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보통 날씨’가 바뀐다…오늘 ‘새 평년값’ 공개

입력 2021.03.25 (14:29) 수정 2021.03.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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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5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8.4도로 평년 기온인 2.8도보다 5도 이상 높았습니다."

'평년'은 날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죠. 대략 예년 이맘때 '보통 날씨'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오늘 10년 만에 '새 평년값'이 발표됐습니다. 우리가 알던 '보통 날씨'가 바뀐다니 이상한 일이죠.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평년값'은 과거 30년간 기상 요소의 평균값

먼저 '평년'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평년 : 일기예보에서 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이르는 말
평년값 : 과거 30년간의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의 기상 요소를 평균하여 나타낸 값

막연히 '보통 날씨'로 생각했던 '평년'에는 이렇듯 과학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 날씨 기사에 쓰인 '서울의 평년 기온 2.8도'는 과거 30년 동안 3월 25일 서울의 아침 기온을 평균했더니 2.8도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과거 30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요? 기존에 사용하던 평년값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의아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올해가 벌써 2021년인데, 왜 평년값은 먼 과거인 1981~2010년의 평균값을 사용하는 걸까요?

이유는 이 평년값이 세계기상기구의 기준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갱신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평년값은 2011년 9월에 갱신된 값입니다. 그리고 10년만인 올해 평년값이 다시 갱신되는 겁니다.


■ 1980년대 사라지고 2010년대 더해진 '새 평년값'

10년마다 갱신되는 평년값은 기준이 되는 기간 역시 '10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평년 기준인 1981~2010년에서 새로운 평년의 기준은 각각 10년씩 더한 1991~2020년이 되는 건데요. 기존 평년값과 비교하면 1980년대의 값은 사라지고 2010년대의 값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지구 기온의 상승 추세 속에 평년값이 갱신될 때마다 평년 기온도 상승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갱신 때는 특히 그 폭이 큽니다. 1990년대 들어 기온 상승 폭이 가팔라졌고, 특히 1980년대와 비교하면 2010년대의 기온은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10년마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0.3도씩 높아졌는데요. 2010년대에는 13.1도로 1980년대(12.2도)보다 0.9도나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은 이제부터 0.3도 높아진 12.8도가 '평년값'으로 쓰이게 됩니다. 아마 연령이 다소 높으신 분들은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과 어느새 차이가 꽤 벌어진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 봄·여름 4일씩 길어지고 겨울은 7일 짧아져

기온 상승은 전반적인 추세입니다만,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신 평년과 구 평년의 평균기온 차. 원의 크기가 크고 붉은색일수록 기온 차이가 큰 것을 나타낸다. (자료 : 기상청)신 평년과 구 평년의 평균기온 차. 원의 크기가 크고 붉은색일수록 기온 차이가 큰 것을 나타낸다. (자료 : 기상청)

보시는 것처럼 강원 영서를 비롯한 중부 내륙 지역일수록 평균 기온이 크게 상승했는데요. 상승 폭이 0.7~0.8도에 달해 전국 평균(0.3도)의 2배를 넘었습니다.

계절별로도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신 평년(바깥쪽 원)과 구 평년(안쪽 원)의 계절 길이 변화(자료 : 기상청)신 평년(바깥쪽 원)과 구 평년(안쪽 원)의 계절 길이 변화(자료 : 기상청)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질 거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여름은 4일 길어졌지만, 겨울은 7일 짧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봄과 가을은 어떨까요? 봄은 4일 길어졌지만, 가을은 1일 짧아졌습니다. 이는 3월 기온 상승 폭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봄의 시작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폭염과 열대야, 한파 일수도 바뀌었는데요. 폭염 일수는 1.7일, 열대야 일수는 1.9일 늘어난 반면, 한파 일수는 0.9일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처럼 이번 평년값 갱신 과정에서 기온 변화는 상당히 크게 나타났지만, 강수량은 기존 연평균 1,307.7mm에서 1,306.3mm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린 날은 새 평년값에서 1.5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달라진 평년값의 의미…기후변화의 '뉴 노멀'

평년값이 변화하면 이제 극한 폭염이 와도 체감은 덜할 수 있습니다. 폭염이 얼마나 극심한지 판단하기 위해 평년값과 비교하는데, 그 차이가 기존 평년값보다 줄어들다 보니 일종의 '착시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폭염의 절대적인 강도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기후 자체가 변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기후변화가 만든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이 '새 평년값'인 셈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평년값이 변경되면서 빠진 1980년대와 더해진 2010년대의 기온 차이는 1도 안팎입니다. '고작 1도'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변화는 작지 않습니다.

농작물 재배 지역이 81km 북상하고, 고도는 154m 높아집니다. 과거 남부지방에서 재배하던 농작물을 이제는 중부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벼나 감자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8% 증가하고, 봄철 꽃가루 환자도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평년값의 변화는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적응'의 과제를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5일) 발표된 새 평년값은 기상자료개방포털(data.k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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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알던 ‘보통 날씨’가 바뀐다…오늘 ‘새 평년값’ 공개
    • 입력 2021-03-25 14:29:04
    • 수정2021-03-25 19:34:21
    취재K

"오늘(25일) 아침 서울의 기온은 8.4도로 평년 기온인 2.8도보다 5도 이상 높았습니다."

'평년'은 날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죠. 대략 예년 이맘때 '보통 날씨'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오늘 10년 만에 '새 평년값'이 발표됐습니다. 우리가 알던 '보통 날씨'가 바뀐다니 이상한 일이죠.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평년값'은 과거 30년간 기상 요소의 평균값

먼저 '평년'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평년 : 일기예보에서 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이르는 말
평년값 : 과거 30년간의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의 기상 요소를 평균하여 나타낸 값

막연히 '보통 날씨'로 생각했던 '평년'에는 이렇듯 과학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 날씨 기사에 쓰인 '서울의 평년 기온 2.8도'는 과거 30년 동안 3월 25일 서울의 아침 기온을 평균했더니 2.8도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과거 30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요? 기존에 사용하던 평년값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의아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올해가 벌써 2021년인데, 왜 평년값은 먼 과거인 1981~2010년의 평균값을 사용하는 걸까요?

이유는 이 평년값이 세계기상기구의 기준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갱신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평년값은 2011년 9월에 갱신된 값입니다. 그리고 10년만인 올해 평년값이 다시 갱신되는 겁니다.


■ 1980년대 사라지고 2010년대 더해진 '새 평년값'

10년마다 갱신되는 평년값은 기준이 되는 기간 역시 '10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평년 기준인 1981~2010년에서 새로운 평년의 기준은 각각 10년씩 더한 1991~2020년이 되는 건데요. 기존 평년값과 비교하면 1980년대의 값은 사라지고 2010년대의 값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지구 기온의 상승 추세 속에 평년값이 갱신될 때마다 평년 기온도 상승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갱신 때는 특히 그 폭이 큽니다. 1990년대 들어 기온 상승 폭이 가팔라졌고, 특히 1980년대와 비교하면 2010년대의 기온은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부터 10년마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0.3도씩 높아졌는데요. 2010년대에는 13.1도로 1980년대(12.2도)보다 0.9도나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은 이제부터 0.3도 높아진 12.8도가 '평년값'으로 쓰이게 됩니다. 아마 연령이 다소 높으신 분들은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과 어느새 차이가 꽤 벌어진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 봄·여름 4일씩 길어지고 겨울은 7일 짧아져

기온 상승은 전반적인 추세입니다만,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신 평년과 구 평년의 평균기온 차. 원의 크기가 크고 붉은색일수록 기온 차이가 큰 것을 나타낸다. (자료 : 기상청)
보시는 것처럼 강원 영서를 비롯한 중부 내륙 지역일수록 평균 기온이 크게 상승했는데요. 상승 폭이 0.7~0.8도에 달해 전국 평균(0.3도)의 2배를 넘었습니다.

계절별로도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신 평년(바깥쪽 원)과 구 평년(안쪽 원)의 계절 길이 변화(자료 : 기상청)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질 거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여름은 4일 길어졌지만, 겨울은 7일 짧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봄과 가을은 어떨까요? 봄은 4일 길어졌지만, 가을은 1일 짧아졌습니다. 이는 3월 기온 상승 폭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봄의 시작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폭염과 열대야, 한파 일수도 바뀌었는데요. 폭염 일수는 1.7일, 열대야 일수는 1.9일 늘어난 반면, 한파 일수는 0.9일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처럼 이번 평년값 갱신 과정에서 기온 변화는 상당히 크게 나타났지만, 강수량은 기존 연평균 1,307.7mm에서 1,306.3mm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린 날은 새 평년값에서 1.5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달라진 평년값의 의미…기후변화의 '뉴 노멀'

평년값이 변화하면 이제 극한 폭염이 와도 체감은 덜할 수 있습니다. 폭염이 얼마나 극심한지 판단하기 위해 평년값과 비교하는데, 그 차이가 기존 평년값보다 줄어들다 보니 일종의 '착시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폭염의 절대적인 강도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기후 자체가 변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기후변화가 만든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이 '새 평년값'인 셈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평년값이 변경되면서 빠진 1980년대와 더해진 2010년대의 기온 차이는 1도 안팎입니다. '고작 1도'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변화는 작지 않습니다.

농작물 재배 지역이 81km 북상하고, 고도는 154m 높아집니다. 과거 남부지방에서 재배하던 농작물을 이제는 중부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벼나 감자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8% 증가하고, 봄철 꽃가루 환자도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평년값의 변화는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적응'의 과제를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5일) 발표된 새 평년값은 기상자료개방포털(data.k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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