천호 둘레가 빛나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까, 해당 산 바로 뒤에는 관광객을 끌 것으로 기대되는 합천호 휴게소와 나들목이 들어서고, 해당 산 앞에 펼쳐진 합천호는 전체 둘레 가운데 가장 먼저 관광 개발이 시작되는 구간인 것! 개발 호재로 둘러싸인 땅이었습니다.

합천의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땅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어봤습니다.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는) 고속도로 되면 전망이 더 괜찮고 많이 오를 수 있는 지역이고. (해당 산은) 계획관리지역이에요, 주변이 다. 충분히 개발할 수 있고. 이런 자리 많이 찾아요. (옆 농지와) 같이 합쳐졌을 때는 괜찮아요."

합천에서는 합천읍을 제외하면 대병면 회양리 일대가 고속도로와 휴게소, 사람들이 선호하는 탁 트인 합천호 전망까지 갖춰 땅값이 비싸고 외지인도 많이 찾는 인기 지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군의원 가족이 소유한 산과 농지는 계획관리지역이어서 합천군의 허가를 받으면 개발도 가능한 곳입니다. 해당 산의 매입가격은 3.3㎡당 3만 6천여 원인 1억 천만 원! 부동산관계자는 앞으로 땅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군의원, 합천호 개발 안건 건의에 중간 설명회도 참석…한 달 뒤 땅 계약, 군 발표 앞두고 등기

매입 시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산을 매입한 사람은 권영식 군의원의 아들이지만, 매입을 추진한 사람은 권영식 군의원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계약했고, 올해 3월 2일 매입을 마쳤습니다. 권 의원이 대병면 지역구 의원으로서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 중간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라고 기록됐습니다.

정리하면, 설명회에 참석한 다음 달 해당 산의 매입 계약을 진행했고, 합천군이 해당 계획을 공식 발표하려는 4~5월을 앞둔 올해 3월 2일 매입을 마친 겁니다. 권 의원은 합천군정 자문기구인 발전위원회 소속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합천호 ‘야간 둘레길’ 조성도 직접 건의한 바 있고, 합천군이 실제 이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농사는 친척이, 직불금은 군의원 부인이…선거 전 창고용 컨테이너에 위장전입까지

해당 산과 맞닿은 농지는 권 의원 부인의 명의, 이곳에서도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권 의원 부인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최근 3년 동안 직불금도 직접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벼농사를 지은 건 권 의원 친척이었다는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기노동력이 부족해 위탁 경영할 경우 주요 농작업의 3분의 1 이상 자기 또는 세대원의 노동력으로 농사짓거나, 1년 중 30일 이상 본인이 직접 농사를 해야 합니다. 직불금도 이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권영식 합천 군의원이 위장 전입한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의 한 창고 컨테이너와 내부 모습.
권 의원 부부의 위장전입도 드러났습니다. 선거 전인 2017년, 대병면 회양리의 해당 농지에 둔 창고 컨테이너로 전입 신고한 겁니다. 컨테이너에는 안 쓰는 살림살이와 일부 농기계가 천장에 닿을 듯 뒤죽박죽 쌓였습니다. 권 의원 부부가 실제 사는 곳은 합천읍이었습니다.


■권영식 군의원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과 무관, 투기 아냐…주택과 오토캠핑장 계획”

취재진은 권영식 군의원을 만나 정식 답변을 받았고, 해당 산과 농지, 컨테이너 등 현장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권 의원은,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산 매입은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소유한 농지와 해당 산의 경계가 지그재그로 돼 있어 한 데 모으려고 매입했다며, 투기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 군의원 임기를 마치는 대로 해당 농지에 집을 지어 살 예정이고 아들이 매입한 산은 오토캠핑장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한다며, 산과 맞닿은 농지를 아들에게 증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지역구에 주소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대병면 컨테이너에 주소를 둔 것이라며, 실거주지로 주소를 옮기겠다고 답했습니다.

위탁경영과 직불금 수령 자격 여부와 관련해서는 2018년 군의원 당선 이후 부부가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 친척에게 일당을 주고 위탁했고, “모심을 때 벼 벨 때 현장에 가서 막걸리 사서 고생한다”고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땅 사려 했다지만…개발계획 중간 설명회 참석 후 넉 달 만에 매입, '우연'인가요?

구불구불한 편도 1차로 지방도를 한참 지나야 닿을 수 있는 합천군 대병면 회양리. 이곳에 고속도로와 휴게소, 나들목 개통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수자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쉽지 않던 합천호 관광 개발도 이곳 회양리 구간부터 추진되고 있습니다. 잇따른 개발 호재에 둘러싸인 해당 산.

권영식 군의원은 산 주인 측과 수년 전부터 매입을 의논했다지만, 합천호 종합개발기본계획 중간 설명회 참석 후 계약을 맺고 넉 달 만에 매입을 마친 건 그저 시기가 겹친 '우연'일까요?

보도 이후, 정의당 경남도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남도당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오랜만의 지역 개발을 신뢰와 함께 기대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차원의 조사도 뒷받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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